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ㅣ이돈형

  • 등록 2026.03.30 09:58:06
크게보기

공복

    이돈형

 

배워도 배워지지 않는 게 있다

사람의 일렁임이 광활해질 때 그 광활함에 내가 죽을 수 있겠다 싶어 잘못 배운 놈처럼 일렁임을 죽이려 했으니

 

사람아

맥박을 타고 놀던 사람아 속속續續에 물들어 슬금슬금 가물거림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아 가물가물 보다 먼저 산산散散해지는 사람아

 

소沼를 떠난 물 같은 사람아

한 모금쯤 되는 사람아

 

여지껏 배웠다고 배웠는데 익히지 못한 내 안의 공복이 울어 제끼니 손쓸 틈 없이 울어 제끼니

 

사람아

오늘은 자빠진 슬픔을 뒤집어놓고 몸 어딘가를 싸돌아다니는 사람을 끄집어내려 하니

 

애초에

내가 없었으면 좋았으려니

 

사람아

여린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저 광활한 우주가 있어 혼들리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내가 있어 흔들리는 것이니

 

흔들리는 사람아

시집 『나의 태몽은 나무랄 데가 없으니까요』 (지혜, 2025) 중에서

https://postfiles.pstatic.net/MjAyNTEyMDZfMjAw/MDAxNzY0OTc4NTk3NDcz.-KRjPOY_S3oB7a0p0xvTufi1id0FbrT6J9waqY4Y44sg.cj2VQj1HUgGeJwz3dhBR4CE19nWSaCIHeqAuUKsfmA0g.JPEG/%EC%9D%B4%EB%8F%88%ED%98%95.jpg", "originalWidth" : "150", "originalHeight" : "178", "linkUse" : "false", "link" : "", "fileSize": "25395" }" data-linktype="img">

이돈형 시인

2012『애지』로 등단

2018년 아르코창작기금 수혜

김만중문학상, 애지작품상, 선경문학상 수상

시집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잘디잘아서』,『나의 태몽은 나무랄 데가 없으니까요』등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Copyright @2009 용인신문사 Corp.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용인신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지삼로 590번길(CMC빌딩 307호)
사업자등록번호 : 135-81-21348 | 등록일자 : 1992년 12월 3일
발행인/편집인 : 김종경 | 대표전화 : 031-336-3133 | 팩스 : 031-336-3132
등록번호:경기,아51360 | 등록연월일:2016년 2월 12일 | 제호:용인신문
청소년보호책임자:박기현 | ISSN : 2636-0152
Copyright ⓒ 2009 용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ongin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