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동차에는 네비게이션이 있다. 두꺼운 지도책을 대신하고 그것을 읽어주는 기능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의 편리함을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은 지도책을 차에 싣고 다닐 이유를 못 느낄 것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네비게이션은 여러 개의 길을 제시하고 도착 소요시간과 통행료가 얼마 인지 알려준다. 어떤 것은 실시간으로 교통의 정체 상황까지 표시해준다. 현대는 정보화 시대이고 개인에게 맞는 최적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노력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 정보는 돈이고 시간이 된다. 예전 같았으면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되는대로 살았을 텐데, 이젠 정보의 힘으로 더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싼 가격으로 비싼 것을 누릴 수도 있게 된다. 정보의 힘이 개인의 승패와 행복까지도 좌우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사주쟁이도 정보화 시대에 잘 어울리는 직종이다. 이젠 배운 사람이건 안 배운 사람이건 자신의 인생지도를 제대로 읽어주길 바라면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젠 네비게이션의 질이 문제가 된다. 업그레이드 안한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여행하다보면 새로운 길이 표기가 안 되어 바다나 산위를 달리는 화면을 보게 된다. 어떨 때는 목적지 주변만 뱅뱅 돌게 할뿐 그 곳에 발견할 수가 없다. 엉터리 네비게이션에 화가 나서 그냥 끄고 다닌 적도 있었다. 필자가 아는 지름길로 인도하지 않고 막히는 길만 골라서 안내하니깐 말이다. 사주쟁이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인생의 지도를 보는 사람들이지만 그 질에 따라 내담자를 혼란으로 이끌 수도 있고 최적의 길을 알려주어 고마움을 느끼게 해줄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는 경쟁시대여서 남보다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인생을 운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시대이다. 유용한 정보를 쥔 자가 이긴다. 지름길을 아는 자가 성공한다. 용한 점쟁이, 용한 사주쟁이를 찾아가 남들과 다른 나만의 특성과 운을 알아내어 성공한 인생을 살고자 한다. 정보에 미친 세상이다. 거기엔 경쟁을 부추기는 시대상황도 있다. 정보력에 밀려 뒤떨어진 인간을 패배자이며 바보라고 취급해 주는 시대이니깐 말이다.
네비게이션은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길로 인도할 때가 있다. 우리는 그 네비게이션을 믿고 새로운 길을 따라 간다. 거기까지는 좋지만, 같은 이름의 동네를 잘 못 찍어서 다른 지방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누굴 탓할까? 정보는 믿음으로 유효해진다. 믿음은 일종의 도박이 된다. 정보화 시대는 우리를 경마장의 노름꾼처럼 만든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아닌 정보에 대한 갈망으로 애를 태운다. 한마디로 정보의 노예들처럼 산다. 가끔은 네비게이션을 끄고 가고 싶은 데로 떠나 보면 어떨까? 그곳이 어디든 우리를 스쳐가는 풍경과 바람에 내가 있음을 느껴보자. 네비게이션의 목소리와 화면에만 집중하며 잘못된 길을 가지 않으려 노력하는 바보에서 내가 되어 보는 것이다. 어디든 내 길이며 어디든 내 삶이며 어디든 나의 이야기일 뿐인데, 반드시 도착해야 할 그 어디가 과연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