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열정의 그 출처

  • 등록 2026.01.26 10: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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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연세대 의대 졸업·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전 제일병원 병원장)

 

용인신문 | 5060세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7080을 거쳐 8090세대까지, 남자는 대체로 이렇게 배워왔다. 남자는 흔들리면 안 되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하며, 웬만한 일에는 꿈쩍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터프가이, 그런 모습이 상남자의 표준으로 통용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면, 그 시절에도 남자는 결코 한 가지 얼굴만 갖고 있지 않았다. 조용히 뒤로 물러나는 사람도 있었고, 계산부터 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유난히 섬세하고 부드러워 늘 “왜 그렇게 예민하냐”는 말을 듣던 이들도 분명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왜 어떤 남자는 늘 에너지가 넘치고, 어떤 남자는 그렇지 않을까. 성격의 차이일까, 아니면 몸의 차이일까.

 

남자의 에너지, 흔히 열정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대개 마음의 문제로 취급된다. 의지가 약해졌다거나, 나태해졌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야기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성격이 먼저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몸이 먼저 변하고 그 변화를 마음이 뒤따라가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남성의 추진력과 행동성의 중심에는 테스토스테론이 있다. 흔히 남성호르몬이라고 불리지만, 정확히 말하면 ‘움직이게 만드는 연료’에 가깝다. 근육이나 체모를 만드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뇌에서는 결단력과 도전 욕구, 경쟁심과 목표 지향성에 관여한다.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생기는 데 필요한 생물학적 조건인 셈이다.

 

다만 이 호르몬을 두고 가장 흔한 오해가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많으면 무조건 더 남자답고, 더 강해진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 이 호르몬은 에너지의 총량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그 에너지가 어떤 모습으로 쓰일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같은 연료를 가지고도 누군가는 생산적으로 쓰고, 누군가는 공격적으로 흘려보낸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타고난 기질과 살아온 환경, 그리고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식이다.

 

신경과학적으로 보면 이 구조는 꽤 흥미롭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남성의 뇌 구조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를 거치며 형성된 판단과 결단, 공격성과 관련된 회로는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다. 이후 호르몬이 감소하면 에너지와 충동은 약해질 수 있지만, 사고방식이나 의사결정의 스타일은 상당 기간 오래 남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남성이 이 변화를 자신 탓으로 돌린다는 데 있다. 나태해졌다고 생각하고, 의지가 약해졌다고 판단한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이런 오해가 잦아진다. 테스토스테론은 30대 후반부터 서서히 감소한다. 어느 날 갑자기 열정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연료가 줄어든 상태에서 같은 속도를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테스토스테론이 높기만 하면 다 좋을까? 그것도 아니다. 조절되지 않은 에너지는 사고로 이어진다. 충동적인 결정, 무리한 경쟁 등이 모두 해당된다. 결국 테스토스테론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이고, 성격을 고치려 애쓰기보다 수면과 운동, 스트레스 같은 몸의 조건부터 정리해보면 사람이 변한 게 아니라 힘이 줄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용인신문 기자 news@yongi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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