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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맹장염과 장간막임파선염
김태형/쥬네브고려외과 원장
2008년 09월 08일 (월) 00:00:00 용인신문 webmaster@yonginnews.com

흔히들 오른쪽 아랫배가 지속적으로 아프면 맹장염을 생각한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소아나 젊은 성인의 경우 감별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장간막임파선염이다. 장간막임파선염은 감기 증상이 선행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고 바이러스성뿐만 아니라 Yersinia 와 같은 강력한 세균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장간막임파선염이 의심되면 항생제 처방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장간막임파선염을 진단할 때는 급성충수염(맹장염)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항생제 처방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맹장염은 천공되기 전에는 미열(37.5도~38.5도)이 있다가 천공되고 나면 고열이 나지만 장간막임파선염은 처음부터 고열이 나는 특징이 있으며 통증의 기복이 심한 편이다. 진찰할 때 복부압통의 편차도 심해 이 병원에서 진찰할 때는 심하게 아파했다가 저 병원에서 진찰할 때는 별로 아파하지 않는 식이다.

초음파로 우하복부에서 임파선들이 커져있는 소견이 있으면서 충수의 직경이 정상범위 안에 있을 때 진단할 수 있지만 정상 크기의 충수돌기를 초음파로 식별해내는 데는 상당한 경험을 요하며, 비만하거나 장에 공기가 많을 때는 거의 불가능할 때도 있다.

따라서 장간막임파선염과 급성충수염(맹장염)을 구분하기 어려울 때 통증이 시작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았으면(24시간 이내) 경과를 관찰할 수도 있겠지만 24시간 이상 통증이 지속될 경우 충수절제술(맹장수술)을 권하기도 한다.

첨단 과학이 의학에 이용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졌고 모든 의학적 판단에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증거들을 찾아서 그에 따라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현대 의학의 경향이다.

그러나 아직도 급성충수염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조기에 수술하면서도 심한 장염이나 장간막임파선염을 급성충수염으로 오인해 수술하는 경우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물론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수술하지 않아도 되었을 병을 수술하여 여러 가지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겠지만, 수술해야 되는 병을 늦지 않게 수술하기 위해서 때로 수술 안 해도 되는 병일지도 모르지만 늦지 않게 수술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될 때도 있는 것이다. 어느 것이 환자를 위해 더 좋은 것인가 하는 결정은 결국 환자나 보호자가 하는 것이지만 의사의 설명이나 권유가 최종적인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도 수술 결정이나 치료방침의 결정권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넘기는 것을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의사도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고 이럴 경우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해 직접 선택하게 하는 것도 치료결과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오해나 분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의사가 더 많이 알기 때문에 의사의 결정에 따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기도 했고 자신 있는 의사의 태도가 신뢰감을 주어 의사와 환자의 관계유지나 치료 결과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인터넷의 보급으로 일반인도 상당한 의학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요즈음은 모든 자료를 더 정확히 제공하고 선택할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 대세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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