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지난 24일 새벽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천리 일대 가변도로는 이미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원삼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으로 향하는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몰려든 근로자들의 차량이다.
이들은 익숙한 듯 도로 갓길과 인근 공터, 심지어 영업을 해야하는 상가 주차장에 차를 밀어 넣고 서둘러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유령 차량’들만 남는다. 한 식당 주인은 가게 앞을 가로막은 차량 유리창을 두드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전화번호가 아예 없거나 짙은 썬팅 때문에 보이지도 않아요. 겨우 연락이 닿아도 ‘퇴근 전까진 못 뺀다’는 대답만 돌아오니 장사를 접으라는 소리죠”라며 식당으로 돌아갔다.
■ 숙소난이 불러온 ‘나비효과’ … 주차 갈등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처인구 일대는 유례없는 홍역을 앓고 있다.
현장 인근인 원삼면 일대의 숙소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근로자들이 이동읍, 양지읍, 백암면 등 인근 지역으로 스며들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거 비용이 폭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지읍과 백암면 일대 원룸 가격은 이미 120만 원을 넘어선지 오래고, 천리 인근의 원룸 월세는 불과 1~2년 전 30~50만 원 선에서 현재는 60~80만 원까지 치솟았다.
아파트 월세 역시 130만 원을 상회한다. 임대인들이 수익성이 높은 현장 근로자 숙소를 선호하면서, 기존 서민 세입자들은 계약 연장을 거절당하고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건설인력들이 원룸을 차지하면서 인근 지역 주차난은 더욱 극심해졌다. 인력들이 차량을 둔 채, 통근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건설노동자 A씨는 “(공사)현장에는 주차를 할 공간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의 인력들이 숙소 주변에 주차를 한 뒤, 통근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숙소 인근 주차난 뿐만이 아니다. 주거지를 구하지 못한 원거리 통근자들은 자차를 끌고 나와 삼가동 미르스타디움과 용인시정은 물론, 이동읍 천리와 묵리 라인 등 통근버스 정류장 인근에 주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상가 주차장 및 상가 인근 도로변 가변 차로까지 근로자 차량이 온종일 점령하면서, 정작 물건을 사거나 식사를 하려는 일반 손님들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역 주민들의 원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주민 김 아무개씨는 “마을 다리 공사를 위해 만든 임시 주차장조차 SK공사 현장 인력들의 주차장이 돼 버렸다”며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고는 하지만, 정작 기존 상인들은 주차 문제로 영업방해만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 시, 주차장 5000면 확보 ‘역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용인시는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4일 시는 원삼면 독성리와 가재월리 일대에 차량 3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거점주차장 2곳을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 운영이 시작되면 기존 주차 공간을 포함해 총 5000대 규모의 주차 공간이 마련된다. 또한 백암 시내를 관통하던 셔틀버스 노선을 외곽으로 이전하고 정류장을 조정해 불법 주정차 유발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의 대책이 현장의 갈증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공사 현장에는 하루 평균 1만 5000명에서 최대 2만 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으며, 내년 초에는 2만 50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단순히 주차장 면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자차 대신 대중교통이나 셔틀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세밀한 이동 동선 설계’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 관계자는 “공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유입 인력과 차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시행자와 협의해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근로자들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인구 이동읍 천리 인근 도로변에 주차된 SK하이닉스 건설인력들의 차량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