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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에 살다-순악질여사’ 지금은 ‘농촌사랑 여사’ 방송인 김미화

농사는 예술이여!… 척박한 ‘현실의 땅’에 농촌문화운동 ‘꿈의 밀알’

   
순악질여사로 유명했던 개그맨 출신 방송인 김미화씨.

순악질여사로 유명했던 개그맨 출신 방송인 김미화씨. 그녀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살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 빼고는 다 안다. 그녀는 지금 용인사람보다 더 용인 사람답게 잘 살고 있다. 잘 살고 있다는 게 무엇일까. 오는 8월 2일 1주년 생일을 맞이하는 까페 호미가 궁금증을 풀어주는 열쇠다.

■예농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예농 1
그녀는 논밭 한 가운데 까페 호미를 차리고 그동안 용인사람치고 아무도 시도해본 적도 없고 시도하려 들지도 았았던 예농(예술+농업)운동을 펼치며 농부님들의 기를 살려주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농부님들이 음메 기살어를 날마다 외칠 수 있도록. 그녀가 부르는 호칭대로 ‘농부님들’이 예술이 흐르는 까페 호미에서 주중엔 까페 내부에, 주말에는 시끌벅적 데크에서 열리는 ‘순악질의 농부 벼룩시장’(FFM)에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당당히 가져와 소비자가(소비자가 원하는 가격)가 아니라 농부가(농부가 정하는 가격)를 받으면서 팔고 있다. 가격을 너무 싸게 불러서 탈이지만. 채소는 주로 주말에 선보이는데, 커다란 단 하나에 2, 3천원밖에 안하니 도시 주부들이 신나서 한보따리씩 사간다.

이곳에는 아주 소규모 농사를 짓더라도 평소 농약 쓰지 않고 건실하게 농사를 짓는 분들의 생산물이거나, 친환경작목반의 생산물이 주로 판매된다. 주중에 까페 내에 상설로 열리는 판매대에는 요즘 동네 할머니들이 옥수수 한 자루씩 가져다 놓고 팔아달라신다. 쏠쏠히 잘 팔려서 본전도 뽑고 용돈도 쓰니 할머님들이 아주 흡족해 하신다.


   
■예농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예농 2

고무장화에 밀짚모자를 쓰고, 목에 수건을 두른 채 농사일 하다말고 목마르면 스스럼없이 까페에 들어와서 목을 축이고 나가는 농부들의 모습이야말로 예농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재즈가 흐르는 럭셔리한 카페에서 멋쟁이 숙녀와 굵은 땀방울 떨어지는 농부의 기막힌 랑데부. 물론 동네 농부님들이 목을 축인 음료는 공짜다.

하지만 그녀가 외치는 진정 “농사는 예술이여!”의 실체는 심고 꾸준히 기다릴 줄 아는 농부님들의 기다림의 미학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표현대로 메마르고 돌처럼 딱딱해진 땅을 뚫고서, 지진을 일으키듯 땅을 가르며 올라오는 새싹들의 경이로운 생명의 힘이 바로 예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녀는 요즘 농촌 문화 운동에 한 알의 씨앗을 제대로 심은 것이다.
처음에 동네 농부님들은 “유명인이 뭣 때문에, 무슨 의도를 가지고 논밭 한가운데 까페를 차렸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1년을 지내면서 그게 아닌 것을 깨달았다.

“김미화씨가 돈 벌 생각이었으면 사람 많은 도심 속으로 들어갔지 농촌에다 뭣 할려고 차리겠어.” 대변인이 다 됐다.

이제야 원삼면 농부들은 진정한 공동체의 맛과 멋이 무엇인지, 사는 맛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워가고 있다.


■아침부터 밀려드는 장바구니 든 주부들

벼룩시장에는 아침부터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이 소문을 듣고 밀려든다. 수지 동백 분당 안성 평택 서초동 도봉구 인천 등 각지에서 온다. 물론 장 핑계 대고 김미화를 보러 오는 주부도 있다. 지방에서도 농부들이 컨셉을 보려고 많이 온다. 농부들은 새벽부터 하루 종일 농산물을 채워 넣느라 즐거운 비명이다. 주말 이틀 동안에 100여 만원의 매출을 올리니 한 달로 치면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데크 위에 천막을 치고, 장 마당을 즐겁게 펼쳐주는 김미화씨는 자신은 꿩먹고 알먹고란다. 농부님들이 가끔 옥수수며 감자 등을 맛보라며 쪄오기 때문이다. 한번은 너무 거한 식사 초대를 받은 적도 있다. 바빠서 안된다고 했다가 아침에라도 오라해서 갔더니 어르신들이 등심 안심을 굽고 있었다. “맨날 푸성귀만 먹고 기운 되겠냐”며. 부모님처럼 자식처럼 알뜰살뜰 챙겨주는 마음의 소통이 김미화씨가 생각하는 “잘먹고 잘사는 방법”이다.


