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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챙기기 급급… 돈 먹는 하마

LOCAL FOCUS-말많고 탈많은 용인문화재단

 

인건비가 재단 전체 예산의 절반 육박… 연간 100억 원 수준
문화예술 전문인력은 극소수… 대부분 행정직·기능직이 차지

 

[용인신문] 연간 2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용인문화재단. 직원 140여 명의 인건비와 사업비다. 용인시 산하기관으로 거대 조직인 용인문화재단. 이제 재단 출범 10년 차로 접어드는 문화재단의 역할과 정체성 문제에 대해 긴급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편집자 주>

 

최근 용인시와 지역문화예술계, 그리고 용인문화재단(이하 문화재단)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화재단은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전문기관이라기보다는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현재 문화재단 소속 직원들의 인건비는 문화재단 전체 예산의 절반인 연간 100억 원을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화예술 전문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행정직과 기능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문인력보다는 계약직으로 시작한 정규직으로 인건비 비중만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용문제는 현행 노동법상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문화재단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전면적인 조직 및 경영진단을 통한 뼈를 깍는 고통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 ‘지역문화’없는 문화재단

무엇보다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위한 문화재단의 기여도와 미래비전에 대해 냉정한 재판단이 요구되는 이유는 정체성 논란 때문이다. 용인시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문화예술계 인사들조차 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에 매우 인색한 평가를 하고 있다. 아니 절망적이라는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예술인 A씨는 “용인문화재단 역할과 기능은 한마디로 ‘공연기획사 대행’ 수준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재단 소속 직원들의 일자리 창출과 그들만을 위한 리그, 즉 공무원 수준의 철밥통 카르텔 형성을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당초 문화재단은 지역문화예술인들의 기대와 응원으로 출범했지만 정작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저해시키고, 고사시키는 역할을 주도해 왔다”고 비판했다.

 

실제 문화재단은 일반 공연기획사들이 수익사업을 전제로 한 상업성 위주의 공연물을 무대에 올리다 보니 일부 공연을 제외하면 도시의 정체성이나 지역문화예술발전과는 무관한 공연기획사 ‘대행기관’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고질적인 자리싸움 문제

문화재단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인사다. 2012년 출범 초 인력 셋팅을 하면서 전문인력보다는 계약직 위주의 문어발 낙하산식 인사가 주류였다. 이후 사회분위기가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지면서 전문인력이 배치돼야 할 자리에 정작 행정직을 비롯한 비전문가들이 자리를 꿰차면서 창의성있는 문화예술행정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게 재단 측과 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는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또는 문화예술분야 전문인력들의 계약 연장을 위한 복마전 때문에 긴 시간 몸살을 앓아왔다. 물론 아직도 진행 중이다. 현재 문화재단이 정규직 직원채용 공고를 내면 6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유능한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문화재단 직원들에 대한 시 공무원들의 평가는 공직보다 오히려 ‘신의 직장’이라 부를 정도다. 일부 인력을 제외하면 능력과 성과에 비해 대우가 매우 높고, 불필요한 보직 또한 많다는 지적이다. 물론 문화재단 내부 구성원들 입장은 전혀 다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좀더 발전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조직 및 경영구조 진단 필요성이 제기되고도 있다. 

 

실례로 문화재단 산하의 용인시립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 부당해고 논란은 복권을 요구하던 지휘자 K씨의 패소로 일단락됐다. 이 역시 당초 시와 문화재단 측의 운영 미숙이 원인이란 지적이다. 또 용인시립합창단원들의 역량을 둘러싼 논란도 거셌다. 재단 측이 전원 공개채용 방침을 정하면서 불거진 상임화(정규직) 논란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현재 합창단원 58명 중 상임 단원 4명을 제외한 비상임(비정규직) 54명은 민주노총  소속이다. 반면, 문화재단 직원  중 40여 명은 한국노총 소속이다. 그런데 정작 계약직 기간제인 본부장급 인사와 대표이사는 역량 있는 전문인력들을 채용하고 싶어도 기존 직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다. 따라서 경영진 맘대로 직원을 교체하거나 해고 및 신규 채용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시로부터의 독립성과 재량권 제한

또 하나의 시급한 문제점은 독립성이다. 지난 10년간 시장이 몇 번 바뀌는 동안 문화재단은 민선시장 홍위병 조직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연과 홍보 팸프릿, 언론보도 등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시장 홍보에 주력하는게 아니냐는 오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꿔말해 문화재단 대표이사의 경우 재임용을 위해서는 공개채용임에도 최종 인사권자인 용인시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시 산하단체이다 보니 공무원들 눈치를 안 볼 수 없다는게 문제다. 어쩔수 없이 시 측 요구를 수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문화재단의 독립성과 재량권에 손상이 가게 마련이다. 최근엔 코로나 19 관련, 예술인지원사업을 하면서 시 측은 문화재단과 사전협의없이 예산확보도 안된 상태에서 일방적 언론플레이를 강행했다.

 

또 일방통행식 문화예술행정에는 시의회의 무관심과 무지도 한몫했다. 시의회 행정감사에서는 소년소녀합창단원 100명 이상이 교체됐다며 문화재단 운영을 질타한 속기록에서 무지의 상징성을 엿볼수 있다. 소년소녀합창단원들은 18세가 넘으면 당연히 합창단을 떠나야 한다. 그럼에도 마치 운영을 잘못해서 그랬던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문화재단 관련 각종 계약이나 인사 문제 등을 가지고 피해 당사자들이 시의회를 찾아올 경우 제대로 된 조사나 확인조차 없이 재단 측부터 비판하고 보는 권위적 태도 역시 문제로 나타났다. 

 

# 시와 문화재단, ‘지역문화발전’ 포기?

문화재단은 문화예술지원사업 공모 부문이나 용인버스킨 공연 등의 순기능 역할도 분명 많다. 하지만 10여년 간 공연기획 대행사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혹독한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1996년 시 승격 이후 지역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1순위로 꼽혔던 게 문화재단 설립이다. 그런데 설립 초기부터 문화예술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출범 초부터 지역문화예술계는 철저하게 배제됐고, 소위 중앙(서울) 혹은 전국구 문화예술인이나 기획사들의 돈벌이 기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역시 일반 문화예술단체나 시민단체에 위탁, 대행해도 되는 업무 수준이란 평가다. 문화재단 설립 전엔 시청 문화예술과와 지역문화예술단체 등에서 담당했던 업무를 위해 결국 140여 명을 새로 고용한 셈이다. 인구가 110만 명이면 지역내 예술인들도 부지기수임에도 주객이 전도되어 지역예술인들이 천덕구러기 신세가 된 셈이다. 심지어 지역내 문화예술인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문화재단은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위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이제 새로운 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취임한다. 무엇보다 먼저 문화재단의 설립 목적과 정체성을 다시 회복해야 할 때다.