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들어 독감 환자 급증 … 1년 새 입원 13배

  • 등록 2026.09.14 10: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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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유행주의보 발령 … 외래환자 1000명 당 25.3명

 

용인신문 | ‘독감은 한겨울에 걸리는 병’이라는 인식이 무색해지고 있다. 아직 낮 기온이 높은 9월인데도 인플루엔자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방역당국이 새 절기가 시작되자마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 발생이 예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증가함에 따라 지난 11일 0시부터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인플루엔자는 통상 매년 36주차부터 다음 해 35주차까지를 하나의 절기로 관리하는데, 올해는 새 절기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이미 유행 기준을 넘어섰다.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청 표본감시 결과 2026년 36주차인 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으로 나타났다.

 

이번 절기 유행기준인 12.9명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38도 이상의 발열과 함께 기침이나 인후통 증상이 있는 환자를 말한다.

 

최근 4주간 흐름을 보면 증가세는 더욱 뚜렷하다.

 

33주차 7.5명이던 의사환자는 34주차 9.2명, 35주차 13.3명으로 늘어난 뒤 36주차에는 25.3명까지 뛰었다.

 

불과 3주 만에 3배 이상으로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6명과 비교하면 약 3.8배다.

 

△ 입원환자 300명 … 1년 새 13배

더 눈에 띄는 것은 입원환자다. 36주차 병원급 표본감시 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입원환자는 300명으로 집계됐다.

 

한 주 전 166명의 약 두 배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 23명과 비교하면 약 13배에 달한다.

 

입원환자는 33주차 78명에서 34주차 89명, 35주차 166명, 36주차 300명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환자 발생은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연령별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7~12세가 외래환자 1000명당 75.1명으로 가장 많았고, 1~6세 49.8명, 13~18세 31.3명 순이었다.

 

반면 65세 이상 의사환자 분율은 8.8명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실제 입원환자 가운데서는 65세 이상이 60%를 차지했다.

 

감염 자체는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지만 중증으로 입원할 위험은 고령층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 9월 독감 왜 유행하나?

인플루엔자를 흔히 ‘겨울 독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낮은 온도와 건조한 환경에서 바이러스 전파가 쉬워지고 사람들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겨울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처럼 늦여름과 초가을부터 환자가 증가할 수도 있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이번 조기 유행의 원인을 특정한 하나의 요인으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현재 분명하게 확인되는 특징은 학령기 어린이를 중심으로 환자가 먼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8월 말과 9월 초는 학교가 개학하면서 학생들이 다시 교실과 학원 등 밀집된 공간에서 장시간 생활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학생 집단에서 감염이 늘면 가정으로 바이러스가 옮겨가 영유아와 부모, 조부모에게까지 전파될 가능성이 커진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올해 34주차부터 의료기관당 인플루엔자 환자가 유행 시작 기준을 넘어섰고, 중국 역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인플루엔자 검출률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내만의 이례적인 현상이라기보다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인플루엔자 활동이 평년보다 일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 A형 독감 바이러스(H1N1 계열) ‘유행’

실제 바이러스 검출률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은 33주차 5.4%에서 34주차 10.0%, 35주차 12.3%, 36주차 16.3%로 상승했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검출되는 것은 ‘A형 독감 바이러스(H1N1 계열)’ 바이러스다.

 

다행히 현재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주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바이러스제 내성에 영향을 줄 만한 변이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올해 독감 유행이 국가예방접종 시작보다 빨리 찾아왔다는 점이다.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9월 21일부터 대상자별로 순차 시행된다. 무료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부터 14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 등이다.

 

질병관리청은 유행 상황과 백신 공급 일정을 고려해 면역저하자를 비롯한 고위험군의 접종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경우 지역사회 유행 상황에 따라 백신이 공급되는 시점부터 탄력적으로 접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유행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소아와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자, 면역저하자,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의사가 인플루엔자로 판단할 경우 검사 없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해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 ‘겨울 오기 전 맞으면 된다’는 생각 바꿔야

올해 상황은 독감을 더 이상 ‘한겨울에만 조심하면 되는 감염병’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현재 유행의 중심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학교·학원 등 집단생활 시간이 길어 전파 속도가 빠를 수 있다.

 

반대로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감염 빈도 자체가 낮더라도 폐렴 등 합병증과 입원으로 이어질 위험에 더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청도 학교와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기침 예절 등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을 강화하고, 고위험군은 발열이나 기침·인후통 등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에 의료기관을 찾도록 권고했다.

 

올해 독감의 특징은 단순히 ‘환자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겨울이 오기도 전에 환자 증가가 시작됐고, 그 속도가 지난해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특히 개학 이후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시작된 유행이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으로 번질 경우 입원환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독감 예방접종은 추워지면 맞는다’는 익숙한 공식보다 올해는 유행 속도가 한발 앞서가고 있다

이강우 기자 hso09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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