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 최서진

  • 등록 2026.04.06 10:31:50
크게보기

진통제

            최서진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큐멘터리를 본다

귀를 막아도 들리는 소리가 있어

빗방울 하나 주워 들고 파도 소리를 듣는다

 

날개를 갖지 못한 새는 모두 꽃이 될까

수국이 지면 장마가 오는 이유

모란이 가고도 다시 모란이 오는 이유

어둠을 모아 흰나비로 날려 보내야 하는 이유

 

꽃자리마다 숨겨 둔 슬픔이 있어

열꽃이라는 말에는 뜨거움과 서늘함이 함께해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지워지고 싶은 날

스스로 제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

바다거북이처럼

 

폭염이 유난했던 하루가 서쪽 하늘에 펼쳐진다

꽃을 실은 바람이 불어 구름이 잠깐 흔들리고

 

오늘부터 빨강 구름을 믿으려고 해

해열진통제를 먹고

이마를 가만히 짚어 본다

 

해열 진통제를 보면 이마를 짚어 주던

한 사람이 떠오르고

 

오늘의 장보기 리스트, 따뜻한 아이스크림


 

 『지구의 모든 저녁이 모여 있는 곳』 (파란 , 2026년)중에서. 

 

2004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외 3권. 김광협문학상, 발견문학상  수상.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Copyright @2009 용인신문사 Corp.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용인신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지삼로 590번길(CMC빌딩 307호)
사업자등록번호 : 135-81-21348 | 등록일자 : 1992년 12월 3일
발행인/편집인 : 김종경 | 대표전화 : 031-336-3133 | 팩스 : 031-336-3132
등록번호:경기,아51360 | 등록연월일:2016년 2월 12일 | 제호:용인신문
청소년보호책임자:박기현 | ISSN : 2636-0152
Copyright ⓒ 2009 용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ongin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