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환경/사회

메르스 정보공개 숨긴 수지구 보건소

확진자 경유병원 자체 안내공고 게재, 보건소는 혼란 이유로 숨기기 급급

중동호흡기질환(MERS·메르스)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보건소가 메르스 확진자 경유병원을 숨기려고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확진자를 진료한 의사가 자가격리조치되며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병원입구에 메르스 확진자 경유로 인해 휴원한다는 공고문을 붙였지만 수지구보건소가 이 공고문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
수지구보건소장은 이같은 사실도 보고받지 못해 보고체계의 허술함을 드러내는가 하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라는 정찬민 용인시장의 지시도 가볍게 무시한 독단적 행정을 펼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수지구보건소가 확산방지보다 숨기기에 급급한 행정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내 병·의원은 보건소의 갑질과 보복을 우려하며 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용인시와 수지구보건소에 따르면 수지구 지역의 A의원은 지난 달 31일 진료를 받았던 B씨(71)가 7일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 다음날 메르스 확진자 경유를 밝히는 안내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안내문을 붙이자 수지구 보건소는 안내문의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
이를 본 주민들이 수지구 보건소에 문의전화를 하는 등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혼란이 발생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A의원과 더불어 인근 C의원도 같은 이유로 보건소 측의 권유를 받았다.
C의원 역시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D씨(64·여)가 진료를 받은 것을 이유로 안내문을 게재하고 자가격리 조치를 알렸다.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의원 자체에서 메르스 확진자 경유 사실을 알렸지만, 확산을 막아야 할 보건소가 오히려 감추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더욱이 수지구보건소장은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직원이 이같은 행정을 펼쳤는지 모른채 해당 조치를 부인하다 뒤늦게 시인했다.

결국 시가 메르스 확진환자와 경유병원에 대해 적극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노력을 해왔지만, 보건소는 이를 막는 등 엇박자 행정을 펼친 형국이다.
뒤늦게 사실이 알려지며 시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지만 보건소 측은 확진환자와 정보공개는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통해 결정하는 사안이라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다만 확진자가 해당 의원을 찾았을 당시에는 확진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문구를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수지구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정확한 정보공개를 통해 메르스 확산방지와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건소는 메르스 확산 방지보다 사실관계를 숨기는 것이 정보를 공개하는 것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소 관계자는 “안내문을 떼라거나 은폐를 요구한 사실은 없다”며 “당시 공고를 보고 많은 시민들이 혼란을 겪었기 때문에 확정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문구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행정조치가 아닌 단순한 권고였기 때문에 보건소장과 시에 보고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