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언제나 아우를 부르며 운다

  • 등록 2012.07.27 2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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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추양(秋陽)같이 밝은 밤. 사방은 고요하기가 저승길 뒷마당 같을 때 천길 낭 절벽 꼭대기에서 야성이 가득 찬 수컷 늑대 한 마리 목을 길게 뽑으면서 동생을 부른다.

형의 소리를 들은 동생 늑대는 곧장 달려간다. 동생이 목숨 걸고 달려가는 이유는 형은 아버지의 권한 대행이기 때문이다. 이를 일러 네발 달린 짐승소리의 백미(白眉)라 한다.

아무리 수양버들 그늘이 관동 팔 백리를 간다한들 늑대의 울부짖음만 하랴. 형 늑대가 동생을 부를 때는 자신에게 불리할 때뿐이다. 형의 부름에 동생 늑대는 눈을 번득이며 흰 이빨을 드러낸 채로 그야말로 야성이 철철 넘치는 본능으로 형을 위해 목숨을 건다. 이 순간 형 늑대는 천하에 두려울 게 없다. 형 늑대가 앞에서 치고 빠지면 동생늑대가 알아서 깔끔하니 청소를 해주기 때문이다.

포수들 사이에 “자 알 들논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한 말 일게다. 자식은 엄마를 버려도 예수의 엄마 마 여사를 제외한 이 땅의 모든 엄마는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 왜냐면 그 속에 내 피가 있기 때문이다. 예수의 몸속에는 마 여사의 피 가 없다. 그러지 않고 서야 자식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가는 데도 그저 남들처럼 그 앞에 서서 묵묵히 목도(目睹)<요19:26> 한다는 게 제정신 가진 엄마로 보기엔 뒷맛이 개운치 않다.

형제는 다르다. 한 지붕아래 한 이불속에서 한솥밥을 먹고 자란 사이다. 더 무서운 것은 형제는 피를 나눈 사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피는 목숨이다. 이 목숨을 나눠 가진 관계가 바로 형제다. 형 늑대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뒤를 봐주는 피를 나눠가진 아우늑대가 있기 때문이다.

아우(我右)란 나의 오른쪽 또는 오른팔이란 의미다. 생전에 후광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여민 노무현 전 대통령 국장 때 나의 반쪽이 빠져나갔다는 오열이 이를 두고 한말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마6:3>는 예수의 가르침은 형제간의 우애는 속 깊게 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늑대들은 의리가 조금은 독특하다. 늑대들은 반칙이나 부정이 없다 오직 정면 승부다. 남의 물건을 취하는 일도 없다. 스스로 노력의 대가가 아니면 사양한다. 혹시라도 형 늑대가 남의 것을 잘못 취하면 동생 늑대는 그에 상응하는 것에 네 배 만큼을 잡아다가 그들 구역에 놔 줌으로 용서를 빈다. 이 불문율이 지켜지지 않는 순간 늑대들의 전쟁은 시작된다.



송우영(한학자) 기자 webmaster@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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