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하는 마음

  • 등록 2012.08.17 20: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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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상담을 하고자 엄마가 찾아왔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었다. 딸의 사주를 보니 엄마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엄마의 사주를 물어보게 되었는데 엄마가 도박사의 사주였다.

딸아이를 가지고 멋진 도박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걸 바로 알게 되었다. 딸은 문필가의 사주로 글을 잘 쓰고 사색적이며 공부도 잘하는 착실한 아이였다. 나중에는 자신의 작품으로 큰돈을 벌게 된다. 예전엔 개그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고 글짓기 대회에 나가면 반드시 상을 타곤 했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자기가 되고자 했던 화려한 외교관의 꿈을 딸에게 실현시키고 싶어 했다.

필자는 엄마에게 딸은 돌아다니는 외교관이나 정치적 성향을 가지긴 힘들다고 누차 이야기 하며 방송작가 쪽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냥 한번 해보는 거죠. 아니면 말고요.” 라고 말하며 필자의 의견을 무시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어떻게 될 것인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딸은 기본적으로 시험 운이 좋은 사주였고 지금도 외고를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외교적 능력보단 글 쓰는 쪽이 너무도 좋은데, 엄마의 이야긴 어차피 그게 딸의 팔자라면 그리로 가게 될 테니깐 지금은 다른 것을 해보는 게 좋다는 의견이었다.

로또에 언제 붙을지 알려주세요. 라는 상담도 가끔 온다. 사실이야 어쨌든 그들에겐 희망이 필요하기에 하다보면 붙을 날이 있을 거라고 이야기 해준다. 도박하는 사람의 심리는 기본적으로 과정이 없는 무노동으로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잔머리들의 대가들이다. 그들은 늘 꿈을 먹으며 산다. 우연을 믿으며 현실을 직시하고자 하지 않는다.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광하며 그것이 이루어지기만을 고대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이니깐 하지 말라고 하면 의욕이 사라져 무능력자로 바뀌게 된다. 꿈으로 사는 사람들의 특징은 지금 여기의 현실을 벗어난 다른 세상으로 가고자 하기 때문에 언제나 미래 속에만 산다.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한 기다림으로 조급함을 보이는데 그런 긴장감이 그들의 쾌락이 된다.

도박을 하는 이유는 돈을 따고자 하는 게 아니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너무도 짜릿해서 그걸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박은 중독이 된다.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또 도박을 한다. 로또에 한번 붙은 사람은 또다시 로또를 한다. 운으로 맛을 알고 운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노동의 즐거움과 노력의 대가로서 얻는 열매에 대한 감사와 만족이 없다. 오로지 패를 쪼는 긴장감만이 그들을 생동감 있게 해주며 살아가게 만든다.

사주에는 선악의 개념은 없다. 단지 그가 어떻게 생겨먹었고 그래서 어떤 자리에 어울리느냐 라는 것을 판단한다. 도박사는 경매나 주식이나 경마를 하게 되면 밤새 연구하며 돈을 따고자 한다. 그것이 그들의 즐거움이니깐 말이다.

필자는 엄마에게 딸을 가지고 도박하지 말고 경매를 배워보라고 권유 했다. 엄마는 그것도 나중엔 꼭 해볼 생각이지만 지금은 딸이 외교관 되는 게 더 좋다고 했다. 도대체 상담은 왜 하러 왔을까 궁금했다. 상담을 통해 아무것도 변한 건 없었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결코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결과에 대한 궁금증만이 그들의 관심사니깐 말이다. 그것이 열정인지 사랑인지 뭔지는 필자도 잘 모르겠으나 그것도 하나의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오광탁 기자 webmaster@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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