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46 짝사랑을 몰래 훔쳐보는 재미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저자 : 모리미 토미히코 / 출판사 : 작가정신 / 정가 : 12,000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직 리얼리즘 기법으로 풀어나가는 일본의 모리미 토미히코 작가의 경쾌한 소설이다. 천진난만한 여대생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선배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판타지. 일본의 경주라고 불리는 조용한 도시 교토를 배경으로 소설 속에는 수많은 레스토랑과 일본식 여관과 강가에 위치한 주점, 요리점 그리고 다다스 숲이 등장한다. 개성강한 기인들이 등장해 주인공과 얽히고 설키는 관계가 되는데 대개의 소설이 주는 숨막히는 갈등이라든가 깊은 슬픔 따윈 느낄 수 없다. 몽환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와 전개가 절로 미소짓게 만들 뿐이다. 허구와 판타지로맨스가 뒤섞인 이런 류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황당하게 느껴질지도. 단발머리 여대생 걸음을 뒤쫓아 밤의 도시를 걷다보면 상쾌한 밤공기가 가슴 깊숙이 들어온다. 그러다 어느새 그 뒤를 몰래 뒤따르는, 그녀를 짝사랑하는 순수한 청년
최은진의 BOOK소리 45 글쟁이 다섯과 그림쟁이 다섯의 만남 그림에도 불구하고 ◎ 저자 : 이원, 윤종석 외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5,000원 다섯명 문인과 다섯명 화가의 만남이 만들어낸 크로스오버가 참신하다. 각기 다른 분야의 예술 세계와 조우하고 대화하고 스며들기까지의 과정과 내면의 소리들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그 주인공은 시인 이원 신용목 김민정, 소설가 백가흠 김태용과 화가 윤종석 이길우 이상선 변웅필 정재호. 둘씩 짝을 지어 첫 만남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예술세계에 파고들어 소통하는 모습을 책에 담았다. 자신만의 문장과 문체로 그림을 글에 담으려 했고, 화폭에 자기만의 스타일로 상대방의 글을 담으려는 흔적이 보인다. 그렇게 서로의 예술에 탐닉해가는 동안 그림과 글은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완성되었다. 서로의 공간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소통하고 작품을 이해하려는 모습이다. 1. 윤종석+이원 : 그들의 작품의 시작과 끝은 기억이 사람을 살게 한다는 것. 2. 이길우+김태용 : 화폭에 구멍뚫는 화가와 언어에 구멍뚫는
최은진의 BOOK소리 44 라면을 끓이며 먹고 산다는 것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비애 ◎ 저자 :김 훈 /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5,000원 “한국문단의 벼락같은 축복”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김훈 작가의 글은 안 읽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읽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글쓰기의 완성은 산문에 있다는 말이 있다. 산문의 에두르지 않는 진솔함과 담담함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연필로 꾹꾹 눌러서 글을 쓴다는 그의 손가락에 박힌 굳은살은 ‘온몸으로 길어 올려 생을 쓴다’는 증거일 터. 그러므로 육체적인 노동으로 인한 사실성에 바탕을 둔 그의 문장이 가슴을 울리는 것은 당연하다. 절판된 그의 산문집 , , 에서 산문을 가려 뽑고, 새로 쓴 원고 400매 가량을 합쳐 를 펴냈다. 오래된 글들에서 버려도 좋을 것은 버리고, 버리기 아까운 것들, 세상에 다시 내놓아도 좋을 것들과 새로운 글들을 합쳐서 내놓았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먹고 산다는 것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비애”에 주목한 글들이다. 밥, 돈, 몸,
최은진의 BOOK소리43 음식의 언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 ◎저자: 댄 주래프스키/ 출판사 : 어크로스/ 정가 : 17,000원 천재 언어학 교수인 댄 주래프스키가 펼쳐놓는 푸짐하게 잘차린 식탁을 편하게 앉아서(혹은 누워서?)받아보자! 괴짜 교수로 이름난 그의 강의 는 이미 스탠퍼드 대학의 7만 명이 수강한 최고 인기 강의다. 그는 언어라는 프레임으로 음식을 바라보고 그걸 통해 복잡한 세상을 관찰하여 받아들인다. 누구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제인 음식을 단순히 음식명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역사, 맛, 가격 등 음식과 관련된 모든 주제를 언어에서 고찰한다. 자신의 전문 분야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보지 못하는 속살까지 다 뒤집어보는 느낌이다. 알고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토마토 케첩은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생긴 말이란다. 케첩이라는 언어의 기원을 통해서 동서양의 위대한 만남을 엿볼 수 있고, 이런 위대한 만남이 단지 케첩만은 아니라는 것을 여러 음식을 등장시켜 증명한다.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굽거나, 결혼식에서 신랑신부에게 건
