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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33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지독한 감정
연민
◎ 저자 : 슈테판 츠바이크 / 출판사 : 지식의 숲 / 정가 : 13,000원


‘사랑의 심리학자’라고 불리는 세계최고의 전기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평소 인간의 비합리적인 심리를 주로 다루었다. 프로이트의 친구이자 열렬한 팬이었던 그가 파헤쳐 놓은 인간의 연민,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지만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이라고 알고 있는 연민이 사실은 나를 포장하기 위한 이기적인 감정이라는 것.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풀었다는 뿌듯함에 보상심리까지 더해지기 시작하면서 호프밀러의 불행은 시작된다.

신체적 결함이 있는 에디트를 위한 작은 호의로 시작된 호프밀러의 연민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그 과정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어보자. 연민에서 시작된 호프밀러의 감정은 의도치 않게 책임을 요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그가 택한 방법은 도피뿐이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만 환자를 위한 위로이고 치료제이며 약이 되지요. 그러나 이걸 정확하게 조제할 줄 모르고, 적당한 시기에 멈출 줄 모르면 독약이 되고 맙니다.” 의사 콘도로의 조언은 정확했다. 연민으로 시작된 사랑은 독약이 되어 비참하게 끝난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 혹은 속내를 감춘 이타심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악은 어중간하게 때문에 생기는 것”을 알게 된 호프밀러, 자신의 우유부단함과 책임지지 못한 연민이 그녀를 살해했다는 자책이 평생 괴롭힌다.

그는 정말 악한 사람, 책임감 없는 사람이었을까?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호프밀러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며 그의 연민이 전혀 가치없는 감정인 것만은 아니었다고 믿어야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이다. 저자는 냉철한 시선으로 인간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리를 낱낱이 파헤쳐 놓는다. 우리안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넘어서 객관화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책임지지 못할 섣부른 연민에 대한 경고를 마음에 새기자. 과잉친절과 우유부단함도 조심, 또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