   
■농부가 갑이 되는 지점에 들어선 까페 호미의 탄생

호미는 6년 전부터 꿈꿔왔다. 30년 동안 해온 방송 생활도 의미가 있지만, 직업이 화려하다보니 착하고 소박한 농부님들과 소통하고 아날로그 식 정이 오고가는 정다운 공간을 동경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꼭 농부님이라고 했다.

특히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FTA나 쌀시장 개방이 농촌에 전혀 보탬이 안된다는 사실에 순박한 친구이자 이웃인 농부님들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도 힘든데, 앞으로는 더 힘들 것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작은 힘이지만 유명한 사람이 힘을 보태면 그들의 마음 한 조각에 희망을 새길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 사회복지 공부한 것을 농부님들과 함께 나누는 차원의 일, 예술인 남편과 함께 문화와 농업을 한데 묶어내는 차원의 일, 즐겁고 보람된 일. 두 부부는 고심 끝에 논밭 한가운데 호미를 앉혔다.

김미화씨는 호미를 “농부가 갑이 되는 지점”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건실하게 일군 먹거리를 유통시키기 위해 또다시 도시민을 쫓아다녀야 하는 영원한 을 자리의 농부님이 아니라, 도시민들이 찾아내려오게 하는 갑의 지점인 것이죠.”

물론 농부들 모두가 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 힘들여 열심히 농사를 잘 짓지만, 호미의 기준은 친환경 유기농의 노력을 기울이는 농부님들이다. 친환경을 고집하니, 동네 어르신들도 이곳에서 팔기 위해서는 약을 써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재밌는 까페 이름 호미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호미는 기계식 농기구와 달리 하나를 캐면 하나가 나오는 정직한 농기구 아닙니까. 정직한 농민들의 삶이 그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대학교수이자 연주자인 남편 윤승호와 김미화에서 한글자 씩 따온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호미는 헤어질래야 헤어질 수 없는 이들 부부 사이를 상징하기도 한다.


   
■작은 음악회, 미술 전시회 등 다양한 공간 활용

주말에는 팝페라 가수는 물론 클래식 연주가들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문화예술인들이 농촌 운동에 호응해서 기꺼이 무료로 내려와 판을 벌여준다. 작은 음악회는 물론 미술전, 인형전, 그릇전 등이 줄을 잇는다. 테이블을 모두 치우고 바닥에 앉아 바로 코 앞에서 임형주 홍서범 인도춤 브라질 음악 등 침 튀겨가며, 침 맞아가며 연주하는 장면을 도시민과 농부들이 어우러져 감상하니, 이보다 더 멋진 판이 있을까. 출연료 대신 김미화씨는 양파 계란 대파 옥수수 등을 한보따리 안겨준다. 감사하다고 안고 가는 뒷모습을 보며 그들의 수고로움으로 농촌이 더 잘살게 될 것이라고 믿어본다. 사회는 당연히 김미화씨 몫이다.


■1800평의 논밭을 일구는 진짜 농부 김미화

부지런한 농부들조차 하루 24시간 밖에 살아내지 못하는 인생을 그녀는 25시간을 너끈히 살아가고 있다. 강연이다 뭐다 전국 각지를 돌며 할일 다해가면서 논밭 1800평을 도지 얻어 농사까지 지어내는 폼이 어지간한 농부 뺨칠 정도로 완벽하다.

동네 여기저기서 자기네 땅도 도지내라고 성화가날 정도다. 논 1200평에 찰흑미를 듬뿍 심었다. 밭에는 카페에서 쓰이는 토마토 파프리카 깻잎 상추 고추 생강 옥수수 바질에 이르기까지 온갖 채소류를 농약 없이 키워내고 있다. 몸 빼 바지에 고무신 신고 들락거리면서 벌레잡고 풀 뽑아가며 돌본다. 물론 동네 농부님들 자문은 필수다. 한켠에서는 감자 심을 사람, 감자 캘 사람 해가면서 도시 사람들을 모아 함께 농사를 지으니, 일일 농부님들도 땀방울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간다.

정원의 나무, 잔디, 화분, 꽃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녀의 손으로 심고 가꿔낸다. 풀 뽑고 월동시키고, 4계절 꽃을 즐길 수 있도록 무얼 어찌 심고 가꿔야 할지가 그녀의 머릿속에 정리돼 있다. 인테리어를 위해 직접 기른 목화를 따다가 매만지던 중에 만난 그녀는 목화씨를 조금 달라고 했더니 귀한 목화씨앗 몇 알을 준다.


