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벽 무너진 노인빈곤율 … 남은 과제는 ‘초고령 빈곤’

  • 등록 2026.07.10 10: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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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인구 1700만 시대 … 국민 3명 중 1명 고령층

용인신문 |

 

자료 : 국가데이터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사회문제로 꼽혀온 노인 빈곤이 조금씩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기구와 국내 정부 통계 모두에서 노인 빈곤율이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오면서 우리 사회의 노후 안전망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개선의 시작’일 뿐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국민연금연구원이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5(Pensions at a Glance 2025)’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소득 빈곤율은 39.7%를 기록했다.

 

OECD 통계에서 한국 노인 빈곤율이 30%대로 내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49.6%였던 노인 빈곤율은 2017년 45.7%, 2019년 43.8%, 2021년 43.4%, 2023년 40.4%로 꾸준히 감소해 왔으며, 이번 조사에서 마침내 40% 아래로 내려왔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하락세가 국제 통계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국내 공식 통계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처분가능소득 기준 35.9%로 집계됐다.

 

최근 2년간 38% 안팎에서 정체됐던 수치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며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노인 10명 가운데 4명 가까이가 빈곤층이던 구조가 이제는 3명 중 후반 수준까지 낮아졌다는 의미다.

 

여기서 말하는 상대적 빈곤율은 우리 사회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에 있는 가구 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의 비율이다.

 

처분가능소득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등 정부 이전소득을 더하고 세금 등을 제외한 실제 생활 가능한 소득을 의미한다.

 

이번 통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정부 복지정책의 효과가 수치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노인들이 스스로 벌어들이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 시장소득만 기준으로 하면 빈곤율은 54.9%에 달했다.

 

 

사실상 노인 두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빈곤 상태라는 의미다. 그러나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등 각종 이전소득이 반영된 뒤에는 빈곤율이 35.9%까지 낮아졌다.

 

정부 지원이 빈곤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보여주는 격차도 더욱 커졌다. 시장소득 빈곤율과 처분가능소득 빈곤율의 차이는 2023년 17.3%포인트에서 지난해 19.0%포인트로 확대됐다.

 

노후 소득을 개인의 노동시장 참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공적 이전소득이 빈곤 완화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개선된 통계만으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OECD 회원국 평균 노인 빈곤율은 14.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39.7%는 평균의 약 2.7배에 달하며 여전히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인과 전체 국민 사이의 빈곤 격차도 여전히 심각하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빈곤율은 14.9%지만 노인 빈곤율은 39.7%로 무려 24.8%포인트 높았다.

 

노인이 되는 순간 빈곤 위험이 급격히 커지는 구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격차 역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수준으로 나타났다.

 

빈곤은 특정 계층에 더욱 집중됐다. 66세에서 75세 노인의 빈곤율은 29.8%였지만 75세 이상에서는 54.0%까지 치솟았다. 나이가 들수록 노동소득은 줄고 의료비와 돌봄 비용은 늘어나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여성 노인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남성 노인의 빈곤율은 32.6%였지만 여성은 45.0%에 달했다. 과거 경제활동 참여율과 연금 가입 기간의 차이가 노후 소득격차로 이어지는 구조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득 분배 수준도 다른 선진국과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 노인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76으로 전체 국민(0.331)보다 높았다. 반면 OECD 평균은 노인층의 소득 불평등이 전체 인구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이번 통계는 우리 사회의 노후 안전망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적연금 확대와 기초연금 인상 등 소득보장 정책이 실제 빈곤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앞으로 후기 고령층 비중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여성 노인과 75세 이상 초고령층은 여전히 빈곤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 노인 빈곤율이 사상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온 것은 분명 반가운 변화지만 OECD 최고 수준이라는 현실은 아직 달라지지 않았다.

 

이강우 기자 hso09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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