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밖에서 만삭까지 … 10kg 낭종 뒤에 숨은 아기

  • 등록 2026.08.11 15: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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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kg 태아’ … 자궁외임신 기적의 출산

용인신문 |

 

 

 

자궁이 아닌 복강에서 아기가 만삭까지 자랐다. 그것도 약 10kg에 달하는 거대한 난소낭종 뒤에서 말이다. 태어난 아기의 몸무게는 약 3.6kg. 의료진조차 좀처럼 보기 힘든 극히 드문 복부 자궁외임신 사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간호사 수지 로페즈(41)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출산 직전까지 생활했다.

 

로페즈에게는 오래전부터 난소낭종이 있었다. 과거 오른쪽 난소와 낭종을 제거한 뒤 임신 가능성을 남기기 위해 왼쪽 난소는 보존했다.

 

그러나 남아 있던 낭종은 해마다 커졌고 결국 무게가 약 10kg에 이를 정도로 거대해졌다.

 

배가 불러오고 발이 붓고 숨이 차는 증상도 나타났지만 로페즈는 모두 낭종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낭종 제거 수술을 받기로 한 그는 수술 전 검사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임신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추가 검사를 한 의료진은 더 놀랐다. 자궁 안에는 아기가 없었다. 대신 거대한 난소낭종 뒤쪽 복강에서 거의 만삭까지 성장한 태아가 발견됐다.

 

진단은 ‘복부 자궁외임신’이었다.

 

자궁외임신은 대부분 수정란이 난관에 착상하면서 발생하지만 극히 드물게 복강 안에 착상하기도 한다. 문제는 복강이 아기를 키우도록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상 임신에서는 태반이 자궁벽에 붙어 산모의 혈액을 통해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복부 임신에서는 태반이 복막이나 장기 주변 조직 등에 붙어 혈류를 확보해야 한다.

 

로페즈의 아기는 이 불안정한 환경에서 놀랍게도 만삭에 가까운 시기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출산은 산모에게 목숨을 건 수술이었다. 태반이 자궁 밖 혈관과 조직에 붙어 있어 이를 분리하는 순간 대량출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은 산부인과와 외과, 마취과 등 약 30명의 의료진으로 수술팀을 꾸렸다.

의료진은 먼저 약 10kg의 난소낭종을 제거했다. 종괴가 사라지자 그 뒤에서 양막과 탯줄에 둘러싸인 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몸무게 약 3.6kg의 남아였다. 예상했던 가장 큰 위기는 아기를 꺼낸 뒤 찾아왔다.

 

로페즈에게 대량출혈이 발생했고 의료진은 출혈을 막기 위해 자궁적출술까지 시행했다. 산모는 수술 과정에서 몸속 전체 혈액량에 가까운 양을 잃는 위기를 겪었다.

 

다행히 산모와 아기 모두 살아남았다. 아기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회복했고 로페즈 역시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이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자궁 밖에서 임신이 이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복부 임신은 태반이 안정적으로 혈액을 공급받기 어렵고 언제든 치명적인 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매우 위험하다.

 

태아가 정상 체중에 가까운 3.6kg까지 성장해 살아서 태어난 것은 더욱 이례적이다.

 

자궁이라는 보호막도 없었다. 눈앞에는 10kg짜리 거대한 낭종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그 좁고 위험한 공간에서 아기는 수개월 동안 심장을 뛰게 했고 결국 세상 밖으로 나왔다.

현대의학으로 과정을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자궁 밖에서 만삭까지 버틴 아이와 대량출혈을 견딘 엄마가 함께 살아남았다는 결과만큼은 ‘기적’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이승주 기자 chosun3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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