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때문에 삶을 포기하지 말라.. 정부 '채무 위기'부터 막는다

  • 등록 2026.07.15 09: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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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이유 자살 10년 새 42% 급증…'1375' 대표번호 신설
채무·복지 데이터 결합해 위기가구 조기 발굴…회생부터 복지까지 원스톱 지원

 

용인신문 |

“연체가 시작되면 삶도 무너진다.”

카드값을 막기 위해 대출을 받고, 대출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지는 악순환. 결국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사회와 단절되는 사람들. 정부가 더 이상 채무 문제를 개인의 실패가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험’으로 보고 대응에 나섰다.

앞으로는 빚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이 여러 기관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전화 한 통으로 채무조정과 개인회생, 복지지원, 취업 연계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금융과 복지 정보를 결합해 경제적 위기에 빠진 국민을 미리 찾아내는 시스템도 처음으로 구축한다.

금융위원회는 14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경제적 위기자 자살예방대책’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은 단순한 채무지원 확대가 아니라 경제적 위기가 생명 위기로 이어지기 전에 국가가 먼저 개입하는 새로운 사회안전망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해 경제적 이유 자살 4,398명…역대 최고 수준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배경은 심각해지는 경제적 자살 문제다.

자살통계연보에 따르면 경제적 문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자살 사망자는 2015년 3,089명에서 지난해 4,398명으로 42% 넘게 증가했다.

전체 자살 가운데 경제적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23.0%에서 29.6%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 10명 가운데 3명은 빚과 실직, 생활고 등 경제적 어려움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채무조정과 개인회생, 복지지원 제도가 있었음에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제도를 모르거나 여러 기관을 전전하다 지원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375만 기억하세요”…채무상담 국가대표 번호 만든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국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채무상담 대표번호 ‘1375’가 신설되는 것이다.

오는 10월부터 운영되는 1375는 신용회복위원회가 맡는다.

전화 한 통이면 채무조정 상담은 물론 개인회생·파산 절차 안내, 서민금융 지원, 복지서비스 연계, 취업지원,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기존처럼 법원과 금융기관, 복지기관을 각각 찾아다니는 불편을 줄여 경제적 위기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취지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할 때 여러 금융회사에서 각각 발급받아야 했던 부채증명서도 한 번에 발급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개선된다.

채무 상담 거점도 확대된다. 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는 기존 10곳에서 12곳으로 늘었고,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도 현재 50곳에서 56곳으로 확대된다.

 

 

국가가 먼저 위기를 찾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찾아오는 사람만 돕는 방식’에서 ‘먼저 찾아가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정부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함께 금융 데이터와 복지 데이터를 결합한 ‘경제적 위기자 특화모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채무정보와 건강보험료 납부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경제적 위기 가능성이 높은 가구를 조기에 찾아내고 복지부의 위기가구 발굴시스템과 연계해 상담과 지원을 시작한다.

정책서민금융 이용자 가운데 취약차주나 채무조정이 중단된 사람에 대한 정보도 추가로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계획이다.

경제적 위기가 장기화되기 전에 국가가 먼저 신호를 감지해 개입하는 체계가 처음 도입되는 셈이다.

 

민간 금융사도 ‘재기 지원’ 동참

민간 금융권도 경제적 위기자 지원에 참여한다.

BNK부산은행은 정책서민금융을 성실히 상환하는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우대금리 대출과 적금을 출시하고, 우리카드는 기존 신용카드 이용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전용 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상생보험기금을 활용해 중대질병이나 사망 시 채무조정 잔액 일부를 대신 상환하는 신용생명보험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서민금융 플랫폼 ‘잇다’를 통해 각 금융회사의 사회공헌사업과 경제적 위기 지원제도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빚을 해결하는 정책에서 삶을 지키는 정책으로

이번 대책은 단순히 채무를 조정하거나 빚을 줄여주는 정책이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고립과 우울,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국가가 먼저 끊겠다는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연체와 체납, 소득 감소, 사회적 고립 등 여러 신호가 차례로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이러한 위험 신호를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포착해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이번 대책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번 정책은 ‘빚을 갚게 하는 정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빚 때문에 국민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키는 정부’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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