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선한 의식이다 허연 죽었다 살았다 하는 깜박이는 보안등 아래서 얼굴 반쪽이 있다가 없기를 반복한다. 이별처럼 선한 의식이 있다니. 나는 오늘 감사하다. 너를 영원히 알 수 없었으니 또 감사하다. 소음처럼 지겨운 직박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사랑은 식어간다. 무엇인가를 위해서 울지는 않았다. 오직 남겨질 나를 생각하고 내가 식어가기를 기다렸다. 보안등 아래서. 몇 개의 맹세와 몇 개의 수식과 복잡함 네거리를 통째로 식혔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문처럼 흔들렸다. 식었으니 편안하다. 허연은 서울에서 태어나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신문사 기자인 그가 부단히 전위를 탐하며 실험과 부정을 멈추지 않을 때 그는 새뮤얼 베케트의 표정을 가지며 집요하게 고전과 이상의 활자에 몰입하며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언어의 무의식을 해독해내고자 할 때 그는 보르헤스나 제임스 조이스의 표정을 갖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별은 선한 의식이다」는 연인과 헤어지는 장면의 담담함과 냉냉함을 노래하고 있다. 그걸 선한 의식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이별의 장소에 나가면서 온갖 상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이별은 쿨 했던 것이다
여름방학 장현 치과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맛있는 과자를 먹을 거야 저 멀리 빨간 머리의 연인들이 나누는 키스도 챙겨볼 거야 외국에선 느낌표나 물음표를 자주 써도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그랬어 천둥이 우르르 쾅쾅 해서 허둥지둥하는 반려동물에겐 꼭 한국어로 쓴 시를 읽어줘야지 뒤에 숨어서 귀여워하지도 힘껏 안아주지도 않을 거야 휴대폰을 울리는 부고 소식처럼 반려동물의 장례식에 친구들을 초대하자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 이젠 매일매일 생리하는 것 같다는 친구네 화장실도 한 번 두드리고 갈 거야 보기 좋은 책이 읽기에도 좋은 거야 나는 여름의 빌라에 오래 앉아 분수대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볼 거야 엄마 어디 갔어? 왜 혼자야? 묻지 않고 나를 잡아당기는 아이의 손을 따라 들어갈 거야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도 괜찮을 거야 장현은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나 2019년 제1회 박상륭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그의 첫 시집 『22:Chae Mi Hee』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시간순으로 씌어진 시편들을 모은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한국 사회에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각종 문제들이 가시화되었으며 한국 문학장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었다. 장현은 문학장의 경계에서
커밍아웃 강혜빈 축축한 비밀 잘 데리고 있거든 일찌감치 날짜가 지난 토마토 들키지 않고 물컹한 표정은 냉장고에 두고 나는 현관문을 확인해야 해 아픈 적 없는 내일을 마중 나가며 (.....) 아무도 모르는 놀이터에서 치마를 까고 그네를 탓어 미끄럼틀과 시소의 표정 낮지도 높지도 않은 마음을 가지자 혼자라는 단어가 낯설어지면 (.....) 뉴스는 토마토의 보관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설탕에 푹 절여지고 싶어 사소한 기침이 시작된다 내 컵을 쓰기 전에 혈액형을 알려줄래? 옷장에서 알록달록한 비밀이 흘러나와 자라지 않은 발목 아래로, 말을 잊은 양탄자 사이로 기꺼이 불가능한 토마토에게로 강혜빈은 1993년 성남에서 태어났다.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의 첫 시집 『밤의 팔레트』에는 유난히 무지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무지개는 성소주자, 혹은 성소수자의 프라이드를 상징한다. 그녀의 시「커밍아웃」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은유를 통해 드러낸 작품이다. 첫 행 ‘축축한 비밀 잘 데리고 있거든’에서 성소수자의 비애가 엿보인다.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직장의 동료에도 발설 할 수 없었던 비밀이었다. 날짜
