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내가빛나는별인줄알았어요

  • 등록 2025.09.15 10: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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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FOCUS_용인반딧불이시민모임

 

 

용인신문 | “찾았어요! 저기~!”

 

지난 9일 저녁 8시 즈음, 어둠이 내린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의 한 수풀 옆. 누군가의 나지막한 외침에 20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손전등 불빛을 최소한으로 낮춘 채 숨을 죽이자, 어둠 속에서 작은 연둣빛 점 하나가 반짝이며 날아올랐다. 이내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암컷이에요! 날지 못하는 늦반디 암컷!” 한 회원이 짝을 찾기 위해 강렬한 빛을 내는 암컷을 발견하자, 사람들은 마치 보물이라도 찾은 듯 기뻐했다.

 

이들은 ‘용인반딧불이시민모임’(이하 용반시) 회원들이다. 이날 오후 용인기후변화체험센터에서 열린 특별 강연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곧장 반딧불이의 마지막 향연을 보기 위해 이곳 운학천으로 달려왔다.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의 작은 빛을 좇는 이들의 눈은 그 어떤 빛보다도 초롱초롱했다.

 

 

■ 사라지는 반딧불이 통해 용인 생태 환경 지킴이

용반시의 활동은 단순한 취미 모임을 넘어선다. 이들은 사라져가는 반딧불이를 통해 용인의 생태 환경을 지키고, 시민들과 함께 자연의 소중함을 나누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모임의 시작은 용인대학교에서 하천 생태학을 가르쳤던 김영규 대표의 오랜 관심과 열정에서 비롯됐다.

 

“어릴 적 고향에서 흔히 보던 반딧불이가 용인에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2017년부터 학생들과 함께 찾기 시작했어요. 수생태학을 전공하다 보니 무분별한 하천 정비로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 늘 안타까웠죠.”

 

김 대표의 노력은 2020년 경기녹색환경지원센터에서 열린 발표회를 계기로 결실을 보았다. 반딧불이 보전에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 2022년 ‘시민 모임’을 결성했고, 2년간의 자발적인 탐사와 연구 끝에 2024년 4월, 110여 명의 회원을 갖춘 비영리단체로 정식 출범했다.

 

이들의 활동은 운학천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회원들은 반딧불이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로등에 갓을 씌워 빛을 차단하고, 물이 마르지 않도록 수로를 정비했다. 특히 논 주인을 설득해 제초제 사용을 중단시키고, 대신 회원들이 직접 예초 작업을 거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6마리에 불과했던 애반딧불이가 올해 23마리로 늘어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운학천 일대에서는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 파리반딧불이 세 종류가 모두 관찰된다.

 

 

■ 사식지 복원 활동은 물론 공부하고 소통하고

용반시의 활동은 서식지 복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전문성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9일 열린 강연회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중국 연태대학 생명과학대학의 무홍루 연구원은 전 세계 2200여 종에 달하는 반딧불이의 생태와 분류, 유전학적 연구 동향을 소개하며 반딧불이 보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인공조명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반딧불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며 “반딧불이는 그 자체로 소중한 생명이자 건강한 생태계를 증명하는 천연 지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섹트바이오 송현식 대표는 식용 및 약용 곤충을 포함한 산업곤충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강의하며 생물 자원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송 대표는 “반딧불이 같은 환경 지표종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인간에게 유익한 생물 자원 전체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문적인 활동 외에도 용반시는 시민들과의 교감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한 ‘반딧불이 한마당 축제’는 교육과 체험이 결합된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어, 올해는 신청 접수 한 시간 만에 500가구가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한, 운학동 주민들을 위한 ‘반딧불이 음악회’를 열어 지역 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 ‘반딧불이 보호 조례’ 제정 앞장

용반시의 다음 목표는 ‘반딧불이 보호 조례’ 제정이다. 하천 정비 시 반딧불이 서식지를 보호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모임의 컨설팅 자문위원인 정정호 이사는 “개발 제한에 대한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용반시는 우선 국유지인 운학천 일대에 한정하고 주민들에게 반딧불이 쌀, 친환경 채소 등 수익 사업 모델을 제시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탐사를 마친 회원들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 뿌듯함과 희망이 가득했다. 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내는 빛은 미약하지만, 그 작은 빛을 지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정은 용인의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김영규 대표는 “반딧불이가 산다는 것은 우리 용인이 그만큼 깨끗하고 건강한 청정 지역이라는 증표”라며 “시민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농산물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등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반딧불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청정도시, 용반시가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용인의 미래다. <김종경 기자>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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