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이 치매 환자 일상 바꿨다"

  • 등록 2026.08.07 11: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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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토마토 키우며 웃음꽃…'농사'가 된 치매 치료
흙 만지고 채소 키웠더니 달라졌다…치매 환자들의 특별한 9주

 

용인신문 | 치매 치료는 병원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 작은 씨앗 하나를 심고, 물을 주고, 싹이 자라는 모습을 기다리는 시간이 치매 환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흙을 만지고 채소를 키우는 평범한 일상이 잊혀가던 기억을 깨우고 삶의 활력을 되찾게 했다.

 

용인시 기흥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는 경증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운영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씨앗에서 밥상까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는 경증 치매환자 20명을 대상으로 1기와 2기로 나눠 각각 9주 동안 진행됐으며, 모두 55회에 걸쳐 운영됐다.

 

프로그램은 단순히 채소를 재배하는 체험에 그치지 않았다. 씨앗과 모종을 심는 것부터 물주기, 해충 관리, 가지치기, 인공수분, 지지대 설치, 수확까지 작물의 성장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며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일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참여자들은 센터 텃밭에서 감자와 토마토, 고추, 상추, 청경채, 대파 등을 직접 키우며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했다. 작물이 자라는 만큼 어르신들의 표정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식물을 보며 기대감을 갖고, 직접 수확한 채소를 손에 쥐었을 때는 큰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꼈다.

 

 

농사는 자연스럽게 추억도 불러냈다. "예전에는 이런 농사를 많이 지었지." "토마토는 이렇게 키워야 맛있어." 참여자들은 과거 농사 경험과 가족 이야기를 나누며 회상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치유농업이 인지 자극과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밥상'이었다.

 

기흥구보건소 영양사의 영양교육과 함께 직접 재배한 채소를 활용한 요리 시간도 마련됐다. 1기 참여자들은 청경채 삼겹말이와 청경채 샐러드를 만들었고, 2기 참여자들은 토마토감자 샐러드와 고추쌈장무침을 완성했다. 씨앗을 심는 순간부터 수확한 채소를 음식으로 만들어 나누는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프로그램의 의미를 더욱 깊게 했다.

 

용인시는 권역별 특성에 맞춘 치유농업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처인구 치매안심센터는 용인시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치매 고위험군을 위한 치유원예 기반 인지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수지구 치매안심센터는 꽃과 식물을 활용한 '힐링 꽃길' 프로그램으로 가족 간 소통과 정서 회복, 사회적 고립 예방을 지원하고 있다.

 

기흥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직접 씨앗과 모종을 심고 작물을 가꾸면서 수확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치매 환자들이 일상 속에서 즐거움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확대해 건강한 치매 돌봄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치매를 완전히 치료하는 약은 아직 없다. 하지만 흙을 만지고, 식물을 돌보고,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작은 일상은 치매 환자들에게 잃어버린 기억뿐 아니라 삶의 기쁨까지 조금씩 되돌려주고 있었다. 텃밭에서 자란 것은 채소만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웃음과 자신감,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일상이었다.

박숙현 기자 yongin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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