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이후 대한민국 경제를 먹여 살릴 산업은 무엇일까. 정부가 그 답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기술,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첨단 소재·부품 공급망 등 7개 분야를 꺼내 들었다.
이미 성장한 산업을 뒤쫓는 방식이 아니라 아직 세계의 주도권이 완전히 정해지지 않은 첨단기술에 먼저 투자해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성장동력, 7대 시드(SEED) 보고회’에서 이들 7개 첨단기술을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씨앗’으로 규정했다. 반도체가 만들어 놓은 산업적 기반과 기술력을 발판 삼아 AI 시대를 넘어 그 이후의 시장까지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 준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인공지능 시대, 그 다음의 먹거리를 우리가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7대 시드 프로젝트는 우리 경제의 차세대 성장 엔진인 동시에 국가의 핵심 전략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유망 산업 7개’를 선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술 패권 경쟁이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국가가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할 분야를 미리 정하고, 기술이 본격적인 산업으로 성장하기 전부터 주도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SMR과 핵융합, 재생에너지는 미래 에너지 주도권과 직결되고, 양자기술은 기존 정보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우주·항공과 첨단바이오는 새로운 산업 영토를 넓힐 분야이며, 첨단 소재·부품 공급망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기반으로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고회에서 7대 기술을 ‘씨앗’에 비유했다. 지금 당장의 성과보다 앞으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산업 지형을 바꿀 가능성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오늘 우리가 뿌린 첨단 기술 씨앗들이 미래에는 거대한 나무로 자라 새로운 메가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이끌 혁신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기술 변화의 속도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는 ‘추격 전략’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지만, 첨단기술 시대에는 한 번 시기를 놓치면 격차를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언제나 한 발 앞서 첨단 과학기술에 투자한 국가는 번영을 이뤘고 이를 소홀히 한 국가는 쇠퇴했다”며 “최근 첨단기술의 공통적인 특징은 기술 교체 주기가 무척 빠르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과 국가 모두 변화를 놓치면 소외될 수 있다”며 “우리가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가 될지, 도태의 위험에 노출된 추격자가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7대 시드 프로젝트가 겨냥하는 것은 ‘AI 다음’이다. 세계 각국이 AI와 반도체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사이, 그 이후 산업 질서를 바꿀 기술까지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에서 얻은 기회를 일회성 호황으로 끝내지 않고 에너지와 바이오, 우주, 양자, 소재·부품으로 확장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국가 전략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정부와 연구계에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보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총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한민국의 산업 성장사는 철강과 자동차, 조선, 반도체를 거치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온 과정이었다. 이제 정부가 던진 질문은 그 다음이다.
반도체와 AI 이후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 수 있는 산업을 지금부터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7대 시드는 아직 ‘씨앗’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가 먼저 뿌리고 키우느냐에 따라 향후 산업의 주도권이 갈릴 수 있다. 정부가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 연구개발 사업을 넘어 ‘국가 핵심 전략 자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