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ㅣ휘민

  • 등록 2025.05.26 09: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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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당선

                  휘민

 

급행열차를 탄다

기관사가 없어도 문이 열리고 닫힌다

맨 앞칸으로 가면

어둠 속을 질주하는 불빛을 볼 수 있다

 

내시경 카메라가 식도를 훑고 지나가는 것 같다

 

객실 안은 마스크 쓴 사람들로 가득하다

새로운 풍경이다

 

어떤 단어에 신이 붙는 것은

새롭다는 뜻일까 다르다는 뜻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운 좋게 몇 개의 역을 지나쳤지만

미래는 가까워지지 않는다

 

내가 비건이 되면 세상에 단 두 마리뿐인

북부흰코뿔소가 멸종하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늦게 도착하는 사람

걱정하는 마음이 생기고 나면

이미 그것은 사라지고 없었다

 

누군가 기침을 한다

마스크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본다

이 장면에도 신이 존재할까

신동탄까지 내려갔지만

그곳은 동탄이 아니었다

 

믿음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환승역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마스크는 불안의 안쪽일까 바깥쪽일까

 

약력: 충북 청원 출생으로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생일 꽃바구니》 《온전히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 동시집 《기린을 만났어》, 동화집《할머니는 축구 선수》, 그림책 《라 벨라 치따》 등이 있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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