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서울에서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던 국내 숙박산업이 완전히 다른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한때 줄폐업이 이어졌던 호텔과 숙박업소는 이제 객실이 부족해 예약을 받지 못하는 날이 늘고 있고, 객실 요금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숙박업이 다시 '돈 되는 산업'으로 돌아온 것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70만 명으로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 추세라면 정부 목표인 연간 2300만 명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광객 증가는 단순한 회복을 넘어 국내 관광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숙박시장이다.
코로나19 당시 수익 악화로 문을 닫은 호텔과 모텔, 게스트하우스는 적지 않았지만 관광객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왔다. 공급은 줄어든 반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면서 서울 도심은 사실상 객실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호텔 객실 가동률은 79.2%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객실 정비와 예약 취소 등을 고려하면 80% 안팎이면 사실상 만실 수준으로 본다.
객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객실당 매출(RevPAR)은 20만원을 넘어 코로나19 이전보다 67% 증가했다. 서울 호텔 투숙객의 70% 이상은 외국인이 차지했다. 이제 서울 호텔시장은 국내 여행객보다 해외 관광객의 수요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호텔 개발은 크게 위축됐다. 신규 객실 공급은 연간 1000실 안팎으로 코로나19 이전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호텔 신축에는 막대한 투자비와 긴 공사 기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이 같은 공급 부족은 숙박업 창업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처럼 모텔과 여관 중심이 아니다. 외국인 자유여행객(FIT) 증가와 여행문화 변화에 맞춰 호스텔, 도시민박, 레지던스, 캡슐호텔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숙박업이 부동산 투자와 관광산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는 이유다.
그러나 업계는 지금의 호황만 보고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이미 공급 확대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새로 문을 연 숙박시설은 지난해 연간 개업 규모에 육박했다. 생활숙박시설과 중저가 호텔 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고, 홍대·성수·강남 등 주요 상권에서는 대형 호텔 신축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3년 안에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의 높은 객실 가동률과 객실 요금은 공급 부족이 만든 결과인 만큼 신규 숙박시설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 가격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호황은 영원한 상승장이 아니라 공급 공백이 만든 '골든타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입지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숙박 수요는 서울 전역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 명동과 홍대, 성수, 강남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집중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수익성 차이는 매우 크다. 대로변보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골목 안쪽 건물이 더 높은 수익을 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허가 장벽도 여전히 높다.
용도지역 제한은 물론 학교 주변 규제, 소방시설, 주차장, 정화조 기준 등 충족해야 할 조건이 많다. 최근에는 숙박시설 안전기준도 강화되는 추세여서 단순히 객실만 갖춰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
숙박업은 분명 다시 성장산업이 됐다. 하지만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라는 기회와 함께 공급 확대와 경쟁 심화라는 변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앞둔 지금, 대한민국 숙박산업은 10년 만의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진짜 승자는 관광객이 몰리는 흐름보다 호황이 끝나는 시점을 먼저 읽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의 수혜가 서울에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버랜드와 한국민속촌, 자연휴양림, 골프장,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대규모 공연장 등 풍부한 관광·산업 인프라를 갖춘 용인 역시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를 유도하는 전략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오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게 하느냐'가 지역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울에서 하루를 보낸 관광객을 용인으로 유입해 숙박과 쇼핑, 문화체험, 식음료 소비까지 연결하는 체류형 관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용인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해외 비즈니스 방문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광과 산업을 연계한 숙박 인프라 확충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서울에 몰리는 관광객을 얼마나 용인으로 분산시키고, 하루라도 더 머물게 하느냐이다. 체류 시간이 곧 지역경제 효과로 이어지는 만큼 용인도 숙박과 관광, 산업을 연계한 체류형 관광도시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