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가족을 살린 건 가족이었다”

  • 등록 2026.08.14 15: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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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라스트 하우스’, 연휴에 꼭 볼 한 편

 

용인신문 |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집이 어느 날 갑자기 감옥이 된다. 현관문은 열리지 않고 창문으로도 빠져나갈 수 없다. 밖에서는 알 수 없는 위협이 가족을 노리고, 냉장고 속 음식은 하루하루 줄어든다. 구조를 기다리며 시작했던 하루는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은 다시 몇 달과 몇 년으로 이어진다. 넷플릭스 영화 ‘라스트 하우스(The Last House)’​는 이 단순하면서도 섬뜩한 설정에서 출발해 한 가족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생존 스릴러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집에 갇힌 가족의 탈출극’이라고만 설명하기에는 아쉽다. ‘라스트 하우스’가 정말 보여주고 싶은 것은 괴물도, 재난도 아니다. 모든 것이 사라진 뒤 마지막까지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묻는 영화다.

 

집 안에는 부부와 두 아이, 그리고 오랜 시간 가족과 함께 살아온 노견 한 마리가 있다. 처음에는 가족 모두가 곧 구조될 것이라고 믿는다. 먹을 것도 있고 물도 있다. 며칠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상은 무너지고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생존을 위한 도구로 변한다. 남은 음식을 아껴 먹고, 물을 모으고, 집 안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가며 네 사람은 하루하루를 버틴다.

 

영화가 특히 가슴을 파고드는 대목은 가족과 오랫동안 함께한 노견의 죽음이다. 늙은 개는 심장약을 먹어야 하지만 고립된 시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약이 떨어진다. 새 약을 구할 방법은 없다. 개는 점점 고통스러워지고, 가족은 사랑하는 존재가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결국 남편은 총을 든다. 더 이상 고통스럽게 죽어가게 둘 수 없다는 선택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잔인한 순간이지만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아내는 죽은 개를 편안하게 보내주고 싶어 하지만 남편은 언젠가 식량마저 완전히 떨어질 날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노견의 사체를 보관해 두기로 한다.

 

아내가 남편을 바라보는 그 순간의 표정이 오래 남는다. 화를 내지도 않는다. 울부짖지도 않는다. 눈빛으로 처절함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가족과 함께 살아온 존재가 이제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슬픈 눈빛이다.

 

그러나 남편의 선택은 더욱 처절한 방식으로 가족을 살린다. 가족이 노견의 사체를 먹는 것은 아니다. 죽은 개의 살은 집 밖의 사냥감을 끌어들이는 미끼가 된다. 남편은 이를 이용해 동물을 유인하고 사냥에 성공하면서 가족에게 다시 먹을 것을 마련한다.

 

살아 있을 때 가족 곁을 지켰던 늙은 개는 죽어서까지 가족의 생명을 이어주는 셈이다.

 

이 장면은 ‘라스트 하우스’가 어떤 영화인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잔혹함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 아니다. 사랑했던 존재를 잃는 슬픔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이 한순간에 충돌한다. 남편의 행동이 너무 냉정해 보이면서도 아이들이 굶게 될 상황을 생각하면 쉽게 비난할 수도 없다. 영화는 관객에게 끊임없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가족을 살리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부모는 지쳐간다. 집도 낡아간다. 처음에는 구조를 기다리던 가족도 어느 순간부터 구조가 아닌 ‘오늘 하루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식량을 마련하고 물을 구하고 집 안에서 작은 생존 체계를 만들어간다. 누구 한 사람이 영웅이 되어 가족을 구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아버지가 무너지면 어머니가 붙들고, 부모가 지치면 어느새 자란 아이들이 힘이 된다.

 

 

 

그래서 ‘라스트 하우스’의 진짜 주인공은 가족 전체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의 관심도 조금씩 변한다. 처음에는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집 안에 가둔 것일까”, “밖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가 궁금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것보다 더 절실한 질문이 생긴다. “이 가족이 끝까지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바로 그 순간부터 ‘라스트 하우스’는 재난영화에서 가족영화로 변한다.

 

가족은 싸운다. 서로를 원망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극한 상황이라고 해서 갑자기 모두가 성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영화가 말하는 가족의 힘은 모두가 강해지는 데 있지 않다. 한 사람이 무너지면 다른 사람이 대신 버티고, 다시 그 사람이 일어나면 또 다른 가족을 붙잡아주는 데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져가는 집 안에서 가족이 가진 최고의 생존 도구는 총도, 식량도 아니다. 자신 때문에 오늘 하루를 더 견뎌낼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긴장감 있게 시작하지만 끝나고 나면 묘하게 따뜻한 감정을 남긴다. 집 밖의 위협이 무엇이었는지보다 아내의 슬픈 눈빛이 기억나고, 죽어서도 가족의 사냥을 도운 노견이 떠오르고, 끝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던 네 사람의 모습이 남는다.

 

이번 연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면 함께 볼 영화로 ‘라스트 하우스’를 권하고 싶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생존 스릴러의 재미가 충분하면서도 보고 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우리 가족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가족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평소에는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옆 사람의 얼굴을 한 번쯤 다시 바라보게 된다.

 

세상이 모든 문을 닫아버린 뒤에도 끝까지 열려 있던 단 하나의 문. ‘라스트 하우스’는 그것이 결국 가족이었다고 말한다.

 

연휴에 영화 한 편을 고른다면, 재미만 남는 영화보다 보고 난 뒤 가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이런 작품도 좋겠다. 스릴러를 보러 들어갔다가 가족의 힘을 안고 나오게 되는 영화, ‘라스트 하우스’다.

이승주 기자 chosun3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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