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107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차가운 피부’는 누구일까? 차가운 피부 ◎ 저자 :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 출판사 : 들녘 / 정가 : 9,000원 인간이 가진 폭력성의 원형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스페인 작가 알베르트 산에스 피뇰의 첫 소설. 어느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끔찍하고 무섭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외계 생물체를 닮은 괴물과의 사투 뒤에 숨겨진, 인간 폭력성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극한 상황에 맞닥뜨린 공포가 만들어내는 인간의 잔인함과 폭력성을 생생하게 파헤친다. 예측할 수 없는 충격적인 전개로 등골을 서늘하게 해주다 못해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가벼운 공포오락물은 아니다.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과 소통이 불가능한 존재와의 사랑의 한계에 대해 묻고 있다.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에 지쳐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기로 한 아일랜드 청년은 외딴 섬의 기상관에 지원한다. 그러나 무인도에서의 첫날부터 그를 공포로 밀어 넣는 괴생명체의 등장은 파격적이다 못해 호러물을 연상케한다. 존재에 대한 의문도, 이유도 없이 ‘차가운 피부’를 가진 그들과의 길고 지루한 전쟁을 벌이는 주인공. 그러나 그들은 괴
최은진의 BOOK소리 106 서로에게 오직 한 사람인 ‘오직 두 사람’의 언어 오직 두 사람 ◎ 저자 : 김영하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3,000원 전 세계에서 희귀언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두 사람. 그 중 하나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남은 한 사람은 생각한다.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지독한 고독에 대해서......‘사소한 언쟁조차 할 수 없는 모국어라니, 그게 웬 사치품이에요’라고. 김영하 소설가의 오랜만의 신작,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단편들의 묶음이다. 『오직 두 사람』에는 특별한 모녀가 있다. 엄마의 말처럼 ‘엄마딸’이 아닌, 완벽한 ‘아빠딸’로만 살아온 주인공 현주.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만 살아온 딸과, 평생 자신만의 방식으로 딸을 옭아매는 아버지라는 기이한 관계다. 다른 가족들은 이기적이고 이상한 아버지를 떠나면서 가족은 붕괴되고, 아버지와 단 둘이 남은 현주. 든든한 울타리라고 여겼던 아버지가 실은 올가미였다. 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다. 단 한 사람, 자신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던 아버지가 떠난 후 그녀의 삶은 어떨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인 『아이를 찾습니다』다. 세 살
최은진의 BOOK소리 105 미각은 어떻게 인간진화를 이끌어 왔나? 미각의 비밀 ◎ 저자 : 존 매퀘이드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6,000원 직장인들이 출근하면 가장 자주 떠올리는 생각은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란다. 마치 먹기 위해 출근하는 것처럼. 이렇게 맛은 단순히 배고픔이라는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 아닌 일상에서 찾는, 가장 행복한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먹는다는 것의 시작은, 우리가 가진 가장 본능적인 욕구, 살기 위해 다른 동식물을 살을 삼키면서였다. 그러다 맛을 사랑하게 되면서 인간의 미각은 진화해왔고 개인이 가지고 태어난 고유한 맛의 세계도 진화해왔단다. 캄브리아기 이전, 즉 맛의 탄생 이전에 태어나지 않은 걸 행운으로 여겨야 될 것 같다. 그전엔 먹는 즐거움이 주는 극한의 짜릿한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을테니까. ‘맛에 대한 간략한 전기’라고 저자는 말했지만 이 책은 단순히 간략한 전기를 넘어선다. 맛의 탄생에서부터 단맛, 감칠맛, 쓴맛, 매운맛에 관한 탐구, 맛의 유혹과 우리의 DNA에 새겨진 맛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과학은 물론 신화, 철학, 문학을 뛰어난 솜씨로 총망라한 통섭의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먹는
최은진의 BOOK소리 104 목욕 후 즐기는 밝은 술, ‘낮술’이 주는 행복! 낮의 목욕탕과 술 ◎ 저자 : 구스미 마사유키 / 출판사 : 지식여행 / 정가 : 13,000원 『고독한 미식가』의 구스미 마사유키가 여유를 즐기는 독특한 방법이 고스란히 담긴 책. 한적하고 구석진 곳에 있는 정갈한 식당을 찾아서 자신만의 기준과 속도로 소박한 밥먹는 걸 즐기는 중년의 아저씨 구스미 마사유키. 이번에 다소 게으르고 할 일 없는 사람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자신만의 방법을 선보인다. 낮술과 목욕탕의 조합이 이토록 멋질 줄이야! 햇빛이 쨍쨍한 대낮에 마시는 술맛은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일 터. 하지만 애주가가 아니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궁금해진다. 밝은 곳에서 멋진 안주와 곁들여 먹는 낮술의 맛과 인적 드문 한가한 목욕탕의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궜을 때의 기분은 어떨지. 궁금해지다 못해 꼭 한번은 따라해 보고 싶어진다. 열 가지의 에피소드는 한 마디로, 일본(도쿄를 중심으로) 구석구석에 위치한 목욕탕 기행문이라 할 수 있겠다. 역사가 있는 목욕탕에서 한낮에 뜨거운 물로 땀을 쭉 뺀 후 마시는 술맛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다. 말이 많아지는 ‘밤술’에 비해 ‘밝은 술’
