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IVF 네 번 하는 동안 왜 한 번도 안 봤을까"
자궁경이라는 마지막 퍼즐
반복되는 착상 실패, 의사들이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한 곳은 '배아'가 아니라 '자궁'이었다
IVF(시험관아기 시술)를 네 차례 받았던 A씨는 병원을 옮긴 첫날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자궁 안을 직접 한번 보시죠."
가느다란 카메라가 자궁 안으로 들어간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작은 자궁내막용종과 얇은 유착이 발견됐다. 그동안 여러 차례 초음파 검사를 받았지만 한 번도 설명을 듣지 못했던 병변이었다. 의사는 곧바로 용종을 제거하고 유착을 박리했다.
검사가 끝난 뒤 A씨는 안도감보다 허탈함이 더 컸다고 한다.
'IVF를 네 번 하는 동안 왜 이 검사는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물론 누구도 단정할 수는 없다. 발견된 용종과 유착이 반복된 착상 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 이를 제거했다고 반드시 임신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초음파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이상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난임 치료에서 오래된 질문 하나를 다시 꺼내 놓는다.
초음파는 무엇을 보고, 자궁경은 무엇을 보는가.
시험관아기 기술은 지난 40여 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했다. 배아를 배양하는 기술은 정교해졌고, 착상 전 유전자검사(PGT)는 염색체 이상을 선별하며, 인공지능은 배아의 발달 가능성까지 예측하기 시작했다. 세계 IVF의 경쟁은 '더 좋은 배아를 만드는 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질문이 있다.
좋은 배아를 이식했는데도 왜 임신은 시작되지 않는가.
최근 난임 치료의 관심이 다시 자궁으로 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리 건강한 배아라도 착상할 공간이 준비되지 않으면 임신은 시작될 수 없다.
씨앗이 아무리 좋아도 흙이 단단하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제 난임 치료는 배아만 평가하는 시대를 넘어, 배아를 품는 자궁 환경까지 함께 살피는 방향으로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난임여성은 자궁을 질식초음파로만 본다. 초음파는 난임 진료의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기본검사이기 때문이다. 자궁의 크기와 모양, 자궁내막의 두께, 난포의 성장, 근종과 난소낭종까지 대부분의 정보를 빠르고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방사선 노출이 없고 반복 검사도 가능해 현대 난임 치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검사다.
하지만 초음파는 어디까지나 음파를 이용해 만든 영상이다.
난임의사는 회색과 흰색이 섞인 단면 영상을 해석해 자궁의 상태를 판단한다. 해상도가 크게 발전했지만 자궁강 안쪽의 미세한 표면 변화나 몇 밀리미터 크기의 작은 병변까지 언제나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변의 위치와 크기, 자궁내막의 상태에 따라 정상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자궁경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궁을 본다.
직경 3~5㎜ 정도의 가느다란 내시경을 자궁경부를 통해 넣고 생리식염수로 자궁강을 천천히 넓힌다. 카메라 끝의 조명이 켜지는 순간 손바닥보다 작은 자궁 안이 화면 가득 펼쳐진다. 분홍빛 자궁내막이 살아 있는 조직처럼 보이고, 배아가 착상하는 자궁 바닥과 양쪽 난관 입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혈관의 흐름과 내막의 질감, 미세한 돌기 하나까지 확대된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초음파가 위성사진이라면 자궁경은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검사다.
그래서 초음파에서는 하나의 그림자로 지나갔던 병변이 자궁경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자궁내막용종이다. 대부분 양성이지만 크기가 2~3㎜에 불과하면 초음파에서는 내막과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자궁경 화면에서는 내막 위로 버섯처럼 솟아 있는 작은 돌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거미줄처럼 얇은 자궁유착도 마찬가지다. 유산이나 자궁 수술 뒤 생긴 유착은 초음파에서는 정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궁경에서는 자궁벽을 연결하는 실 같은 막이 그대로 드러난다. 유착이 심하면 자궁강이 좁아지고 내막이 충분히 자라지 못해 착상 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도 점막하근종, 선천성 자궁중격, 유산 후 남아 있는 잔류 조직, 만성 자궁내막염이 의심되는 이상 소견 등은 자궁경이 진단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병변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자궁경은 발견에서 끝나지 않는다.
용종은 바로 절제할 수 있고, 유착은 즉시 박리하며, 작은 중격도 같은 시술 과정에서 교정이 가능하다. 진단과 치료가 하나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확한 검사를 왜 모든 난임 환자에게 시행하지 않을까. 답은 의외로 명확하다. 자궁경은 좋은 검사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검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생식의학회(ESHRE)와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등은 초음파를 포함한 기본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고 첫 IVF를 준비하는 여성에게 자궁경을 일률적으로 시행한다고 해서 출산율이 확실히 높아진다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자궁경은 대부분 외래에서 안전하게 시행되지만 침습적 검사인 만큼 통증과 불편감이 있을 수 있고, 드물게 감염이나 출혈, 자궁 천공 등의 합병증 가능성도 있다. 모든 환자에게 시행하기보다 검사의 이득이 더 큰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현재의 표준이다.
현재 자궁경을 적극 고려하는 대상은 비교적 분명하다. 반복적인 배아 착상 실패를 경험했거나 반복 유산이 있는 경우, 초음파에서 용종이나 점막하근종이 의심되는 경우, 자궁유착이나 자궁기형이 의심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환자에서는 자궁경이 다음 치료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반대로 자궁경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경계해야 한다. 자궁경에서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환자도 적지 않고, 병변을 제거했다고 해서 반드시 임신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IVF의 성공은 여성의 연령과 난소 기능, 배아의 염색체 상태, 정자의 질, 자궁내막의 수용성 등 여러 요인이 함께 결정한다. 자궁경은 그 복잡한 퍼즐 가운데 '자궁강'이라는 한 조각을 보다 정확하게 맞추는 검사다.
배아(수정란)가 아홉 달 동안 머물러야 할 단 하나의 공간, 자궁이다. 보이지 않는 생명의 시작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 바로 이 공간을 직접 들여다보는 일이, 반복되는 실패의 이유를 설명하는 첫 번째 단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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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유럽생식의학회(ESHRE) 가이드라인,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권고안, 국제 의학 논문 및 국내 난임 전문의 자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