   
■그리운 고향으로 귀향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아날로그식 생활을 좋아하는 그녀.
용인 신갈에서 태어났으니 엄밀히 말하면 귀향한 것이 맞지만, 용인에는 어려서 아주 잠깐 산데다, 유명인으로 금의환향한 때문인지 귀향이 맞나 긴가민가 싶다. 그녀는 자연이 가장 많이 남아있고, 인심과 정겨움이 살아있는 동네를 찾아 원삼면에 둥지를 틀었다.

어렸을 때 서울로 올라가 우이동 수유리 미아리 등을 넘나들면서 가난하게 살던 유년 시절, 동네분들이 꿈과 용기를 키워주던 아늑한 동네에 대한 그리움을 원삼에서 채운 지 벌써 10년이다.

보따리 행상을 하던 어머니를 대신해서 아픈 아버지를 돌봐야 했던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돌보는 게 부담스러운 저녁때쯤 되면 꼬마의 마음속을 읽어내기라도 하듯 “미화 장기 좀 보자”며 어른들이 동네 공터로 불러냈다. 이미자씨 흉내도 내고 까불기도 하면서 장기자랑을 한껏 하면 1원, 2원씩 관람료를 냈다. 그때가 6, 7세이니 어린 시절 이미 프로에 데뷔했다고 할까. 어려서부터 사람 앞에 서는 것에 거리낌 없었고, 오히려 좋아했다.

그녀는 요즘 이곳 원삼면 모든 어른들이 동네 아이들을 키워내는 그런 아늑한 품에 온전히 파묻혀 산다.

“마을이 작아 내가 무슨 일 하면 헛소문도 나지만 이상적인 마을공동체 생활이죠.”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플 때 순악질여사를 만나러 오는 까페 손님들

도심서 많이 찾아온다. 손님들은 순악질여사에 대한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 어릴 때 흉내 내고 살던 추억이자 그분들과 함께 봤던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다.
“과분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지요.” 운 좋게 그녀가 까페에 있는 날은 그녀와 사진도 함께 찍고 사인도 받을 수 있다.


■시사 예능이 아니라, 다시 예능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고민 중

그녀는 요즘 1년 정도 쉬고 있는 중이다. 계속 시사 쪽 섭외가 들어오지만 예전의 코미디로 돌아가고픈 마음에서 쉬어보는 거다. “시사 쪽 하다 보니 이미지가 딱딱해져 예전의 코미디언 정체성을 찾을 수가 없어요. 물론 무엇을 맡겨도 다 잘할 자신 있지만.” 잘난척하는 것이라지만 진행자며 예능인으로 살아온 세월이 30년, 그간의 경험이 얼마나 많겠는가.

8월초 이경규씨가 진행하는 풀하우스를 녹화한다. 그러나 간헐적 예능이나, 시사 예능인이 아니라 다시 예능인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시사쪽을 많이 해서 그런지 시사쪽이 딱인 것 같은데, 그녀는 그게 아닌가보다. 시사 쪽 하다가 약한자들 편 든다고 괜한 공격도 받았다. 어린 시절 구제품을 받으며 살던 그녀는 유명인 됐을 때 힘 보태야겠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살아왔던 거다.


■긍정의 힘

“김미화 선생님, 당당하게 서있는 힘이 뭐에요.” “저의 겉으로 드러난 숱한 상황을 보면서 100번은 더 쓰러졌을 것이라며 안타까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제가 여기서 좌절해서 과연 못 일어나겠어? 하는 거죠.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거죠.”

그녀는 긍정 전도사로 맹활약하고 있다. 뭘 해도 안 될 것이라며 슬럼프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그녀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호미 까페에도 죽음의 문턱까지 간 사람들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잘나가는 신문사 기자가 사표를 던지고 막 내려와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녀는 뭐든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며 느끼는 바를 진솔하게 이야기 해주면서 긍정 에너지를 백배 충전 시켜준다.


   
■까페 호미에서 만나던 날

카페 호미에서 만나던 날, 장맛비가 시원스레 쏟아졌다. 통유리너머의 자작나무가 더 싱그러웠다. 그녀가 낡은 컨테이너 4개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호미는 언제 낡았었는지도 모르게 맑은 빗물에 젖은 탓인지 더 맑고 투명했다. “통유리가 너무 좋지요?” “대신 집은 쑥대밭 되는 거죠.” 친근하고 유쾌한 목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내 농산물이 이거다. 내가 열심히 키우고 있다. 자신감 있게 말하는 농부님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와송 키우는 농부님들도 깨끗하게 키우고 있다며 김미화씨한테 당당하게 가져왔다. 농장에 가서보니 친환경적으로 건실하게 농사짓고 있어서 와송쥬스도 선보이고 있다.

처음 귀농한 젊은이가 고구마 한 박스를 팔아달라고 가져와서는 과연 손님의 반응이 어떨까 떨면서 기다리던 모습이 엊그제 같다. 원래부터 친환경지역인 원삼면이 까페 호미 덕분에 더 친환경적이고 믿음직스러운 동네가 돼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