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반도체 도시, 용인 청년에게도 좋은 일자리 될까

  • 등록 2026.09.06 18: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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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초대형 투자 앞둔 용인…청년고용률은 37.4%
고교서 이미 ‘반도체 제조’ 수업…2027년 용인반도체고도 개교
공장 들어서는 것과 지역 청년 취업은 별개…교육·현장실습·채용 연결이 관건

 

용인신문 | 용인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반도체 도시를 준비하고 있다. 처인구 원삼면에서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고, 이동·남사읍에는 삼성전자가 참여하는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까지 더하면 용인은 앞으로 반도체 생산과 연구,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한데 모이는 거대한 산업도시로 변하게 된다. 투자 규모만 1000조원에 육박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숫자만 보면 도시의 미래는 화려하다. 수십조원도 아닌 수백조원이 투자되고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이 공장을 짓는다. 그런데 용인 청년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아직 그만큼 화려하지 않다. 용인시 통계에 잡힌 2025년 하반기 청년고용률은 37.4%다. 올해 목표 역시 41.3%다. 세계 최대 반도체 도시를 꿈꾸는 도시의 청년 10명 가운데 취업자로 집계되는 비율은 아직 4명 안팎인 셈이다.

 

공장은 생긴다…그런데 ‘내 자리’도 생길까

반도체 공장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연구개발과 공정 엔지니어뿐 아니라 생산, 장비, 설비, 품질관리, 안전, 환경, 물류, 사무 등 다양한 직군에서 사람이 필요하다. 공장 주변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모이면 일자리의 폭은 더 넓어진다. 용인 청년들에게는 멀리 서울이나 다른 산업도시로 가지 않아도 집 가까운 곳에 거대한 취업시장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집 앞에 회사가 생긴다’는 것과 ‘그 회사에 취업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업이 원하는 기술과 전공을 지역 청년들이 갖추고 있는지, 고교와 대학의 교육과정이 실제 기업 직무와 맞물려 있는지, 학교에서 배운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거쳐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연결고리가 없다면 용인에 수많은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정작 용인 청년들은 전국의 취업준비생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

 

용인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0대 A씨는 “삼성과 SK가 들어오면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는 말은 계속 듣는데 정작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자격이나 전공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며 “용인에 반도체 공장이 생긴다고 용인 청년이 자동으로 취업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벌써 ‘반도체 수업’

교육 현장은 산업단지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고 있다. 용인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공유학교에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제조’ 학점인정형 과정이 개설돼 있다. 학교 안에서 접하기 어려운 반도체 제조 과정을 지역 대학 시설과 연계해 배우고 학점까지 인정받는 방식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반도체가 무엇인지 배우고 진학과 취업 방향을 고민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이 아직 완전히 들어서기도 전에 지역 학생들에게 관련 교육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27년에는 아예 반도체 전문 인력을 키우는 학교도 문을 연다. 처인구 남사읍에 용인반도체고등학교가 개교할 예정이다. 반도체 장비와 실습시설을 갖추고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특성화고로 출발해 이후 마이스터고 전환도 추진된다.

 

용인시 역시 반도체 인재 양성과 교육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부터 대학생과 청년까지 반도체 교육과 체험, 전문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적어도 ‘사람을 키우는 준비’는 시작된 셈이다.

 

수업 듣고 자격증 따도 취업 못 하면…

문제는 교육의 다음 단계다.

 

고교에서 반도체를 배우고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공부한 뒤 실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협력업체 취업까지 이어지는 길이 만들어져야 한다. 교육과정 하나를 만들고 학교 하나를 세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어떤 기술과 자격이 필요한지, 몇 명을 뽑을 계획인지가 교육현장과 공유돼야 한다.

 

현장실습과 인턴십도 중요하다. 지역 고교생과 대학생이 용인지역 반도체 기업에서 실제 장비와 공정을 경험하고 그 경험이 취업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대기업 채용만 바라볼 게 아니라 용인으로 들어올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지역 청년을 연결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일자리라고 해서 모두 4년제 대학 공학계열 졸업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생산과 장비 유지·보수, 품질관리, 안전관리 등 다양한 직무가 존재한다. 특성화고 학생과 전문대·대학생, 일반 청년들이 자신의 수준과 적성에 맞는 직무를 미리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세분화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1000조’보다 중요한 숫자

몇 년 뒤 용인의 반도체 공장들이 하나둘 가동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고용시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용인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늘고 젊은 인구가 유입될 수도 있다. 지역 상권과 주택시장, 교통도 함께 바뀔 것이다.

 

그때 다시 봐야 할 숫자가 있다.

 

1000조원이라는 투자액도 중요하지만 용인 청년고용률이 37.4%에서 얼마나 올라갔는지, 새로 만들어진 반도체 일자리 가운데 용인 청년이 몇 명이나 취업했는지, 용인의 고교와 대학에서 반도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얼마나 지역 기업에 들어갔는지가 더 현실적인 성적표가 될 수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은 공장과 도로를 짓는 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산업을 이끌 사람을 키우고, 그 사람들이 지역에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까지 이어져야 한다.

 

용인이 정말 ‘1000조 반도체 도시’가 되는지는 기업의 투자액으로 먼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도시가 청년들에게도 성공한 도시였는지는 훗날 취업자 명단에서 확인될 것이다.

 

반도체 공장은 용인에 들어온다. 이제 남은 숙제는 그 안에 용인 청년의 자리를 얼마나 만들 수 있느냐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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