갯 벌 안영선 달은 수음 중이다 달빛 속에서 바다가 출렁거린다 달이 바다의 물기를 빨아드리자 축축하게 감춰둔 갯벌이 열린다 여자 몇 질퍽한 갯벌 위로 다리 하나를 내놓고 휘젓는다 투명한 무게에 눌려 잠잠하던 생이 꿈틀거린다 널배 위 출산의 기억을 잃은 덩치 큰 자궁이 하나씩 놓여 있다 여자의 낡은 자궁이 지나간 자리마다 질퍽한 새 항로가 새겨졌다 자궁을 깨끗이 비워낸 여자의 손 몇이 꿈틀거리는 생식기처럼 갯벌을 더듬는다 한 여자의 섬세한 촉수에 출렁이는 갯벌이 황홀경에 젖는다 갯벌은 생의 비애를 맛보는 것과 깊이 숨어드는 것들로 분주하다 젊은 날 여자는 몸에서 어린 영혼을 분리해 낸 적이 있었다 하나를 덜어내면 다른 하나가 생길 거라는 기대는 무너졌다 여자의 갯벌은 더 이상 축축하지 않았다 여자는 바다 속 갯벌의 빈 자궁을 상상한다 무심코 지나온 길은 다시 돌아가야 할 미궁의 길 회귀의 항로가 혼미하다 수분을 토해낸 달은 바다에 빠져 갯벌과 한창 교미 중이다 안영선은 2013년 『문학의 오늘』 제1회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의 시세계는 진솔하고 허위의식이 없으며 과장하지 않고 묵직하며 예리하다. 「갯벌」은 그의 시세계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첫
우르비캉드의 광기 류진 넘어졌는데 바닥이 따뜻할 때 흘렸는데 코피가 차가울 때 운동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착지 했는데 목성일 때 당겼는데 빗줄기일 때 나무떼가 철컥철컥 갑옷일 때 마음인제 차가운 햄일 때 물병 속의 물결인데 빠졌을 때 청군이 이기기로 했습니다 사냥꾼이 구름을 쏠 때 아이들이 후두둑 떨어질 때 앞니에 노을이 안 지워질 때 눈물인데 돗자리가 반짝일 때 죽었는데 김밥일 때 준비하시고 개미는 응원입니다 류진은 1987년에 태어났다. 출생지가 어디인지는 밝힌 바 없다. 2016년 『21세기 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등단 4년만의 이번 첫 시집 『앙앙앙앙』은 활달하고 역동적인 문장으로 숨 가쁘게 읽힌다. 입담이 좋은 것이다. 쉬이 마르지 않는 이야기는 풍요롭고 다른 어법으로 반복 재생되는 장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폭발 직전의 에너지를 갖는다. 「우르비캉드의 광기」는 동명의 판타지 만화의 제목이다. 8연으로 되어 있는 이 시는 서로 연결되는 고리가 약하고 인접성의 독법을 허용하지 않는다. 핵심어는 ’때‘이며 때와 때를 연결하는 문장이 ‘운동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청군이 이기기로 했습니다’ ‘준비하시고 개미는 응원입니다’이다. 어느
밥이 끓는 동안 백무산 밥이 끓는다 배부르지 않다 맛 볼 수도 없다 뚜껑을 열어볼 수도 없다 현자들은 현재만을 살라고 충고하지만 현재를 살아볼 도리가 없다 지금은 끓고 있을 뿐이다 끓고 있는 지금 내가 먹는 것은 언제나 과거와 미래의 허공이다 허공만이 실재라는 듯이 현재는 허기다 주린 배로 사냥에 나선 피에 젖은 발톱이다 둥지로 돌아가지 못한 부러진 날개다 지금은 먹을 수 없다 죽을 지경이다 현재는 끓고 있는 창세기다 백무산은 1955년 영천에서 태어나 1984년 『민중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를 비롯하여 여러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그는 대표적인 노동자 민중시인이었고 리얼리즘의 미학을 추구해 왔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시간에 대한 사유가 전경화되어 나타난다. 시간에 대한 사유를 통해 그는 시간 혁명을 위한 ’혁명의 시간‘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가 때로 시간을 정지시키는 것은 혁명의 시간을 위해서다. 「밥이 끓는 동안」에서도 시간의 혁명은 시도 되고 있다. 현자들은 현재만을 살라고 충고하지만 그는 현재를 살아볼 도리가 없다고 고백한다. 현재는 끓고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가 먹은 것은 언제나 과거와 미래의 허공이었던
