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청 전경
거대한 물류창고이지만 차도가 적어 운반차량이 인근 마을을 점령하는 등 거주민 불편이 증가하고 있다
한가했던 축사 근처로 귀농 귀촌 인구가 늘면서 거주민간 다툼이 늘고 있다
용인신문 | 용인시의 도농 복합 지역인 처인구 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물류창고’와 ‘축사’ 문제는 단순한 민원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붕괴와 정주 여건 악화라는 심각한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있다.
■ 주거지 턱밑까지 온 물류창고… 안전 위협받는 주민들
최근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는 아침마다 거대한 장벽과 마주한다. 인근에 우후죽순 들어선 대형 물류창고로 향하는 15톤 이상의 대형 화물차들이 좁은 2차선 도로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안전과 소음의 사각지대에서 지역 주민들은 “창문을 열면 매연이 들어오고 밤낮없이 들리는 트럭의 후진 경고음 때문에 잠을 설친다”고 호소한다. 특히 통학로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학부모들의 반대 시위는 거세지고 있다.
용인시는 주거지 인근에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도시계획 조례나 건축법적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 단순히 민원만을 근거로 반려한다면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현재 ‘물류창고 입지 가이드라인’을 강화해 주거지와의 이격 거리를 최대한 확보하고 교통영향평가 시 등하굣길 안전 대책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용인시는 경부와 영동고속도로가 관통하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물류기업들에게는 더 없이 환상이지만 기업의 이윤을 위해 시민의 안전권과 학습권이 희생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전체적인 교통 부하를 계산하지 못한 개별 허가 방식에서 ‘물류단지 총량제’나 ‘화물차 전용 도로 개설 의무화’ 등 더욱 근본적인 조례 제정 등 주거 밀집 지역과의 최소 이격거리에 대한 강력한조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허가를 막는 것을 넘어 물류 차량 전용 진입로 개설 의무화나 교통유발부담금 강화 등 실질적인 보완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 귀농·귀촌인과 축산 농가 ‘악취전쟁’
전원생활을 꿈꾸며 용인시 외곽으로 이주한 정 아무개(45) 씨는 최근 이사 고민에 빠졌다. 여름철이면 인근 축사에서 불어오는 지독한 분뇨 냄새 때문이다. 반면, 30년째 소를 키워온 농민 이 아무개(62) 씨는 억울함을 토로한다. “우리는 평생 여기서 생업을 이어왔는데 뒤늦게 들어온 사람들이 나가라고 하니 막막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면서 과거에는 시골이니까 당연했던 축산농가의 냄새가 이제는 심각한 환경권 침해 요소가 됐다”며 “지자체의 시설 지원도 중요하지만 실시간으로 악취를 측정하고 공개하는 악취 지도 서비스나 축사 이전 시 인센티브 제공, 도시 계획상 주거 지역과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완충지 조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등의 핵심은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축산 악취가 인근에 신축 빌라와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서면서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변했다. 이는 전형적인 ‘환경권’과 ‘생존권’의 충돌이다.
용인시는 갈등 해결을 위해 악취 저감 시설 지원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등 중재 노력에 고심하고 있다. 미생물 제제 보급, 안개 분무 시스템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악취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해 기준치를 넘길 경우 즉각 조치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시 관계자는 “축산 농가는 용인에서 오랜 기간 생업을 이어온 분들이어서 무조건적인 폐쇄나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시에서는 ‘ICT 융복합 악취 저감 시스템’ 설치 비용의 최대 70%까지 지원하며 현대화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갈등이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농가와 주민이 직접 소통하며 악취 배출 시간을 조절하는 등 자발적인 노력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했다.
■ 상생을 위한 과제
전문가들은 축사 현대화 사업뿐만 아니라 도시 계획 단계서부터 축사 밀집 지역과 주거 지역을 명확히 분리하는 ‘용도 지역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용인시는 첨단 반도체 도시라는 화려한 외관을 갖춰가고 있지만 그 내부에서는 급격한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도시 계획의 부재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물류창고와 축사 갈등은 단순히 개인 간의 싸움이 아니다. 결국 ‘기존 생업 기반’과 ‘새로운 주거 환경’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지자체의 행정적 역량을 묻는 질문이다. 용인시가 진정한 ‘명품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규제 중심의 행정을 넘어 주민 소통 창구를 상설화하고 피해 보상과 혜택이 공정하게 돌아가는 상생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