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말고 ‘이 맛’…용인 수제버거 골목이 뜨겁다

  • 등록 2026.08.13 15: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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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동 ‘꿈버거상점’부터 역북동 ‘퍼퓰러버거’, 보라동 ‘저스트멜트’, 양지 ‘600도’까지
동네 단골·대학가·민속촌·드라이브 손님 사로잡은 용인의 개성 강한 수제버거 4곳

 

용인신문 |

햄버거 하나를 먹기 위해 굳이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익숙한 프랜차이즈 간판을 지나 작은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주문을 받은 뒤에야 패티를 굽기 시작하는 시간을 기다린다. 가격만 놓고 보면 패스트푸드 햄버거보다 비싸고 나오는 속도도 느리다. 그런데도 손님들은 다시 찾아온다.


용인 곳곳에서 이런 수제버거 가게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전국적인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 동네에서 시작해 자신만의 맛으로 단골을 만든 가게들이다. 기흥구 서천동의 ‘꿈버거상점’, 처인구 역북동의 ‘퍼퓰러버거’, 기흥구 보라동 한국민속촌 인근의 ‘저스트멜트’, 처인구 양지면의 ‘600도 화덕 수제버거 & 화덕피자’가 그 주인공이다.


네 군데 가게는 같은 수제버거를 팔지만 표정은 전혀 다르다. 동네 주민들이 오래 찾는 집이 있는가 하면 대학가에서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도 있고, 한국민속촌 옆에서 미국식 버거를 내놓는 가게도 있다. 서울로 가지 않아도 제법 재미있는 햄버거 한 끼를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천동 ‘꿈버거상점’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곳에서는 꿈버거를 비롯해 꿈새우버거, 그릴파인애플버거, 아보카도버거, 모짜렐라치킨버거 등 프랜차이즈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조합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히 메뉴만이 아니다. 가게는 SNS에서 ‘꿈버거상점_꿈야식당’이라는 이름을 함께 사용한다. 낮에는 수제버거 가게로 손님을 맞고, 특정 시간에는 ‘꿈야식당’이라는 또 다른 색깔을 드러낸다. 최근 매장 측이 소개한 행사 가운데는 6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밝힌 행사도 있다. 유행에 따라 생겼다가 사라지는 신상 맛집이 아니라 한 동네에서 오랜 시간 단골을 쌓아왔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다.


그래서 꿈버거상점의 매력은 ‘인생 버거’ 같은 과장된 수식어보다 ‘동네에서 살아남은 작은 가게’라는 데 있다. 서천지구 주민들이 오랫동안 오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버거 하나쯤을 정해놓는 가게, 그 자체가 지역 상권의 풍경이다.

 

▼역북동 ‘퍼퓰러버거’
명지대 자연캠퍼스를 비롯해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서는 ‘퍼퓰러버거’가 눈에 띈다. 두툼한 패티와 육즙을 강조한 미국식 스타일의 수제버거로 알려진 곳이다.


역북동은 최근 수년간 아파트와 상가가 빠르게 늘면서 처인구의 대표적인 젊은 상권으로 변했다. 대학생과 직장인, 젊은 가족이 한데 섞이는 곳이다. 퍼퓰러버거는 이런 역북동의 변화와 잘 맞아떨어진다. 간단히 배를 채우는 햄버거보다 ‘오늘은 제대로 만든 버거를 먹겠다’는 소비자를 겨냥한다.


특히 같은 이름의 매장이 평택 고덕에서도 확인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용인 매장과 평택 매장의 정확한 운영·브랜드 관계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용인에서 자리 잡은 수제버거 브랜드가 다른 도시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된다.

 

▼미국식 수제버거집 ‘저스트멜트’
한국민속촌이 있는 기흥구 보라동에서는 조금 묘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한복과 초가집, 장터의 이미지가 강한 한국민속촌 인근에서 정반대의 분위기를 풍기는 미국식 수제버거집 ‘저스트멜트’가 영업하고 있다.


한국적인 관광지 바로 옆에서 패티 굽는 냄새가 퍼지고 치즈가 녹아내린 햄버거를 내놓는다는 대비가 재미있다. 저스트멜트는 이전부터 미국식 수제버거와 눈에 띄는 매장 분위기로 방문객들에게 알려져 왔다. 민속촌을 찾은 관광객뿐 아니라 보라동과 상갈동 일대 주민들이 ‘햄버거 한 끼’를 위해 찾을 수 있는 선택지가 된 셈이다.

 

 

▼‘600도 화덕 수제버거 & 화덕피자’
수제버거가 반드시 도심 골목이나 대학가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처인구 양지면으로 가면 ‘600도 화덕 수제버거 & 화덕피자’가 있다.


이곳은 이름에서부터 화덕을 앞세운다. 화덕피자와 수제버거를 한 매장에서 함께 즐길 수 있고, 수제버거에는 한우 패티를 내세우고 있다. 양지IC와 가까운 데다 주변에 골프장과 리조트, 드라이브 코스가 많아 도심 속 버거집과는 손님 구성부터 다르다.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다 들르는 한 끼가 아니라 아예 ‘먹으러 가는 곳’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600도’라는 이름 때문에 햄버거 패티까지 화덕에서 굽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화덕을 실제 어떤 메뉴와 조리 과정에 사용하는지는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까지 직접 취재한다면 오히려 기사 속 재미있는 장면이 될 수 있다.


용인의 네 군데 수제버거집을 따라가다 보면 최근 외식시장의 변화도 보인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햄버거를 무조건 싸고 빨리 먹는 음식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주문 뒤 패티를 굽고, 소스를 직접 조합하고, 가게마다 다른 빵과 토핑을 사용하는 과정 자체에 돈을 지불한다.


무엇보다 이들 가게가 흥미로운 것은 네 곳 모두 ‘용인’이라는 같은 도시 안에 있으면서 전혀 다른 상권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이다. 꿈버거상점에는 서천동의 주거상권이 있고, 퍼퓰러버거에는 역북동 대학가와 신흥 상권이 있다. 저스트멜트 뒤에는 한국민속촌이라는 관광지가 있고, 600도에는 양지의 드라이브·레저 수요가 있다.


수제버거 한 개에는 그 동네가 담긴다. 어떤 집은 6년 넘게 동네 주민과 함께 버텼고, 어떤 집은 대학가의 젊은 입맛을 공략했다. 민속촌 옆에서는 미국식 버거가 구워지고, 용인 외곽에서는 화덕과 한우 패티가 손님을 불러들인다.


유명 프랜차이즈가 도시의 어느 동네에서나 똑같은 맛을 내놓는 시대. 오히려 사람들은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한 끼’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변화가 지금 용인의 작은 햄버거 가게들에서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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