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싸다고 무시했는데…알고 보니 항산화 덩어리

  • 등록 2026.06.23 15: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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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할머니의 가지무침은 이제 잊어버려야
구우면 스테이크, 튀기면 별미…가지의 재발견

 

용인신문 | 가지는 여름 밥상에 빠지지 않는 대표 채소다. 가격도 부담 없고 조리법도 다양하지만 의외로 영양학적 가치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를 수분 많은 채소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가지는 독특한 항산화 성분을 품고 있는 '보라색 건강식품'에 가깝다.

 

사실 가지는 조금 특이한 채소다. 오이나 상추처럼 생으로 먹는 채소도 아니고 감자처럼 든든한 탄수화물 식품도 아니다. 그런데 불을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굽고 볶고 튀기는 순간 전혀 다른 식재료가 된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가지 요리는 존재한다. 한국의 가지구이, 중국의 어향가지, 일본의 가지튀김, 이탈리아의 가지 파르미자나까지 가지는 국경을 넘나드는 몇 안 되는 글로벌 채소다.

 

가지를 보라색으로 만드는 색소는 안토시아닌의 일종인 나스닌(nasunin)이다. 나스닌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으로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노화와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가지 껍질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껍질째 조리해 먹는 것이 좋다.

 

보라색은 단순히 예쁜 색이 아니다. 식물은 대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항산화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가지의 보라색 역시 그런 자연의 방어 전략이다. 우리가 그 색을 먹는다는 것은 식물이 만든 방어무기를 함께 섭취하는 셈이다.

 

가지는 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안토시아닌 계열 성분은 혈관 내피 기능을 개선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철 무더위로 쉽게 지치고 혈압 관리가 필요한 중장년층에게도 좋은 식재료로 꼽힌다.

 

칼로리가 낮다는 점도 가지의 장점이다. 가지 100g의 열량은 약 20~25kcal 수준으로 매우 낮다. 반면 식이섬유는 풍부해 포만감을 높여준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가지를 즐겨 찾는 이유다. 적은 열량으로도 배부름을 느끼게 해 과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장은 물론 혈당 관리에도 유리하다. 식이섬유는 음식물이 소화되는 속도를 늦춰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기능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칼륨 함량도 눈여겨볼 만하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 미네랄로 짠 음식을 많이 먹는 한국인 식습관에서 특히 중요하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릴 때 전해질 균형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예전에는 가지를 푹 쪄서 무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세대에게는 익숙한 조리법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물컹한 식감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도 "가지는 싫다"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가지 자체보다 어린 시절의 식감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지의 변신이 눈부시다. 팬에 노릇하게 구워 스테이크처럼 즐기거나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만들 수 있다. 올리브유와 함께 볶으면 풍미가 살아나고 치즈와 토마토소스를 곁들이면 훌륭한 지중해식 요리로도 변신한다. 중국식 어향가지나 일본식 가지튀김 역시 인기 메뉴다.

 

특히 가지는 기름과 궁합이 좋다. 가지 조직은 스펀지처럼 기름을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 올리브유나 들기름과 함께 조리하면 풍미가 크게 살아난다. 동시에 지용성 항산화 성분의 흡수율도 높아질 수 있다. 영양학자들이 "가지는 너무 기름 없이만 조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값은 저렴하지만 영양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강력한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 칼륨을 품고 있으면서도 열량은 낮다. 여기에 굽고 볶고 튀기고 찌는 등 어떤 방식으로도 즐길 수 있는 뛰어난 활용성까지 갖췄다.

 

한때 여름철 반찬통 한구석을 차지하던 가지는 이제 다르다. 보라색 껍질 속에 건강을 담고, 불 위에서는 요리사의 상상력을 담는다. 싸고 흔한 채소라고 얕보기에 가지는 생각보다 훨씬 다재다능하다. 여름이 오면 다시 가지를 장바구니에 담아야 하는 이유다

이승주 기자 chosun3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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