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성군을 만나면 백성이 편안하다

  • 등록 2026.02.02 10: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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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 성군을 만나는 것은 백성의 지극한 복이다. 역사적으로 주나라 무왕이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초야의 현자를 등용하자 천하의 민심은 자연히 주나라로 향했다. 순임금은 백성 중에서 청렴한 고요(皐陶)를 발탁해 다스리니 불인(不仁)한 자들이 멀어졌고, 탕임금 역시 평범한 농부였던 이윤(伊尹)을 등용해 태평성대를 열었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세상을 바로잡는 도리에 대해 “곧은 자를 들어 굽은 자 위에 놓으면, 굽은 자들이 그로 인해 곧게 될 것”이라 역설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진다는 만고의 진리다.

 

개봉부 양성 땅 괴리 마을에 살던 허유(許由)는 의(義)를 근거로 도리를 실천하며 살았다. 그릇된 자리에는 앉지 않았고, 정당하게 일해 얻은 음식이 아니면 입에 대지 않았다. 그의 깨끗한 명성이 천하에 알려지자 하루는 요임금이 그를 찾아와 천하를 물려주려(禪讓) 했다. 그러나 허유는 정중히 사양하며 말했다. “그대가 이미 천하를 잘 다스려 백성이 근심 없이 살고 있거늘, 만약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면 내게 필시 허물이 생길 것이니 이는 옳지 않습니다.”

 

허유는 세속의 유혹을 피해 기산(箕山)으로 도망쳤다. 가는 길에 설결이 급히 가는 이유를 묻자, 허유는 “요임금이 나더러 천하를 맡아달라기에 깨끗하지 못한 소리를 들은지라, 그 자리를 피하려 깊은 산속으로 가는 중”이라 답했다. 그는 숭산 영수 북쪽 기산 깊은 골에 움막을 짓고 은거했다.

 

두어 해가 지날 무렵, 요임금이 다시 허유를 찾아와 나라를 맡아달라 거듭 청했다. 허유는 더 듣고 싶지 않아 산속 흐르는 물에 귀를 씻었다. 이때 친구 소부(巢父)가 소에게 물을 먹이려다 귀를 씻는 허유를 보고 까닭을 물었다. 허유가 사정을 설명하자 소부는 오히려 이렇게 일갈했다. “자네가 인적 없는 더 깊은 산골로 들어갔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터다. 겉으로는 은둔한 듯하나 속으로는 명성을 바랐기에 소문이 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고는 허유의 허명(虛名)에 물든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소를 이끌고 더 상류로 올라가 물을 먹였다고 기록은 전한다.

 

임금이 훌륭하면 무력으로 겁을 주지 않아도 위엄이 서고, 백성들은 서로 베풀어 문에 잠금장치가 없어도 도둑맞는 일이 없다. 형벌이 없어도 법을 어기는 이가 없는 법이다.

 

어느 날 노나라 대부가 공자에게 “나라 안에 도둑이 많아 걱정인데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공자는 단호히 답했다. “그대(지도자)가 먼저 바르면, 백성들은 상을 준다고 해도 도둑질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공자 시대에도 권력을 발판 삼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크고 작은 도둑’들이 많았음을 시사한다.

 

오늘날의 도둑이 어찌 담을 넘는 자뿐이겠는가. 지식이 많고 학력이 높으며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윤리와 도덕, 예의염치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과연 통과할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소위 엘리트라 불리는 이들이 서로 ‘뭐 묻은 사람’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며, 위기 상황에는 방패막이가 되어 지위를 공고히 한다. 자손 대대로 부귀를 누리기 위해 그들만의 견고한 성을 쌓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진나라 목공은 정치는 민심을 얻는 데서 시작되고 민심을 잃는 데서 끝난다고 했다. 지도자는 모욕받을 짓을 두려워해야 하며, 모든 행동에는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옛사람은 말했다. “봉황은 나면서부터 인의를 행할 본성을 지니지만, 범이나 이리는 탐욕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는 어미로부터 받은 본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찌 짐승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봉황 같은 정치인보다, 권력에 굶주린 범 같은 관료와 이리 같은 벼슬아치가 득세하는 세태를 경계해야 한다는 경구(警句)로 읽힌다. 진정한 성군은 백성의 마음을 씻어주는 자이지, 자신의 귀를 씻게 만드는 자가 아니다.

용인신문 기자 news@yongi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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