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은 타고 바다는 끓고…‘폭염발 밥상물가’ 비상

  • 등록 2026.08.08 15: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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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한 단 6000원 육박…상추·애호박도 한 달 새 40~50% 급등
양식어류 57만 마리·가축 83만 마리 폐사…폭염 장기화 땐 추석 물가까지 ‘불똥’

 

용인신문 | 폭염의 청구서가 마침내 밥상에 날아들기 시작했다.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더위에 밭에서는 채소가 말라가고, 바다에서는 양식어류가 죽어가고 있다. 축산농가에서도 닭과 돼지 폐사가 속출한다. 문제는 지금 보이는 피해가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생산량 감소가 산지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도매·소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데는 일정한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폭염이 길어질수록 8월 말과 추석을 앞둔 장바구니 물가가 더 크게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먼저 가격이 반응한 것은 더위에 약한 잎채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6일 기준 시금치 100g 평균 소매가격은 1974원으로 한 달 전보다 무려 131.7% 뛰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300g 한 단을 2500원 안팎에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같은 양을 사려면 6000원 가까이 내야 한다.

 

한 달 만에 사실상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상추도 100g당 1627원으로 한 달 전보다 42.6% 올랐고, 애호박은 개당 1498원으로 47.7% 상승했다. 대파 1㎏ 가격도 3113원으로 한 달 전보다 7.1% 뛰었다.

 

폭염이 지속되면 채소류 가격은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 잎채소는 고온에 노출되면 생육 속도가 떨어지고 잎이 타거나 품질이 낮아져 상품으로 출하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가의 냉방·관수 비용까지 늘어나면 생산비 상승이 가격에 추가로 반영될 수 있다.

 

폭염의 충격은 밭에서 끝나지 않는다.

 

올여름 바다까지 뜨거워지면서 양식장에서는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6일 오후 5시 기준 폭염과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는 이미 57만 마리에 달한다. 광어가 22만3000마리로 가장 많았고 우럭 16만1000마리, 강도다리 15만1000마리, 숭어 3만3000마리가 폐사했다.

 

특히 해상 가두리 양식장은 사실상 폭염을 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바닷물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수온이 오르면 양식장 전체가 거대한 ‘온탕’으로 변한다.

 

대부분의 양식어류는 수온 28도 이상의 고온이 사흘 이상 지속되면 먹이 섭취가 줄고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고수온이 장기화하면 산소 부족과 질병까지 겹치면서 집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고수온 위험지역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해역은 전국 35곳 가운데 6곳이었지만 이달 3일에는 17곳으로 불과 나흘 만에 세 배 가까이 확대됐다.

 

아직 전체 양식어류 가운데 피해 비율은 크지 않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폭염과 고수온이 계속되면 출하 가능한 물량이 줄어 수산물 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소비자가 체감하는 생선 가격은 심상치 않다.

 

7월 주요 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9%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2.8%를 웃돌았다. 조기는 10.1%, 갈치는 9.4%, 고등어는 7% 상승했다.

 

산지와 도매시장의 움직임은 더욱 가파르다.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지난주 고등어 1㎏의 평균 경매 낙찰가격은 28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37% 올랐다. 갈치 역시 1㎏당 1만 6700원으로 1년 전보다 41.53% 뛰었다.

폭염 피해는 축산농가도 비껴가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로 6일 오전 8시까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모두 83만 603마리에 이른다. 닭·오리·메추리 등 가금류가 78만 8284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돼지도 4만 2319마리가 죽었다.

 

닭은 체온이 높은 데다 땀샘이 없어 고온에 특히 취약하다. 축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 사료 섭취량이 줄어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산란율도 낮아진다. 폐사까지 가지 않더라도 생산성이 떨어지면 닭고기와 계란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축산물 가격 역시 이미 상승세다.

 

6일 기준 소고기 안심 1등급 소비자가격은 100g당 1만 5324원으로 지난해보다 31.4% 올랐고, 삼겹살은 100g당 2931원으로 5.5% 상승했다. 육계 1㎏은 6176원으로 3.7%, 계란 30구는 7411원으로 2.2% 올랐다.

 

채소와 생선, 고기 가격이 동시에 흔들리는 현상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른바 ‘히트플레이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히트(Heat)’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로, 폭염과 가뭄·홍수 같은 이상기후가 농축수산물 생산을 줄이고 결국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을 뜻한다.

 

과거에는 폭염 피해가 특정 농산물 가격 급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육지의 농작물부터 축산업, 바다의 양식업까지 동시에 고온 피해를 입으면서 식품 공급망 전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폭염 피해와 소비자가격 사이에 ‘시간차’가 있다는 점이다.

 

농작물이 말라 죽고 가축과 양식어류가 폐사했다고 해서 다음 날 곧바로 시장가격이 모두 오르는 것은 아니다. 기존 재고와 계약 물량이 소진된 뒤 생산 감소분이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오히려 수주 뒤 가격 충격이 본격화할 수 있다.

 

8월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와 공급 부족이 겹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도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사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지원을 확대하고 폭염 취약 농가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농작물에 대해서는 생육관리협의체를 상시 가동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는 영양제 살포와 긴급 급수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도 액화산소 공급장치와 차광막 등 고수온 대응 장비를 가동하는 한편 피해가 우려되는 양식어류는 조기 출하하고 상황에 따라 긴급 방류까지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결국 관건은 폭염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밭의 채소와 축사의 가축, 바닷속 물고기는 에어컨을 켤 수 없다. 기온과 수온이 치솟는 시간

 

 

이 길어질수록 생산 현장의 피해는 누적되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의 장바구니로 이동한다.

시금치 한 단 6000원은 시작일지 모른다.

 

올여름 대한민국의 밥상 물가는 지금 ‘40도 폭염’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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