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을 움직이자 세상에 하나뿐인 캐릭터가 태어났다. 태블릿에 그린 그림은 잠시 뒤 아크릴 키링이 되고, 마우스패드가 되고, 에코백 위에 자리를 잡았다.
용인 신갈오거리의 도시재생 공간이 주민들의 작은 ‘디지털 공방’으로 변신했다.
용인시는 신갈오거리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지역 창작자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디지털 드로잉으로 나만의 굿즈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11일 밝혔다.
프로그램은 신갈오거리 도시재생 거점공간인 관곡마을 실버케어센터에서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모두 4차례 열렸다. 단순히 강의를 듣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자신이 만든 이미지를 실제 생활용품으로 제작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평소 사용하는 개인 기기를 들고 수업에 참여했다. 화면 위에 캐릭터와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힌 뒤 이를 아크릴 키링과 아크릴 등신대, 마우스패드, 에코백 등으로 완성했다.
화면 속에만 있던 그림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으로 바뀌자 참가자들의 반응도 컸다.
한 참가자는 “직접 그린 그림이 실제 소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흥미롭고 보람 있었다”며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이 계속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역 안에서 사람을 찾았다’는 점이다. 시는 지역에서 디지털 드로잉 강사로 활동하는 ‘호기심나루’와 손잡고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외부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가져오기보다 지역 창작자가 자신의 재능을 주민들과 나누고, 주민은 새로운 문화활동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도시재생사업으로 만들어진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기도 하다.
도시재생은 흔히 낡은 건물을 고치거나 골목을 정비하는 사업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건물과 시설을 새로 만드는 것만으로 동네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만들어 놓은 공간에 주민이 찾아오고, 사람이 만나고, 다시 찾고 싶은 이유가 생겨야 비로소 도시재생의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
신갈오거리에서 열린 이번 프로그램도 그런 의미에서 출발했다. 도시재생 거점공간을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주민들이 그림을 배우고,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 창작자와 만나는 생활 속 문화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특히 거창한 장비나 전문적인 미술 경험이 없어도 스마트폰과 태블릿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문턱을 낮췄다. 주민들은 자신의 그림을 직접 굿즈로 만들어 가져가면서 도시재생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과 작은 결과물까지 얻었다.
용인시는 앞으로도 지역 창작자와 주민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신갈오거리 도시재생 거점공간에 활력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도시재생으로 조성한 거점공간이 지역 창작자와 주민이 만나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해 거점공간을 활성화하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도시를 바꾸는 일이 반드시 거대한 공사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 한 사람이 태블릿에 그림 하나를 그리고, 그 그림을 들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일. 신갈오거리의 도시재생은 그렇게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조금씩 들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