푸른 달 아래 이정훈 돌이 튄다 끝없이 두런거리는 강가 돌무지 틈 쏘가리와 뱀장어를 다시 찌르고 놓쳤던 고기들을 또 놓친다 수면을 달려간 빗방울 돌 밑에 엎드린 둥근 입술 모두 흘러가는 하늘의 강 불을 피우렴, 우리 오래된 유목(流木) 천 년 전에도 작살을 메고 빛나는 물고기를 쫒아갔을까 무성한 이파리들을 헤치고 날아간 살별들이 어두워졌을까 물이끼 자욱한 달에 귀를 띄우고 나는 세상의 얼룩 한점 언제나 궁금한 물살로 죽어갔으면 강물이 더듬더듬 산을 돌아가는 새벽 별들을 몰아 강 건너는 달 아래 눈 털고 잤다 이정훈은 1967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201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그의 첫 시집인 이번 시집은 토착 언어로 구체적인 사물과 일상의 사건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화물 트레일러를 모는 일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빵꾸를 때운다」에서 그의 직업을 엿볼 수 있다. 시인과 트레일러 운전기사는 좀체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지만 그의 생업인 것은 분명하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고향 평창 주변의 강에서 유년시절부터 해왔던 작살로 쏘가리를 잡는 이야기를 여러 시편에서 보인다. 쏘가리는 그의 시편이기도 하고 그 자신이기도 할 것이다. 돌무지 틈의 쏘가리를 향
기우 이영재 박주사가 와서 염치없이 비빈 밥을 잘도 퍼먹는다 땅을 달라고 또 가문 날이었다 노인네 주름마냥 푸성귀를 다듬는 척하다, 전등 가는 박주사의 뒤통수를 무쇠솥으로 후려쳤다 개가 짖었으면 해서 온 동네 개들이 연쇄하는 잎사귀와 다를 바 없이 시끄럽게 쏟아져댄다 이영재는 201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이번 시집은 그의 첫 시집이다. 시집 속의 그의 대부분의 시편들은 일반적인 문법을 뛰어넘는다. 그러므로 문장은 모호한 언어와 모호한 이미지로 되어 있다. 그의 낯선 문장이 독자를 당혹하게 만드는 이유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오랫동안 자신이 시를 썼다고 생각해 왔는데 시가 그를 기록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 그의 시편들은 시에 의해 기록된, 그가 보고 생각한 것을 쓴다고 말한다. 시에 의해 구축된 그가 시를 구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반성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 것이다. 「기우」는 그나마 서사가 보이는 작품이어서 어렴풋이 시적상황을 짐작 할 수 있게 한다. ‘박주사’와 시적 화자는 혈육관계일 것이다. 땅을 달라고 조르는 것으로 보아 화자는 장손 집안의 자식일 것이다. 박주사가 전등을 갈아주는 것도 땅을 받아
초록 방 이지아 스무 살 내 피는 초록이었나. 밀림을 찾아 얼쩡거렸지. 갈기처럼 두껍고 뻣뻣한 파마에 술을 마시고 토하면 초록 웅덩이가 생겼지. 아침마다 전철을 타고 커피를 탄다. 털을 숨기며 상냥해지기 야간대에 들어가서 다른 사자들과 만난다. 누가 더 위엄스럽게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얼마나 더 여린 짐승을 가져야 하는지 의논한다. 몇 달 만에 집에 가면 어미는 얼갈이김치를 담그던 바가지를 던지며 저 사자 같은 년 굵은 소금을 뿌려도 순해지질 않아. 정맥 속엔 긴 실이 기어 다니고 이렇게 살다가 죽을 것을 안다. 나는 여섯 살 망원동 뒷방에 버려져 있었다. 어미는 나를 구했다. 어미는 함정이었지 이 사자 같은 년 내 방에서 나와 이지아는 2000년 『월간문학』 신인상 희곡 부문을 수상하고 2015년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첫 시집인 『오트 쿠튀르』는 ‘의미의 포착에서 버켜서는 패러독스의 층위들이 층층이 포개지고 요동치면서 무한을 향해 끊임없이 질주하는’ 시편들이라고 해설에서 조재룡은 지적한다. 「초록 방」은 그녀의 스무 살의 초록빛 기록이다. 초록 피를 가진 그녀는 밀림을 찾아 얼쩡거렸으며 사자파마에 술을 마시고 토하기도