최은진의 BOOK소리 42 기억은 뇌가 쓴 소설 지금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저자 : 김대식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5,000원 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 어딨는지 몰라 여기저기 둘러보는 경험 한번쯤 안 해본 사람 있을까? 하루가 다르게 감퇴하는 기억력을 한탄하며 몸이 늙는 것보다 뇌가 늙는 것이 더 두려운 게 현대인들 아닌가. 사실상 우리라는 본질을 조종하고 있는 뇌 속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뇌는 젊어지게 할 수는 없는 걸까? 뇌과학자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이 교양에세이는 머릿속 세상이야기를 담고 있다. 뇌에 관한 궁금증을 완전히는 아니지만 상당부분 해소해 줄 수 있는 25가지의 똑똑한 이야기들. 4000원짜리 커피가 2000원짜리 커피보다 왜 맛있는지, 약속을 하는 나와 실행을 하는 나는 왜 다른지, 로보캅은 인간인지 로봇인지, 뇌를 읽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보안은 어떻게 할 것인지, 꿈은 왜 꾸는지, 뇌와 기억을 이식한다면 문제점은 없는지 등의 흥미로운 얘깃거리로 가득하다. 우리가 몰랐던 뇌의 횡포(?)에 대해 알게 되면 자신을 대하는 방식과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예컨대
최은진의 BOOK소리 41 영원을 향해 직선으로 흐르는 요요같은 사랑 가짜 팔로 하는 포옹 ◎ 저자 : 김중혁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3,000원 특별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는 없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사랑은 첫사랑이고 애틋하다. 그러나 공감할 수 없는 남의 연애사는 지루하고 진부하게 느껴지기 마련. 총 8편의 시간과 사랑에 관한 이 단편소설집에는 달콤한 연애도 없고 연애세포를 깨우지도 않는다. 우리가 치열하게 사랑했던 한 시절에 대한 쓸쓸함과 안타까움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독자를 집어삼킨다. 특별한 사건과 평범한 인물들만으로도 속도감 있는 세련된 문장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그들 사랑의 끝은 남겨진 거 없이 너덜너덜해지고 시간의 파괴력은 무시무시하게 다가온다. 뻔할 수 있는 상황들과 사랑에 빠졌을 때만 알수 있는 사소한 감정과 남녀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미묘한 틈을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그 틈은 이를테면 술잔에 맺힌 물기 같은 거란다. “나는 차가운데, 바깥은 차갑지 않아서, 나는 아픈데, 바깥은 하나도 아프지 않아서.”
최은진의 BOOK소리 40 가면이 벗겨진 민낯의 유명인들 위대하거나 사기꾼이거나 ◎ 저자 : 폴 존슨 / 출판사 : 이마고 / 정가 : 15,000원 전기작가인 폴 존슨이 100명의 유명인들을 사적인 만남이나 실화를 통해 풀어놓은 20세기 인물 오디세이이다. 언론인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통찰력과 비판력이 돋보인다. “피카소는 내가 실제로 만났던 사람 중 가장 사악한 사람이었다!”는 충격적인 말로 놀라게 한다. 그를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화가이자 그 당시 악당들의 해악을 모두 합해도 그가 예술에 끼친 해악을 따라올 수 없다는 독설을 날렸다. 하지만 를 그릴려고 의도적으로 두 여자를 작업실 바닥에서 싸우게 했다는 일화를 보며 피카소가 이전보다 더 좋아진 건 왜인지 모르겠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열정 넘치는 보라색 눈으로 주변을 홀리는’ 인물, 딜런 토머스를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인 구걸 편지의 대가”,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언론과의 관계, 섹스를 포기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남자를 보는 눈이 없
달콤한 사탕냄새가 묻어나오는 이야기들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 저자 : 폴 빌리어드/ 출판사 : 문예출판사 / 정가 : 11,000원 지나간 날들은 모두 아름답다고 했던가. 태어나면서부터 어른이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이 있었고, 나름의 성장통과 수많은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들 속에서 사랑과 이해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이해의 선물의 작가 폴 빌리어드가 들려주는 21개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 관한 추억이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자리잡은 폴 빌리어드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족과 이웃들이 있었다.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였던 그가 세상을 배워나간 삶의 방식들이 21개의 에피소드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첫 기차 여행의 설레임과 짝사랑한 선생님에 대한 아픔, 감자를 굽다가 산불낸 후의 두려움, 낚시 중 극적 구조 등 다양한 모습의 추억들이 펼쳐지는데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어른이 된 후에나 고백할 수 있는 부끄러운 이야기와 철없는 행동에 대한 후회도 있지만 그것
