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그리는 일에 일생을 바쳐온 성백주 화백은 일상의 풍경과 사물, 정물에 대한 소박한 관심을 지속하며 조형적인 감각을 확장해왔다.
작가는 장미의 형태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반추상적인 감각에 바탕을 둔 다채로운 색채와 형태의 변형을 통해 끊임없이 조형적 실험을 해왔다.
아주 오랫동안 장미를 고집해온 이유에 대해 “장미는 형태와 색채가 참 자유로운 꽃이며 화면에서 조형적으로 창조하기에 더 없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소재에 대한 집착은 때로 의욕과잉을 가져오는 예가 많지만 그의 장미들은 퍽 허심하게 처리돼 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사물을 대하는 소박한 태도가 보는 이의 마음을 마냥 즐겁게 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장미만 그린 작가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탁월한 조형성을 보여준 추상작품들도 제작해왔다.
그 작품들은 내면의 숨겨진 감정들을 단순화하거나 생략하여 수직, 수평선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그의 조형의 콤포지션과 색면 추상의 역량을 발견하게 한다. 이 작가에게는 장미 이후의 신조형 회화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장미 작품 외에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추상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귀한 전시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