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사랑ㅣ김수영

사랑

      김수영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김수영(1921~1968)은 서울 관철동에서 출생했다. 선린상고를 졸업한 후 일본에 건너가 1941년 동경상대 전문부에 입학했으나 1943년 학병징집을 피해 귀국했다. 이듬해 만주 길림성으로 이주해 길림 제육고 교원으로 일했다. 광복이 되자 귀국해서 연희대 영문과 4학년에 편입했으나 중퇴했다. 1945년『예술부락』에「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1949년에는 김경린, 박인환 등과 합동시집『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간행하여 모더니스트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소시민적 비애와 슬픔을 모더니즘적인 감각으로 펼치다가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나자 현실에 대한 비판과 민중의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참여시로 바뀐다. 김수영은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이 회통하는 자리에 시의 세계를 완성하고 있다.

「사랑」의 화자는 너로 인해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운다. 그러나 너의 얼굴은 불빛이 켜지는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지만 그만큼 불안하다고 노래한다. 번개처럼/번개처럼/금이간 너의 얼굴은 불안한 것이다. 사랑이란 이처럼 찰나적인 것이다. 사랑을 두고 맹세하지 말라는 경고다. ‘신구문화사’『한국전후 문제시집』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