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만2000, 낙관론에 붙은 경고장

  • 등록 2026.09.07 10: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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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글로벌 증시 수익률 ‘한 자릿수’ 전망

 

용인신문 | 세계 증시를 둘러싼 낙관론의 온도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코스피 1만 2000포인트까지 열어둔 파격적인 전망이 유지되고 있지만, 정작 글로벌 증시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속도 조절’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앞으로 1년은 지금까지와 같은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수석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최근 야후파이낸스 ‘오프닝 비드’ 인터뷰에서 향후 12개월 글로벌 증시 수익률을 대체로 중간에서 높은 한 자릿수대로 예상했다.

 

지난 1년간 세계 증시가 이미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이전보다 줄었다는 판단이다.

 

오펜하이머 전략가는 S&P500을 비롯해 세계 주요 증시가 지난 1년과 올해 들어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앞으로 예상되는 수익률은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증시 하락의 시작으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갈 경우 한 자릿수대 상승도 충분히 양호한 성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채권 수익률 급등 … 주식과 ‘경쟁’

문제는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지난해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S&P500은 현재까지 약 12% 상승했지만, 세계 채권시장에서 국채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고, 30년물 금리도 약 20년 만의 고점에 가까워졌다.

 

금리 상승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섰고 영국 10년물 금리는 2007년 중반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금리 역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은 두 가지 부담을 동시에 받는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는 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을 사지 않아도 채권에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성장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된 기술주와 성장주는 금리 상승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 90달러 넘은 유가 … 물가 불안 재점화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다시 증시의 변수가 됐다.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겹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상승은 단순히 주유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운송비와 제조 원가, 농업 생산비를 동시에 끌어올려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

 

최근 옥수수와 설탕 등 일부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물가가 다시 자극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는 ‘고유가→물가 상승→금리 상승’의 연결고리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톰 에세이 창업자는 유가 상승이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높아진 금리가 다시 증시를 압박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성장주와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 한국 증시 왜 ‘1만2000’인가

흥미로운 대목은 골드만삭스가 세계 증시의 기대수익률을 낮춰 잡으면서도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강한 낙관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티모시 모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주식전략가는 지난달 ‘한국: 급락에도 변함없는 긍정 전망’ 보고서에서 12개월 코스피 목표지수 1만 2000포인트와 투자 의견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상반된 전망이다.

 

한쪽에서는 “세계 증시가 이미 많이 올랐다”며 향후 수익률 눈높이를 낮추고, 다른 쪽에서는 한국 증시가 앞으로도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전망은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전망은 지난 1년간 급등한 세계 증시 전체의 추가 상승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반면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은 국가별 밸류에이션과 기업 실적, 시장 재평가 가능성 등을 별도로 반영한 판단이다.

 

결국 앞으로의 증시는 ‘무엇을 사도 오르는 시장’보다 국가와 업종, 기업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년의 상승장이 주가 자체를 끌어올리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높은 금리와 유가를 견디면서 실제 이익을 만들어낼 기업을 가려내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스피 1만 2000이라는 숫자는 여전히 시장의 눈길을 끈다. 그러나 그 숫자만큼 중요해진 것이 있다.

 

세계 증시를 둘러싼 돈의 가격, 즉 금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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