당신의 아름다움 조용미 당신은 늘 빛을 등지고 있다 내가 만든 구도이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 더불어 당신의 아름다움은 윤리적이어야 한다 당신은 최종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빈틈없어야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고독한 사건이어야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나로부터 발생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내게 늘 가장 큰 시련이다 당신 뒤에는 빛이 있다 당신은 빛을 조금가리고 있다 조용미는 1962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시는 고통의 감압 과정을 정밀하게 보여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당신과 아름다움에 대한 주술적 고백시다. 여기서 당신은 여러 사물의 메타포 임을 짐작 할 수 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림이면 어떻고, 시면 어떻고, 조국이면 어떻다는 말인가. 그것들이 아름다워야 한다는데 누가 반론을 펼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당신의 아름다움은 내게 늘/가장 큰 시련이다’에서 시 읽기가 멈춘다. 객관적이고 윤리적이고 최종적이고 빈틈없고 고독한 사건으로서의 당신의 아름다움은 완성에 이른 아름다움이어서 또 다른 도전으로서의 아
부른 사람을 찾는 얼굴 최정진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마주친 사람도 있는데 마주치지 않은 사람들로 생각이 가득하다 그를 보는 것이 긍정도 부정도 아니고 외면하는 것이 선행도 악행도 아니다 환멸은 차갑고 냉소가 따뜻해서도 아닌데 모르는 사람과 내렸다 돌아보면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타는 것 같다 최정진은 1980년 전남 수천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이번 시집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에는 동명의 시가 7편이 수록되어 있다. 연작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 독립된 시다. 작가는 시간과 공간의 중첩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문장들은 모순의 문장들이다. 예컨대 ‘욕조의 물을 틀지 않았는데 /물소리가 들려온다’라던가 ‘모르는 사람과 내렸다 돌아보면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타는 것 같다’ 등이 그것이다.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는 서로 상반된 두 상황의 조응으로 이루어진다. 마주친 사람은 마주치지 않은 사람과 조응하고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과 조응한다. 그뿐만 아니라 보는 행위와 외면하는 행위도, 긍정과 부정도, 선행과 악행도, 환멸과 냉소도, 차가움과 따뜻함도, 타는 것과 내리는 것도 서로 조
먼나무 박설희 바로 코앞에 있는데 먼나무 뭔나무야 물으면 먼나무 쓰다듬어 봐도 먼나무 끼리끼리 연리지를 이루면 더 먼나무 먼나무가 있는 뜰은 먼뜰 그 뜰을 흐르는 먼내 울울창창 무리지어 먼나무 창에 흐르는 빗물을 따라 내 속을 흘러만 가는 끝끝내 먼나무 박설희는 2003년 『실천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첫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이후 두 번째 시집이 『꽃은 바퀴다』이다. 그녀는 리얼리즘으로 기운 시인이다. 그녀의 시가 상상력 쪽으로 기울면 실패하게 될 확률이 높고 현실 쪽으로 기울면 성공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먼나무」는 은유의 시다. 나무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이다. 이웃인데 먼 이웃이다. 코앞에 있는 이웃이 먼 이웃인 거다. 쓰다듬어 봐도 먼 이웃이고 끼리끼리 연리지를 이루면 더 먼 이웃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 시는 다 읽은 것이다. 세상 사물들은 서로 은유로 존재한다. 은유의 무서운 힘이다. 먼나무가 가까운 이웃의 은유라면 섬찍하지 않은가. 그걸 읽어 내는 사람이 시인이다. 시인이 더 섬찍하다. 울울창창 무리지어 먼나무라면 이 세상은 살맛나지 않는 세상이다. 누구의 탓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탓이다. 그렇다면 이 시는 통열한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