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에서 문화를 즐기려면 반드시 공연장이나 미술관을 찾아가야 할까. 올해 9월 용인에서는 그 공식이 조금 달라졌다. 동네 카페와 공방, 서점, 작은 복합문화공간 등 평소 시민들이 오가던 일상의 장소들이 하나둘 공연장과 전시장, 체험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용인문화재단이 진행하는 ‘2026 용인 생활문화 주간’에는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용인 곳곳의 약 160개 생활문화공간이 참여하고 있다. 전시와 공연은 물론 각종 체험과 클래스, 공간별 할인 행사와 방문 이벤트까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행사는 오는 19일 용인포은아트홀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생활문화축제로 마무리된다.
문화시설을 찾아가는 대신 ‘문화가 동네로’
이번 행사의 핵심은 프로그램의 숫자보다 ‘어디에서 문화가 열리느냐’에 있다. 기존 지역 문화정책이 공연장이나 문화센터 같은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시민을 불러모았다면, 생활문화 주간은 반대로 시민이 평소 이용하던 공간 속으로 문화가 들어가는 방식이다.
재단이 올해 참여 공간을 모집하면서 제시한 대상도 카페와 공방, 서점, 복합공간 등 ‘문화적 활동 의사가 있는 열린 민간공간’이었다. 프랜차이즈는 제외했다. 평소 커피를 마시던 카페, 취미를 배우던 공방, 책을 고르던 작은 서점이 특정 기간 동안 동네의 문화 거점 역할까지 맡게 된 셈이다.
특히 용인은 처인구와 기흥구, 수지구의 생활권 성격이 크게 다르고 도시 면적도 넓다. 대규모 문화시설 몇 곳만으로는 시민 모두가 가까운 거리에서 문화를 접하기 쉽지 않다. 이런 도시에서 160여개 민간 공간이 문화망으로 연결됐다는 것은 단순히 행사장 수가 늘었다는 것보다 의미가 크다. ‘문화시설을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동네에 존재하는 공간을 문화 인프라로 활용하는 실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5곳에서 올해 160여 곳…생활문화 판 커졌다
변화의 폭도 눈에 띈다. 용인문화재단의 지난해 사업을 보면 2025년 생활문화주간은 수지·기흥·처인 3개 권역의 15개 지역 공간에서 21개 생활문화 주체가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별도의 민간 문화공간 지원사업인 ‘문화머뭄’을 통해서도 카페와 공방 등 생활권 공간 25곳에서 지역 밀착형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올해 생활문화주간 참여 공간이 약 160곳으로 확대된 것은 용인의 생활문화 정책이 일부 거점 공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단계에서 도시 곳곳의 민간 공간을 연결하는 단계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 이번 생활문화주간에서는 각 공간이 가진 성격에 따라 전시·체험·공연·클래스 등이 운영되고 있다. 시민이 3곳 이상을 방문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면 참여할 수 있는 방문 이벤트도 마련됐다. 한 장소에서 행사를 관람하고 끝내는 축제가 아니라 여러 동네 공간을 직접 찾아다니게 만드는 구조다.
160곳 가운데 ‘진짜 동네 문화거점’은 어디일까
다만 160곳이라는 숫자가 곧바로 생활문화 활성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도 있다.
어느 지역에 참여 공간이 집중됐는지, 처인·기흥·수지 3개 구 사이에 격차는 없는지, 행사 기간이 끝난 뒤에도 문화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공간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히 행사 기간 동안 이름을 올린 공간과 실제 주민들이 반복적으로 찾아가는 생활문화 거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신도시와 대규모 상권이 많은 수지·기흥과 읍·면지역이 넓게 퍼진 처인은 문화공간의 분포와 접근 방식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160개 공간의 지역별 분포와 프로그램 참여 인원, 재방문율 등을 분석한다면 용인의 생활문화가 어느 동네에서 활발하고 어느 지역이 여전히 ‘문화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무대는 다시 포은아트홀…그러나 주인공은 ‘동네’
생활문화주간의 개별 공간 프로그램은 오는 13일까지 이어지고, 19일에는 용인포은아트홀 야외광장에서 ‘2026 용인 생활문화 축제’가 열린다. 용인시 문화 달력에도 이날 생활문화 축제가 예정돼 있다.
행사의 마지막 장소는 다시 대형 문화시설인 포은아트홀이지만, 올해 생활문화주간이 보여주는 방향은 오히려 그 반대편에 있다. 문화가 한곳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도시 곳곳으로 흩어지고, 전문 공연장이 아닌 평범한 동네 공간에서도 시민이 문화를 만들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용인 곳곳의 160여개 공간이 2주 남짓한 행사장이 되는 데 그칠지, 아니면 행사가 끝난 뒤에도 시민들이 찾는 ‘우리 동네 문화공간’으로 남을지에 따라 이번 생활문화주간의 진짜 성과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