논어와 대권주자들

  • 등록 2012.10.19 08: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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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반권 읽고 천하를 다스린 사람이 있다. 송 태조 시절에 승상을 지낸 조보(趙普). 그는 조광윤을 도와 송나라를 세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평생 읽은 책이라고는 논어뿐이다. 어릴 때는 건달로 청년 때는 전쟁터에서 병사로 싸우느라 늦은 나이에 논어 반권만 죽어라 외운 사내.

나라를 세우는 데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 한 줄이면 족하다. 자존심이 워낙 세서 스스로를 국보라 칭했던 무애 양주동박사는 “면학(勉學) 서(書)”라는 글에서 열 살에 논어 첫 줄 “학이시습(學而時習)을 보고 성인의 글이 너무 평범해서 놀랐다고 했다. 훗날 그가 영문학자에서 국문학자가 된 분수령이 또한 학이시습이다. 학은 수신(修身)후 제가(齊家)로 나타나는데 이는 선비의 출사관(出仕觀)으로 치국평천하를 내함(內含)한다.

쉽게 말해 ‘수기이안백성(修己以安百姓)지도자는 자기를 닦아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이다.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은 호암자전(湖巖自傳) 제 9편 취미편력(趣味遍歷)에서 말한다. “어려서부터 가장 감명 받아 좌우(左右)에 두는 책을 들라면 서슴지 않고 논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바로 논어다. 나의 생각이나 생활이 논어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만족한다.”

훗날 논어는 삼성 가(家)의 헌법이 된다. 지금 강호에는 세 사람의 유력 대권주자가 국민을 위하겠다고 온갖 달콤한 말을 쏟아 내고 있다. 엄마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아내도 아닌 박근혜. 세상걱정 하나도 없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책상물림 그야말로 부자 집 아들 안철수. 가난의 돌파구로 선택한 사법고시를 합격한 수재 그러나 노무현 프레임에 갇힌 운명의 사내 문재인.

그 대권 주자들 코밑에는 각종 직함으로 완장을 찬 변호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 약자를 뜯어먹고 사는 양극화의 사회구조 속에서 약자의 삶과 멀리 살아 온 저들이 약자를 보듬어 줄 솔로몬의 지혜가 있을까. 고래로 권력주변이 시끄러운 것은 수신제가는 고사하고 함량 미달 자들이 치국평천하를 외치기 때문이다.

송우영(한학자) 기자 webmaster@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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