최은진의 BOOK소리 103 야구냄새란 대체 어떤 냄새일까? 야구 냄새가 난다 ◎ 저자 : 하국상 / 출판사 : 고슴북스 / 정가 : 12,000원 책날개에 ‘야구와 음악으로 어린 시절을 보냄. 야구선수가 되려 했으나 실패, KBO직원에 도전했으나 실패’라는 독특한 실패 이력만 가득 채워놓은 작가. 남들이 보기에 그는 그저 ‘야구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살아가는’ 주변인일지 몰라도 이 소설에서 그가 보여준 세계관의 관점으로 보자면 ‘사람’으로서의 작가 하국상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멋진 삶을 펼쳐나가고 있을거란 확신을 들게 한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읽고나면 야구 냄새가 어쩐지 사람 냄새로 읽힌다. 야구란 늘 변화하는 무한한 가능성이기에, 단순한 기록이나 타율을 뛰어넘어 그 사람만의 ‘무엇’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삶의 본질에 다가가게 해준다. 아홉 개의 야구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니, 그에 관한 어려운 용어와 해박한 지식이 잔뜩 나올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야구를 포함해 스포츠는 아무것도 모르는 필자같은 스포츠 무식쟁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기게 되는 걸로 봐선 작가는 고수다. 야구의 근본에 관해, 다시 말하자면, 인
최은진의 BOOK소리 102 소통하는 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 저자 : 한스 라트 / 출판사 : 열린책들 / 정가 : 12,800원 신도 이제 인간과 소통하는 시대가 올 듯하다. 당신이 어떤 신을 믿든, 아니, 신을 믿든 안 믿든 여기 ‘아벨 바우만’이라는 신은 당신이 상상한, 그 어떤 신 이상일 것이다. 익살맞고 능청스러우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이 여기 있다. 그동안 신과의 소통은 늘 일방적이었다. 한스 라트가 이 책을 통해 만들어 낸 신은 인간과 함께 얘기하고 고민 상담을 위해 말을 걸어온다. 자신의 존재론적인 깊은 고민을 털어놓는 신의 모습, 낯설면서도 친근하다. 그리고 반갑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나랏님도 ‘소통’만이 불신을 잠재울 키워드임을 아시지 않는가? 여기 삶에 지칠 대로 지친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야코비.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심리상담사’란 그럴듯한 직업이 있지만, 알고 보면 파산 직전의 위기에 처해 더 이상 물러설 곳조차 없는 상황. 그런 그 앞에 나타나 상담을 요청하는 ‘아벨 바우만’이라는 이름의 신. 이 어이없는 설정이 처음에 황당하지만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설득력있는
최은진의 BOOK소리 101 ‘사랑’만이 새로운 시대 ‘삶’의 기준이다! 사랑에 관하여 ◎ 저자 : 뤽 페리 / 출판사 : 은행나무 / 정가 : 13,000원 거기 ‘사랑’이라는 단어에 낚여 이 책을 집어든 사람들! 연애에 관한 소고를 기대했다면 그만 접어두시라! 프랑스 대표 정치철학자가 말하는 사랑은 얼마나 고차원적일까? 말 그대로 ‘사랑에 관하여’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연애감정에 관한 이야기, 즉, 사적 감정의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 정치·교육·예술 등 공적 영역의 새로운 동력이 된다는데, 이 알 듯 말 듯한 철학을 이해시키려고 오랜 세월 동안 인류의 정신을 지배했던 우주론, 종교, 인본주의, 해체주의와 같은 거대 담론들을 끌어들인다. 저자 뤽 페리는 삶과 이 세상을 연결하는 단 하나의 원리가 사랑이며, 공적 영역으로 나아간 ‘사랑’이 이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말한다. 19세기 본격화된 연애결혼이 가족관계뿐 아니라 정치, 교육, 예술의 새로운 동력이 됐단다. 근대 가족의 변모를 이끈 ‘사랑’만이 가족으로부터 비롯해 사회 전반에 일어난 변화들을 설명할 수 있고 또 그에 새로운 가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적인 근
최은진의 BOOK소리 100 ‘진실’이 아니라 ‘비밀’이 결혼의 성공적인 열쇠? 운명과 분노 ◎ 저자 : 로런 그로프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6,500원 삶이란, 혹은 결혼이란 건 원하는대로, 꿈꾸던 대로,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이 소설 속 그들의 삶은 아름답게 그려진다. 600페이지나 되는 이 이야기가 단숨에 읽히는 것은 저자인 로런 그로프만이 가진 폭발적인 서사, 시적이고 우아한 문체, 지적이고 독창적인 서술의 힘이다. “동시대 가장 뛰어난 미국 작가 중 한 명”, “산문의 거장”이라는 수식이 왜 붙여졌는지 알 수 있다. 소설은 남편 로토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전반부 ‘운명’, 아내인 마틸드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후반부 ‘분노’, 두 부분으로 나뉘어 두 사람의 삶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보여준다. 첫 눈에 반해 스무 두 살 어린 나이에 결혼한 두 사람은 이십년을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운명을 따라 삶을 살아왔던 로토는 아내의 비밀 혹은 거짓말에 절망한다. 로토의 어머니는 말처럼. ‘결혼이란 건 거짓말투성이야. 대체로는 친절한 거짓말이지만. 말하지 않는 거짓말’이었다. 날마다 배우자에 대한 생각을 입 밖에 내어 말한다면 결혼생활
