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얼마에 낙찰받았나보다 ‘손에 얼마 남나’가 관건

  • 등록 2026.08.13 14: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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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싸게 낙찰’의 착시 … 경매 투자, 세후 수익률이 성패

용인신문 |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아파트를 사고 싶지만 실거주가 어렵다면 경매는 매력적인 선택지처럼 보인다.

 

일반 매매와 달리 법원 경매로 취득하는 부동산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별도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 낙찰 단계에서 실거주 의무에도 묶이지 않는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취득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래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될 때마다 경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우회 통로’로 주목받아왔다.

 

문제는 낙찰 이후다. 경매가 특별한 것은 집을 사는 과정까지다.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부터는 일반 매매로 산 아파트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대출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고, 집을 보유하는 동안에는 재산세와 경우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한다. 나중에 집을 팔 때도 보유 주택 수와 거주 여부, 보유·거주 기간 등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결정된다.

 

결국 경매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얼마나 싸게 샀느냐’만이 아니라 ‘팔고 난 뒤 얼마가 남느냐’가 되고 있다.

 

정부가 8·3 세제개편안을 통해 실거주 중심의 주택 과세 기조를 강화하면서 이 같은 경매의 특성이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일반 매매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와 거주 요건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주택을 경매에서는 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세금까지 우회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비거주 투자자와 다주택자는 입찰 전에 출구전략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이 서울 아파트를 경매로 사들여 임대한 뒤 몇 년 후 매도한다고 가정해보자.

 

낙찰 당시에는 실거주 의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매각 단계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 거주기간과 보유기간, 다른 주택의 보유 여부 등에 따라 적용되는 공제와 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다주택이라면 계산은 더욱 복잡해진다. 경매에서 시세보다 5000만 원이나 1억 원 낮게 샀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투자수익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취득 과정에서 들어가는 취득세와 법무비용, 대출이자, 수리비, 임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이어 마지막에는 양도세까지 기다리고 있다.

 

‘1억 원 싸게 낙찰받았다’와 ‘1억 원을 벌었다’는 전혀 다른 얘기인 셈이다.

 

보유세 역시 낙찰가격만 보고 계산하면 안 된다.

 

가령 시세가 15억 원인 아파트를 경매에서 12억 원에 낙찰받았다고 해도 이후 보유세가 계속 12억원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은 각 세법이 정한 공시가격과 과세표준 등을 토대로 산정된다.

 

물론 싸게 낙찰받으면 취득 단계에서는 장점이 있다. 취득세의 과세표준에는 실제 취득가액이 중요한 만큼 낙찰가격이 낮으면 초기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싸게 샀으니 앞으로 내는 세금도 모두 싸진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대출도 마찬가지다. 예전 경매시장에서는 낙찰 잔금대출을 이용하면 일반 매매보다 자금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주택 관련 금융규제가 촘촘해지면서 경매라고 해서 별도의 넉넉한 대출 한도가 보장되는 구조는 아니다.

 

규제지역 여부와 주택 보유 현황, 차주의 소득과 기존 부채 등 금융권의 대출 기준은 경매 낙찰자에게도 적용된다.

 

경매 투자자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순서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감정가와 최저입찰가, 주변 실거래가를 비교해 ‘얼마까지 써낼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앞으로는 예상 매도가격에서 취득비용과 금융비용, 보유비용, 각종 세금을 모두 뺀 ‘세후 수익’을 먼저 계산한 뒤 거꾸로 적정 입찰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예컨대 시세보다 1억원 싸게 낙찰받더라도 몇 년간 이자와 세금으로 상당액을 지출하고, 매각 단계에서 예상보다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면 실제 손에 남는 수익은 크게 줄어든다. 기대수익이 낮아질수록 투자자는 높은 가격을 써내기 어려워진다.

 

이 같은 변화는 경매시장 입찰 경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동안 서울 인기지역 경매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규제를 피해 주택을 확보하려는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낙찰가율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비거주·다주택 보유에 따른 세 부담을 이전보다 무겁게 계산하기 시작하면 투자 목적 입찰은 한층 신중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직접 거주할 집을 찾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다른 환경이 열릴 수 있다. 투자자의 무리한 고가 입찰이 줄어들 경우 낙찰가 경쟁이 진정되고 실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에서 입찰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시장은 새로운 길을 찾아왔다. 토지거래허가제가 확대되자 경매도 그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러나 경매가 열어주는 문은 어디까지나 ‘취득의 문’에 가깝다.

 

그 문을 통과했다고 대출 규제와 보유세, 양도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거주 중심의 세제가 강화될수록 경매 투자자는 입찰 당일보다 몇 년 뒤 매도하는 날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가 낙찰가 하나였던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얼마에 샀느냐’보다 ‘세금까지 모두 내고 얼마를 손에 쥐느냐’가 진짜 낙찰가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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