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물 나와도 전세는 없다 … 보유세가 만든 ‘두 개의 서울’

  • 등록 2026.08.11 11: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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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제 개편 발표 후 아파트 매물 2100건 증가 … 서초·강남 집중

용인신문 |

 

 

 

 

서울 주택시장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를 팔겠다는 집주인은 늘어나는데, 전세를 놓겠다는 집주인은 오히려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세제개편 이후 보유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매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기존 호가보다 수천만 원, 많게는 1억 원을 낮춘 매물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같은 세금이 전세시장에서는 정반대 효과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집을 계속 보유하려는 집주인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입자를 두는 대신 직접 들어가 사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경우다.

 

매매시장에는 집이 나오고, 전세시장에서는 집이 빠지는 ‘엇갈린 공급 충격’이 시작된 셈이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3일 6만409건에서 9일 6만 2516건으로 늘었다. 불과 6일 만에 2107건, 3.4% 증가했다.

 

눈에 띄는 것은 매물이 늘어난 지역이다. 서초구는 같은 기간 7630건에서 8098건으로 468건 증가했다. 증가율은 6.1%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강남구도 5.0% 늘었으며 영등포구 4.7%, 용산구 4.5%, 광진구 4.2% 등 주요 지역에서도 매물이 증가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권의 반응이 빠르다.

 

단순히 집을 시장에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가격을 낮춰 다시 매물을 등록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8일 기존 호가보다 1억 원 낮춘 45억 원에 다시 등장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59㎡도 지난 7일 5000만원 낮아진 31억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지금까지 서울 핵심지역에서는 집값 상승 기대가 높은 만큼 상당한 보유 비용도 감수하려는 집주인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부담해야 할 세금이 연간 수천만원 수준으로 커질 경우 계산은 달라진다.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적용한 보유세 추정치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의 보유세는 올해 1257만 원에서 내년 2509만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2㎡는 올해 2284만 원에서 내년 3874만 원, 래미안퍼스티지 같은 면적은 1905만 원에서 3367만 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집 한 채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자동차 한 대 값에 가까운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집주인 입장에서도 보유 여부를 다시 따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최근의 매물 증가다. 그러나 주택시장에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집주인에게 선택지는 ‘보유냐 매도냐’ 두 가지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을 팔지 않으면서 직접 들어가 사는 방법도 있다.

 

특히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제상 차이가 커질수록 임대를 주던 집을 회수해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려는 유인은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매매시장에서는 공급이 증가하지만 전세시장에서는 공급이 줄어드는 정반대 현상이 발생한다.

 

이미 강남권 전세시장에서는 가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전세 호가는 세제 발표 이후 24억~25억원 수준으로 올라왔다.

 

인근 래미안 트리니원 전용 60㎡도 10억원 초반대 전세 물건이 소진된 뒤 새로 나온 물건의 호가가 13억~16억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전세시장은 매매시장보다 공급 변화에 민감하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가격이 맞지 않으면 거래를 미룰 수 있지만 일정 시점에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세입자는 계약을 무작정 늦추기 어렵다.

 

특정 학군이나 직장 접근성이 중요한 지역이라면 선택지는 더 좁아진다.

 

전세 물건 몇 채가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호가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다.

 

특히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그동안 비거주 집주인의 주택이 상당 부분 임대시장 공급 역할을 해왔다.

 

이 물량이 실거주 주택으로 전환된다면 세금 정책의 충격은 집을 가진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전세를 구해야 하는 무주택자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세제개편의 효과를 단순히 ‘매물이 늘었다’는 숫자로 판단하기는 이르다.

 

첫 번째 관문은 늘어난 매물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지다.

집주인이 보유세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더라도 매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부담이 크다면 가격을 크게 낮춰 팔기보다는 다시 매물을 거둬들일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는 임대시장이다.

보유 부담을 높이는 대신 집주인의 실거주 선택을 강하게 유도한다면 매매시장에 일부 매물을 끌어내는 효과와 동시에 전세 공급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주택 세제의 효과는 한 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보유세를 올리면 집주인은 집을 팔 수도 있고, 계속 보유할 수도 있고, 임대를 끝내고 직접 들어가 살 수도 있다. 각각의 선택이 매매가격과 전셋값에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서울에서는 이미 그 세 갈래 움직임이 동시에 시작되고 있다. 매매시장에는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일부 집주인은 가격까지 낮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전세 물건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집값을 누르기 위해 움직인 세금이 전셋값을 밀어 올리는 역풍으로 돌아올지, 지금 서울 주택시장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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