최은진의 BOOK소리 38 우주로부터의 귀환 우주로부터의 귀환 ◎ 저자 : 다치바나 다카시 / 출판사 : 청어람미디어 / 정가 : 12,000원 영화 콘텍트에서 우주비행사 엘리는 말한다. “너무 아름다운데, 이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어. 시인이 왔어야 되는데.....” 그런데, 시인이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주비행사가 시인이 될 수는 있다. 일본 최고의 지성이라고 불리며 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다치바나 다카시. 지구를 떠나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우주비행사들의 세세한 인터뷰를 통해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우주를 다녀온 후 그들의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왜 그런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주 체험을 한 뒤에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는 없다.”고 말한 슈와이카트. 우주 체험의 내적 충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우주의 오아시스인 지구를 우주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운좋은 사람들, 전체를 본 사람들이 우물 안 지구인들에게 들려주는 생생한 체험담이다. “우
최은진의 BOOK소리 37 노자와 장자, 세상을 향해 외치다! 술은 익어가고 도는 깊어지고 ◎ 저자 : 장후예위 / 출판사 : 영림카디널 / 정가 :17,000원 조용히 앉아있는 기쁨, 책 읽는 기쁨, 꽃을 보는 기쁨, 달과 노니는 기쁨, 그림을 감상하는 기쁨, 새소리를 듣는 기쁨, 음악을 즐기는 기쁨, 편안히 잠자는 기쁨. 옛 사람들은 삶에는 이렇게 여덟 가지 기쁨이 있다고 했다. 너무 추상적이고 상대적이고 명확히 짚어낼 수는 없는 삶의 행복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쉽고도 멋지게 표현하고 실천했다니 옛날 사람들 참 똑똑하다. 사고(四苦)도 모자라서 팔고(八苦)로 고달픈 삶은 오래전부터 이렇게 여덟 개의 소소한 기쁨으로 이겨냈다. 저자는 도가의 노장사상은 잠시 고통을 잊게 해주는 마취제나 진통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병의 근원에 접근하는 근본적인 치료방법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주는 상상초월의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 마약같은 걸로 위안받으려는 사람들에게 결국 남는 것은 더 큰 고통과 공허뿐이라는 것이다. 도가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온화함과 겸손함, 인내심과 관용, 지혜화 포용, 침착함과 초탈의 품격을 기를 수있게 해준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최은진의 BOOK소리 36 옥탑방 네 남자의 찌질한 삶 망원동 브라더스 ◎ 저자 : 김호연 / 출판사 : 나무옆의자 / 정가 : 13,000원 여름 더위를 잊게 해줄 만큼 재미있다. 읽을 때는 별 생각없이 술술 넘어가지만 다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무겁지 않고 유쾌하지만, 이 시대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무명만화가 영준의 망원동 8평 옥탑방에 어느 날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등장하게 되고, 그들과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20대 만년 고시생, 30대 백수, 40대 기러기 아빠, 50대 황혼 이혼남까지 이 찌질한 네 남자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름의 이유로 옥탑방에 모여들게 된 네 명의 남자들은 정말 죽자 살자 되는 일이 없다. 그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 후 조용한 날 없이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데 보는 사람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처음엔 재밌다가 여기저기서 깨지는 망원동 브라더스의 현실은 슬프다가 나중에 흐뭇해진다. 영화, 소설, 만화를 넘나드는 전천후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저자 김호연는 영화 이중간첩의 시나리오 작가이며, 실험인간지대라는 작품으로 제1회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신에 대한 두려움과 경이로움에 관하여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 저자 : C.S. 루이스/ 출판사 : 홍성사/ 정가 : 17,000원 단 1%의 가식없이 꾸밈없는 얼굴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우린 모두가 조금씩은 위선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작가인 C.S 루이스가 스스로 자신의 최고 걸작품이라고 칭한 작품이다. 잘 알려진 신화를 각색해서 소설로 구성했기에 그의 다른 모험소설처럼 쉽게 읽히는 듯 하지만, 진정한 자아를 찾으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다룬, 결코 쉽지 않은 책이다. 큐피트와 프시케의 신화를 토대로 재해석했는데, 프시케를 파멸로 이끈 것은 질투가 아니라 사랑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언니인 오루알이 프시케를 찾아나서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그 사랑이 프시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베일에 얼굴을 감추어야만 했을만큼 추녀인 굴룸의 여왕 오루알은 아무에게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안의 어떤 죄의식을 벗고 신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을 때 우리의 진짜 얼굴을 찾을 수 있다는 신화적인 교훈을 담고 있다. 신을 부정했던 오루알이 신 앞에 용서를 구하자 프시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