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의대 입시에서 성적만큼이나 ‘어디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느냐’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다.
2027학년도 전국 의과대학 신입생 가운데 절반가량이 지방 학생에게만 문을 여는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되면서다.
특히 서울 수험생들이 아무런 지역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는 의대 선발 인원이 사상 처음 전체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의대 입시의 경쟁구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서울과 지방 학생들이 전국 대부분의 의대 정원을 놓고 함께 경쟁했다면 이제는 상당수 정원이 지역별로 먼저 나뉜 뒤 남은 자리를 놓고 전국 수험생들이 경쟁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9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7학년도 전국 39개 의대의 전체 모집인원은 3508명이다. 이 가운데 1734명이 지방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역인재 선발 인원이다. 전체의 49.4%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방 의대가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소재 27개 의대의 모집인원 2490명 가운데 1734명, 69.6%가 지역인재 몫이다. 지방 의대만 놓고 보면 신입생 10명 가운데 7명을 해당 지역 학생으로 뽑는 셈이다.
반대로 서울을 비롯해 지역인재 자격이 없는 수험생들이 지역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는 전국단위 선발 인원은 1752명에 그친다. 전체 의대 모집인원의 49.9%다.
서울 수험생 입장에서는 의미가 크다. 전국에 3500명이 넘는 의대 정원이 있지만 실제로 아무런 지역 제한 없이 경쟁할 수 있는 자리는 절반 수준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의대 입시 지형이 얼마나 빠르게 달라졌는지 더욱 분명해진다.
2022학년도만 해도 전국단위 선발 비율은 74.6%에 달했다. 이후 2023학년도 67.9%, 2024학년도 66.0%, 2025학년도 57.3%, 2026학년도 59.2%를 기록했고 2027학년도에는 49.9%까지 내려왔다. 전국단위 선발 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그 빈자리를 지역인재가 채웠다. 지방 의대의 지역 학생 선발 비율은 2022학년도 38%에서 2023학년도 47.9%, 2024학년도 50.7%, 2025학년도 59.9%, 2026학년도 61%로 꾸준히 높아졌다.
2027학년도에는 69.6%까지 치솟는다. 5년 만에 지방 의대 입시의 중심축이 사실상 지역인재 전형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 의대를 목표로 하더라도 서울과 지방 학생이 출발부터 서로 다른 경쟁을 치르는 현상도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지방 학생은 해당 지역 의대의 지역인재 전형과 전국단위 전형을 함께 노릴 수 있는 반면 서울 학생에게는 지역인재 전형이라는 선택지가 원천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상위권 수험생이 몰리는 의대 입시는 불과 몇 명의 모집인원 변화에도 합격선과 지원 전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국단위 모집 인원이 계속 줄어들 경우 서울과 수도권 최상위권 학생들이 수도권 의대와 전국단위 모집 의대로 더욱 집중되는 ‘압축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결국 2027학년도 의대 입시는 단순한 모집인원 경쟁을 넘어 ‘지역’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본격적으로 합격 가능성을 가르는 입시가 됐다.
한때 전국의 의대가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경쟁장이었다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방 의대 정원의 상당 부분에 지역의 울타리가 생기면서 서울 수험생에게 보이는 전국 의대 3508개의 자리가 실제 입시에서는 모두 같은 3508개의 자리가 아니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