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깨진 정자가 난임을 만든다

  • 등록 2026.05.29 09: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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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질은 숫자가 아니다

DFI가 뒤집은 남성 난임의 기준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면은 단순하다.

 

배양실 한켠, 현미경 앞에 앉은 배아전문가가 정자의 ‘모양’을 보고 하나를 고르는 장면이다.

꼬리가 잘 움직이는지, 머리가 정상인지, 그 작은 형태학적 기준 위에서 생명의 시작이 결정돼 왔다.

 

이 장면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정자를 고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생식의학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확장되는 기술 중 하나는 AI 기반 정자 선별 시스템이다. 단순한 이미지 분석을 넘어, 정자의 DNA 손상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추정하고 선별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더 이상 “예쁘게 생긴 정자”가 아니라 “유전적으로 온전한 정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방식은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형태가 정상이라고 해서 DNA까지 정상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실제로 정자 DNA 단편화 지수 (DFI, DNA Fragmentation Index)가 높은 경우, 수정은 되더라도 배아 발달이 멈추거나 착상 실패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즉, 겉모습은 합격인데, 내부는 이미 손상된 상태였던 셈이다.

 

AI는 이 간극을 파고든다.

수천, 수만 개의 정자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은 미세한 움직임 패턴, 형태의 비대칭성, 세포 내 신호 등을 종합해 DNA 손상 가능성을 추정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기존 방식 대비 더 낮은 DFI 정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아직 완전한 표준은 아니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IVF의 실패 원인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실패의 책임은 주로 배아의 ‘등급’이나 자궁의 ‘환경’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제 질문이 달라진다.

 

“처음부터 잘못된 재료를 쓰고 있었던 건 아닐까?”

 

정자는 더 이상 단순한 운반자가 아니다.

수정의 시작점이자,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특히 원인불명 난임, 반복 착상 실패, 반복 유산 케이스에서 이 기술은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벽도 있다.

AI의 판단 기준이 완전히 표준화되지 않았고, 임상 결과? 특히 출생률 개선까지 이어지는지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는 더 필요하다.

 

기술은 빠르지만, 의학은 검증을 요구한다.

 

흐름은 명확하다.

생식의학은 지금 “배아를 고르는 기술”에서 “정자를 고르는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

 

IVF 성공률이 정체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오랫동안 배아와 자궁만을 들여다봤다.

그러나 시작점이 흔들리면, 그 위에 쌓는 모든 과정은 불안정해진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출발이었다. 이제야 그 사실을 기술이 증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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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난임전문기자가 국내외 생식의학 관련 연구, 정책 자료, 통계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전달하는 해설입니다. 의학적 판단과 치료 결정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이승주 기자 chosun3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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