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장을 볼 때마다 가격표가 또 바뀌었다." 한동안 숨을 고르는 듯했던 먹거리 물가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라면과 음료에 이어 이번에는 카레와 케첩, 당면, 후추까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집에서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식재료들이 줄줄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도 다시 커지고 있다.
이번 가격 인상은 특정 기업의 조정이 아니라 식품업계 전반에 번지는 '도미노 인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 포장재 비용 증가가 동시에 겹치면서 식품기업들이 더 이상 가격을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오는 16일부터 카레와 케첩, 당면, 후추 등 29개 품목의 출고가격을 인상한다. 유통업체별 재고 소진 시점에 맞춰 편의점과 대형마트, 온라인몰 판매가격도 순차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인상 폭은 후추류 평균 17%로 가장 높다. 당면은 평균 10%, 카레와 케첩은 각각 6.1% 인상된다.
대표 제품인 3일숙성카레(80g)는 3200원에서 3680원으로 오른다. 옛날당면(500g)은 7180원에서 7950원으로, 토마토케첩(300g)은 2180원에서 2480원으로 조정된다. 순후추(50g) 역시 4850원에서 5380원으로 인상된다.
기업들은 원가 상승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한다. 국제 유가와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포장재 비용이 늘어난 데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수입 원재료 부담도 크게 증가했다. 식품 제조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비용이 동시에 오르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롯데칠성음료도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밀키스, 레쓰비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5.3% 인상했다. 앞서 여러 식품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조정한 데 이어 생활 밀착형 제품으로 인상 품목이 계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출고가격 인상은 결국 소비자가 마주하는 판매가격으로 이어진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외식업체까지 원가 부담이 전가되면서 생활물가 상승 압력이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카레와 케첩, 당면처럼 거의 모든 가정이 반복적으로 구입하는 제품은 인상 폭이 수백 원에 그쳐도 체감 부담은 훨씬 크다. 한 품목의 가격보다 여러 생활필수품이 동시에 오르는 '누적 물가'가 가계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식탁은 다시 흔들리고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되고 국제 원재료 가격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한 생활식품 가격 인상 흐름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가 다시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