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용인시미당]
뒤늦은ㅣ신경숙

2023.11.20 09:50:40

뒤늦은

             신경숙

 

혀꽃은 기침을 숨겨놓고 핀 여자의 허파다

중양절(重陽節)에 꺽어야 할 구절초 10월에 만났다

 

대숲에 흉터를 남기고 간 이름들 안녕한지

수선하게 흔들어 놓고 바람은 지나가는 거지

 

정해진 답이 없이 흐린 발자국을 데리고 대숲을

빠져나가다 갇힌 안개, 추령천에 몸을 씻는다

 

눈에 밟혀 시들해진 구절초 꽃들이 모인 능선

만지작거리다 놓고 나온 파장한 판매대의 야채처럼

축제가 끝난 현수막처럼 시들하고 스산하다

 

발목을 붙잡는 스피커에서

몸의 수식어를 해독하며 찾아내는

가을 사랑

 

그 계절, 바람을 건너가면 도착하지 못한 날이 기다리지

 

갤러리에 갇힌 구절초 열었다 닫는다

패턴을 그리면 다시 피어나는 구절초

 

아쉬움의 순간은 화심(花心)에 꽂아두고 왔다

 

신경숙

 

당진 출생. 2002년 『지구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비처럼 내리고 싶다』 『남자의 방』이 있다. 제 17회 서울시인상을 수상했고, 2014년 수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용인문학회 회원, 시나모 동인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Copyright @2009 용인신문사 Corp.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용인신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지삼로 590번길(CMC빌딩 307호) |사업자등록번호 : 135-81-21348 등록일자 : 1992년 12월 3일 | 발행인/편집인 : 김종경 | 대표전화 : 031-336-3133 | 팩스 : 031-336-3132 등록번호:경기,아51360 | 등록연월일:2016년 2월 12일 | 제호:용인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박기현 | ISSN : 2636-0152 Copyright ⓒ 2009 용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ongin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