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권 사각지대 ‘매의눈’… 114명 현장 속으로

  • 등록 2026.03.30 09: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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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노인인권지킴이’ 위촉식

인권 수호의 다짐을 약속한 노인인권지킴이들이 이상일 시장과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 근무 경력 6개월 이상 베테랑
지역 내 118개 노인의료복지시설 실태 파악
분기별로 자신이 근무않는 시설 ‘교차 점검’
어르신·종사자와 1:1 상담 현장 목소리 경청

 

용인신문 | 용인시가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는 대한민국 복지 행정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단순히 예산을 투입하는 시혜적 복지를 넘어 현장 전문가들이 서로의 눈이 되어주는 ‘교차 점검’ 시스템을 도입하며 어르신들의 인권 사각지대 해소에 나선 것이다. 지난 18일, 용인시청 컨벤션홀에서 열린 ‘노인인권지킴이’ 위촉식은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서막을 알리는 자리였다. 이날 위촉된 114명 지킴이는 단순한 감시자가 아닌, 용인 내 118개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안녕을 책임지는 ‘인권 수호천사’로 발돋움했다.

 

■ ‘교차 점검’의 혁신… 전문가와 현장 손잡다

노인인권지킴이 구성의 핵심은 ‘전문성’과 ‘상호 신뢰’에 있다. 선발된 인원은 모두 사회복지시설 근무 경력이 6개월 이상인 베테랑이며 최근 1년 이내에 4시간 이상의 노인인권교육을 이수한 시설장과 종사자들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교차 점검’ 방식이다. 지킴이 임명자들은 분기별로 자신이 근무하지 않는 다른 시설을 방문한다. 외부인은 간과하기 쉬운 세밀한 부분까지 전문가의 시선으로 짚어내기 위함이며 입소 어르신 및 종사자와의 1:1 상담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심리적·육체적 고충을 파악한다.

 

또한 시설 내 인권 취약 요인을 선제적으로 확인하고 인권 관련 지침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한다. 이런 활동으로 시설 간 폐쇄성을 깨고 용인시 전체 노인의료시설의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 반도체 성장이 복지의 뿌리로

이상일 시장은 위촉식에서 “경제 성장과 복지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며 미래 복지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용인의 초대형 반도체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는 오는 2029년부터 세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재정 여건이 좋아지면 복지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 용인만의 선도적인 복지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시는 지난 2024년부터 정부에 건의해 ‘2026년 장기근속장려금 상향’이란 결실을 이끌어냈다.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곧 서비스 질 향상과 인권 보호로 이어진다는 이 시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이 시장은 “어르신 돌봄과 시설 관리를 병행하며 지킴이 활동까지 맡아줘서 감사드린다”며 “이용 어르신들이 시설에서 더욱 편안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 현직 종사자 점검의 과제와 도전

제도의 취지가 훌륭하더라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있다. 특히 현직 종사자가 타 시설을 점검한다는 특수성은 어르신들에게 뜻밖의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어르신들의 심리적 위축이다. 시설에 상주하며 돌봄을 받는 어르신들은 ‘을’의 입장에 가깝다. 지킴이에게 불편함을 토로했다가 점검단이 떠난 후 시설 종사자로부터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입을 다물거나 오히려 시설을 옹호하는 거짓 답변의 위험이 있다.

 

또한 분기별 1회 방문이라는 한계로 짧은 시간 내에 대상 어르신과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대상 어르신 입장에는 “내 사정도 모르면서 형식적인 질문만 하고 간다”는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며 시설 간의 과도한 ‘상호 검열’로 인해 현장 분위기가 경직될 우려도 존재한다.

 

우려되는 부작용을 막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점검의 객관성과 어르신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정교한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점검 당일 외에도 상시로 의견을 낼 수 있는 무기명 의견함이나 비대면 모니터링 앱을 활성화하는 등 먼저 소통 창구를 다각화하고 지킴이들에게는 어르신의 비언어적 표현을 읽어내는 전문 상담 기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시설 종사자로만 구성된 팀에 인권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퇴직 공무원 등 외부 인력을 일정 비율 섞어 지킴이 구성을 다양화함으로써 ‘내부 전문성’과 ‘외부 객관성’을 조화시켜야 한다.

 

특히 점검 이후 시설의 태도 변화를 확인하는 불시 암행 점검을 병행하는 사후 모니터링과 의견을 낸 어르신이나 종사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 체계를 강화해서 공익제보자 수준의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지킴이의 역할을 단순히 잘못을 잡아내는 감시자에 가두지 말고, 시설의 고충을 함께 해결하는 환경 개선 중심의 컨설팅 ‘컨설턴트’로 정의하면 좋을 것이다. 종사자의 처우가 개선돼야 어르신을 향한 서비스도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 ‘인권 용인’을 향한 큰 발걸음

노인인권지킴이의 활동은 어르신의 입을 여는 압박의 도구가 아니라, 어르신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따뜻한 손길이 돼야 한다. 용인시의 이번 행보가 단순한 행정적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행위가 되지 않도록 현장의 세밀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보완책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임을 제안한다.

 

114명의 지킴이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용인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어르신들의 낙원’으로 바꿔 갈 것이다. 지역사회 전체가 노인의 존엄성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성숙한 문화는 바로 용인이 꿈꾸는 미래 복지의 본질이다.

박기현 기자 pkh45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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