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모두에게 약은 아니다"…보양식도 개인 맞춤 시대

  • 등록 2026.07.15 10: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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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고혈압·신장질환·임산부·노인…질환 따라 달라지는 여름 건강식
'몸보신' 믿고 먹었다가 혈당·혈압 치솟을 수도…전문의들 "이제는 맞춤 영양 시대“

 

용인신문 | 초복이면 삼계탕 한 그릇으로 기력을 보충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가 찹쌀까지 모두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를 수 있고, 고혈압 환자가 국물을 비우면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에 육박할 수도 있다. 신장질환자는 몸보신을 위해 먹은 고단백 음식이 오히려 신장 기능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오랫동안 '몸에 좋다'고 믿어온 보양식이 누구에게는 약이지만, 누구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의료계의 보양식 기준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비싼 식재료를 많이 먹는 것이 몸보신이었다면 이제는 질환과 연령, 건강 상태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는 '개인 맞춤 영양(Personalized Nutrition)'이 새로운 건강관리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좋은 음식은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음식은 없다"며 "같은 삼계탕도 누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만성질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는 각각 수백만 명에 이르고, 만성콩팥병 역시 성인에서 흔한 질환으로 꼽힌다. 초복 보양식 한 끼가 더 이상 건강한 성인만을 기준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임산부와 고령층까지 포함하면 상당수 국민이 '질환별 식사법'을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대표적인 보양식인 삼계탕만 봐도 그렇다. 닭고기는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고 인삼과 마늘은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로 알려져 있지만, 국물에는 지방과 나트륨이 적지 않게 들어 있고 찹쌀은 혈당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 결국 삼계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몸 상태에 맞게 먹는 방법이 건강을 좌우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삼계탕 속 찹쌀은 일반 쌀보다 혈당지수(GI)가 높아 많이 먹으면 식후 혈당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국물까지 모두 마시면 열량과 지방 섭취도 늘어난다. 의료진은 닭고기 살코기를 중심으로 먹고 찹쌀은 절반 정도만 섭취하며 채소를 함께 곁들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식후 20~30분 정도 가볍게 걷는 것도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

 

고혈압 환자는 나트륨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삼계탕 국물에는 조리 과정에서 들어간 소금과 조미료가 녹아 있어 국물을 모두 마시면 나트륨 섭취량이 크게 늘어난다. 여기에 김치나 젓갈을 함께 먹고 소금까지 추가하면 혈압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의료진은 건더기 위주로 먹고 국물은 가능한 한 남기는 식습관을 권장한다.

 

신장질환자는 오히려 '몸보신'이라는 생각으로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신장은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관이다.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고단백 식사를 계속하면 신장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흑염소나 장어, 각종 단백질 건강식품을 무리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만성콩팥병 환자는 의료진이 권장하는 단백질 섭취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임산부에게는 영양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임신 중에는 면역체계 변화로 식중독과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어 육회나 덜 익힌 고기, 날달걀, 비살균 유제품은 피해야 한다. 삼계탕처럼 충분히 익힌 음식은 안전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지만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한약재나 건강식품을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인에게 필요한 보양은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지키는 식사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과 소화 기능이 함께 감소하기 때문에 한 번에 과식하기보다 닭고기와 생선, 달걀, 두부처럼 소화가 쉬운 단백질을 여러 번 나누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에는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해 탈수가 생기기 쉬운 만큼 충분한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이제 보양식도 질환 관리의 연장선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대학병원 영양의학 전문의는 "보양식을 먹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질환에 맞게 먹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라며 "당뇨병 환자는 찹쌀을 줄이고, 고혈압 환자는 국물을 남기고, 신장질환자는 단백질 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건강한 보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장내 미생물, 대사 반응까지 분석해 식단을 설계하는 정밀영양학 연구도 활발하다. 질병을 치료하는 시대를 넘어 질병을 예방하는 식사가 의학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초복은 모두에게 찾아오지만 몸은 모두 다르다. 이제 여름 보양식도 '많이 먹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내 몸의 질환과 건강 상태를 알고, 그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의학이 말하는 가장 과학적인 몸보신이자 진정한 여름 보양의 기준이 되고 있다.

박숙현 기자 yongin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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