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기대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반도체 강세, 외국인 매수세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시험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승장을 이끌었던 재료들이 하나둘 부담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증시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국민연금 리밸런싱, 반도체 쏠림 현상, 급증한 신용융자, 미국의 통화정책 등 네 가지를 가장 주목하고 있다. 각각의 변수는 독립적으로도 시장을 흔들 수 있지만 동시에 발생할 경우 변동성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먼저 관심이 쏠리는 것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조정이다. 국민연금은 일정한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국내외 주식과 채권 비중을 맞추는데, 주가가 크게 오르면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넘어서게 된다. 이 경우 초과한 물량을 매도해 다시 목표 비율로 맞추는 절차가 리밸런싱이다.
올 상반기에는 시장 충격을 고려해 이 작업이 한시적으로 미뤄졌지만,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다시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물량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일부 증권사는 현재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 수준을 상당 폭 웃도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수십조 원 규모의 매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실제 시장 충격은 예상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이 하루 거래 물량을 조절하고 장기간에 걸쳐 분산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변수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몰린 반도체 투자다.
올해 국내 증시를 사실상 이끈 업종은 반도체였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관련 종목들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주가가 기업 실적보다 훨씬 빠르게 오른 만큼 차익 실현 욕구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는 역사적으로 주도 업종이 자주 바뀌는 특징을 보여 왔다. 조선과 철강, 자동차와 화학, 바이오, 2차전지, 방산과 원전 등 시장을 이끌던 업종은 수년마다 교체됐다. 특정 업종에 투자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작은 악재에도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번에도 반도체가 계속 시장을 주도할지, 아니면 새로운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할지가 하반기 증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개인투자자의 '빚투' 역시 부담 요인이다.
최근 신용융자 잔액은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하면서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할 경우 증권사가 담보 부족을 이유로 강제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반대매매 규모는 단기간에 크게 늘었다. 반대매매는 단순히 개인 손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가 매도를 유발하면서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상승장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변동성이 커지는 순간 가장 먼저 시장을 흔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대외 변수도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당초 예상보다 긴축 기조를 오래 유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국제 유가 상승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질 경우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나면 국내 증시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증시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상승장 초반과 같은 낙관론만으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고 조언한다. AI 산업 성장과 기업 실적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흐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도 동시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상승 추세가 끝난 것이 아니라 상승 속도가 조절되는 구간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주도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업종을 분산하고 현금 비중도 일정 수준 유지하는 등 변동성에 대비한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