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몇 초면 끝나는 일이다. 무인 대출기에 회원증을 찍고 책을 올려놓으면 된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기계 높이가 벽처럼 느껴졌고,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직원이나 가족의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어야 할 공공도서관에서조차 '혼자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이 존재했던 이유다.
용인시가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지역 내 모든 공공도서관의 도서자동화 장비를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선했다. 단순한 기계 교체가 아니라 공공서비스 접근 방식을 바꾸는 변화다.
시는 최근 지역 내 21개 공공도서관에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도서자동화 장비를 최소 1대 이상 확보하는 사업을 마무리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단계적 확대 시행에 맞춰 누구나 차별 없이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됐다.
도서자동화 장비는 사서의 도움 없이 책을 대출하거나 반납하고 회원증을 발급받는 무인 시스템이다.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용률은 높아졌지만, 장애인과 고령자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장벽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용인시는 내용연수가 지난 자가대출반납기 4대를 장애인 접근성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교체했다. 새 장비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높낮이 조절 기능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기능이 적용됐다.
기존 장비도 그대로 두지 않았다. 무인반납기 9대, 자가대출반납기 4대, 무인회원증 발급시스템 2대, 좌석관리시스템 3대 등 모두 18대에 화면 확대 기능과 음성 지원, 점자 키패드, 점자 스크린 등 장애인 접근성 기능을 추가 설치했다.
이번 개선으로 용인의 21개 공공도서관 어디를 가더라도 장애인이 스스로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했던 일이 이제는 혼자서도 가능한 일상이 된 것이다.
이번 사업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넘어 고령자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면 확대와 음성 안내 기능은 시력이 저하된 노년층의 이용 편의도 크게 높여주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공간이다. 장애 때문에, 나이 때문에 이용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최근 공공도서관 정책의 핵심 가치다.
용인시는 앞으로도 신규 도서관을 개관하거나 노후 장비를 교체할 때 장애인과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고려한 장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기계 몇 대가 아니다. '도와주세요'라는 말 대신 스스로 버튼을 누르고 책을 빌릴 수 있게 된 시민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공공도서관이 비로소 모두에게 같은 출발선 위에 선 공간으로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