최은진의 BOOK소리 99 생을 걸고 하는 우정이 보여주는 힘! 동급생 ◎ 저자 : 프레드 울만 / 출판사 : 열린 책들 / 정가 : 10,800원 친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던 16세의 소년들. 우정의 찬란함이 나치로 인해 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담담하고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대인 소년 한스과 독일귀족 소년 콘라딘이 만들어가는 우정의 시작은 풋풋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지함과 깊이를 더해간다. 그러나 ‘인종 청소를 위해 시체를 녹여 비누로 만들었던 시기’에 그들의 우정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었다.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시대와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인 프레드 울만 역시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히틀러를 피해 영국에 정착했다는 사실. ‘내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고 독일을 떠올리는 것은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는 격이다’라는 한스의 말에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게 아닐까.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라는 한스의 무겁고 진지한 독백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리고 엄청난 반전의 마지막 문장은 책장을 덮고 난 후 다시 한 번 이 첫 문장을 펼쳐보게 만든다. 반
최은진의 BOOK소리 98 동화와 현실의 접점에서 건져올린 사랑 동화처럼 ◎ 저자 : 김경욱 / 출판사 : 민음사 / 정가 : 11,000원 동화를 읽고 자라온 우리들. 세상이 동화처럼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세상살이에 치이면서 저절로 터득한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엔 동화같은 기적을 기대하게 된다. ‘천재적인 이야기꾼’이란 평을 듣고 있는 김경욱 작가가 어른들을 위한 ‘현대판 동화를 아름답게 완성’시켰다. 동화 속 상상의 세계를 살았던 아이가 성장하여 동화 세계 언저리를 배회하다 현실에 자리를 잡아가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현실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나는 동화가 아니다. 열렬한 사랑 뒤 결혼했으나 곧이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사소한 다툼과 지독한 상처들. 그 모든 걸 겪고 난 후의 애틋한 성장을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다. ‘옛날 아주 먼 옛날…’로 시작하는 전형적인 동화로 이 책은 시작된다. 눈물이 그치지 않아 고통스러운 여자와, 침묵 속에서 고독하게 살다 죽을 저주를 받은 남자가 만나 서로의 고통을 치유해주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꿈같은 결말의 동화. 그러나 현실 속에는 공주가 되지 못한 여자인 ‘장미’들과
최은진의 BOOK소리 97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것, 우리가 시간으로 하는 일 지루하고도 유쾌한 시간의 철학 ◎ 저자 : 뤼디거 자프란스키 / 출판사 : 은행나무 / 정가 : 13,000원 ‘시간은 기묘한 것이지. 그냥 흘러가는 데로 살면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나 돌연 우리는 시간만은 느끼네’ 호프만슈탈은 <장미의 기사>에서 ‘시간’을 이렇게 노래했다. 우리는 거부할 수 없이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시간을 집중해서 느끼며 사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시간은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인다. 그러나,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누구도 나에게 시간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때는 시간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은데, 정작 묻는 이에게 설명을 하려면,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철학과 함께 독문학, 예술사를 두루 섭렵한 저자는 다양한 접근으로 시간의 본질에 대해 논하고 있다. 책은 ‘지루함이라는 시간’, ‘새 출발의 시간’, ‘근심의 시간’, ‘사회화한 시간’, ‘고유한 시간’, ‘충족된 시간과 영원’ 등 총 10장에 걸쳐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계로 재는 시간이 아닌, 시간의 작용이
최은진의 BOOK소리 96 꿈꾸는 다음세상이 ‘첫눈’처럼 오길 공터에서 ◎ 저자 : 김 훈 / 출판사 : 해냄 / 정가 : 14,000원 작가 김훈의 ‘적막한 세상을 응시하는 깊은 눈’이 공터에 가서 닿으니 그 곳은 처절하고 황량하고 쓸쓸해졌다. 오직 ‘작가 김훈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란 말이 정확한 표현이었다. 가슴 먹먹한 가족사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삶이란 다 이런 것이구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렇게 주인공 마차세를 중심으로 보여지는 가족사는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저자의 말처럼 영웅적이지 못한 소설 속 인물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없이 쫓겨 다닌다. 마차세도, 그의 아버지 마동수도, 형 마장세도 늘 닿을 수 없는 곳에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 그가 말하는 그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은 지금 우리 가까이에도 늘 있다.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시대적인 배경을 중심으로 마동수와 그의 아들들, 마차세, 마장세가 꾸려나가는 굴곡진 삶을 담은 이야기. 급변하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겪는 처절한 삶은 지금과도 이어져 있다. 그들에게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