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부모 모셨는데…받은 2억 다시 나누라고?”

  • 등록 2026.07.15 1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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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장기 부양 대가라면 유류분서 제외 가능”
‘똑같이 나누는 상속’에서 ‘기여를 인정하는 상속’으로…유류분 판례 새 전환점

 

용인신문 |

“27년 동안 부모를 모셨는데도 형제들과 똑같이 나눠야 한다면 과연 공평한가.”

오랫동안 부모를 돌본 자녀가 생전에 받은 재산은 다른 상속인과 다시 나눠야 하는 유류분 계산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모를 부양한 시간과 희생을 상속에서도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유류분 제도의 무게중심이 균등분배에서 실질적 기여 인정으로 옮겨가는 상징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민사3부는 피상속인의 딸 A씨가 자매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부모가 생전에 특정 자녀에게 준 약 2억 원을 둘러싼 가족 간 상속 분쟁에서 시작됐다.

A씨는 부모가 2016년 B씨에게 준 2억 원이 사실상 미리 받은 상속재산인 만큼 유류분을 계산할 때 포함해야 한다며 부족한 자신의 상속분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B씨는 27년 동안 부모를 가까이에서 돌보며 요양병원비와 휴대전화 요금, 생활비 등을 부담해 왔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받은 돈은 단순한 증여가 아니라 오랜 부양과 기여에 대한 보상이므로 유류분 계산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1심과 2심은 기존 민법에 따라 B씨가 받은 돈을 ‘특별수익’으로 보고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재판부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제도에서 공동상속인의 기여분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점을 주목했다. 이후 올해 3월 개정된 민법도 장기간 부양이나 재산 유지·증가에 대한 기여를 보상하기 위한 증여와 유증은 기여한 범위 안에서 유류분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처럼 상속은 개정 민법 시행 이전에 시작됐더라도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면 위헌성이 해소된 개정 민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가 기존 규정을 일정 기간 유지하도록 한 것은 제도 공백을 막기 위한 것이지, 기여한 상속인의 권익 침해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건에는 위헌성이 제거된 새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가족의 상속 분쟁을 넘어 우리 사회 상속문화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유류분 제도는 부모를 오랫동안 간병하거나 생활을 책임진 자녀와 거의 부양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상속인이 같은 기준으로 상속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효도한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부모를 돌본 시간과 희생 역시 상속에서 보호받아야 할 가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장기간 부양을 주장한다고 해서 모두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부양 기간과 생활비·병원비 부담,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나 증가에 기여한 정도, 생전 증여가 그 기여에 대한 보상 목적이었는지 등을 법원이 구체적인 증거를 토대로 판단하게 된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유류분 소송의 핵심 쟁점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얼마를 받았는가”보다 “누가 얼마나 부모를 돌봤는가”가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상속을 단순한 균등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안에서의 책임과 헌신까지 함께 평가하는 제도로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부모를 모신 시간이 더 이상 상속에서 불이익이 아닌, 법이 보호하는 기여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우리 상속제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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