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시 공공건축물 건축 관련,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해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용인시 제공)
“BF 인증을 받았는데도 장애인은 불편했다.”
용인 기흥국민체육센터에는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들어섰지만 장애 자녀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힐 가족 공간은 없었다.
설계도에는 문제가 없었고 법적 기준도 모두 충족했다. 그러나 실제 이용자는 가장 기본적인 동선에서 불편을 겪었다. 결국 한 학부모의 건의로 가족 샤워실과 가족 탈의실이 새로 설치됐다.
이 작은 변화는 용인시의 공공건축 행정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용인시는 앞으로 공공건축물을 설계하고 시공할 때 장애인이 직접 참여하는 사용자 중심 점검체계를 도입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장애인이 설계 단계부터 준공,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실제 이용자의 시각에서 시설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공공건축물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과 유니버설디자인 기준을 적용해 조성됐다.
그러나 법적 기준을 충족했음에도 실제 이용 과정에서는 크고 작은 불편이 반복됐다.
경사로의 기울기, 출입문 폭, 엘리베이터 버튼 위치, 장애인 화장실 접근 동선 등은 설계도상 문제가 없어도 이용자에게는 불편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기준에는 맞지만 사용하기는 불편한 시설’이 적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따라 시는 장애인 관련 단체 추천을 받아 5명 이내의 자문단을 구성하고 설계 단계부터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공사 과정에서는 현장을 함께 점검하고, 준공 전에는 장애 유형별 이용 환경을 직접 확인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한다.
건물이 완공된 이후에도 이용 만족도와 불편 사항을 조사해 개선하고, 사례를 표준 체크리스트로 축적해 앞으로의 공공건축에 반영할 계획이다.
새 제도는 현재 설계 중인 처인구 마평동 장애인회관과 공사 중인 동부지역여성복지회관에 우선 적용되며, 오는 8월부터는 용인시가 추진하는 공공건축물 전반으로 확대된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장애인을 행정서비스의 수혜자가 아니라 공공건축의 사용자이자 검증 주체로 참여시키는 데 있다.
전문가가 설계하고 장애인이 이용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이용 경험을 설계와 시공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시도다.
이상일 시장은 “기흥국민체육센터 가족 샤워실과 가족 탈의실도 장애 청소년을 둔 학부모의 의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현장의 불편은 실제 이용자가 가장 잘 아는 만큼 설계 단계부터 목소리를 반영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제도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장애인의 의견이 단순한 자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설계 변경과 시공에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관건이다.
형식적인 참여를 넘어 이용자의 경험이 공공건축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